운주(運籌)는 산가지를 놀린다는 뜻이고 유악지중(帷幄之中)은 장막 안이란 말이다. 운주유악지중이란 말은 가만히 들어앉아 계획을 꾸민다는 뜻이다. 한서(漢書)에 있는 말이다.
 고조본기(高祖本紀)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통일천하를 끝낸 고조는 어느 날 낙양(洛陽) 남궁(南宮)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그 자리에서 고조는 말했다. “경들은 숨김없이 말하라.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과 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은 무엇인가”를 묻자 고기(高紀)와 왕릉(王陵)이 이렇게 대답해 말했다.
 “폐하께선 전쟁에서 성곽을 공격하여 공을 세운 장수에게 그 땅을 하사(下賜)하여 천하장군들에게 그 땅을 나눠 주어 이익을 함께하셨습니다. 그러나 항우는 의심과 질투가 너무 많아 싸움에서 이겨도 성곽(城郭) 하나 주지 않고 땅을 얻어도 나눠주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폐하께서 천하를 얻고 항우가 천하를 잃은 이유인 줄 아옵니다.”

 그러자 고조는 말했다. “경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대체로 산가지(주산)를 장막 안에서 움직여 천리 밖에 승리를 얻게 하는 것은 내가 자방(子房)만 못하고 나라를 편안히 하고 백성을 어루만져 주며 군대의 보급을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은 내가 소하(蕭何)만 못하며 백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치면 반드시 빼앗는 것은 내가 한신(韓信)만 못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뛰어난 인걸들이다. 나는 그들을 제대로 쓸 수가 있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천하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항우는 범증(范增)한 사람이 있을 뿐이었는데 그 하나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이것이 나에게 패(敗)한 이유다.”
 이상이 사기(史記)의 내용인데 한서(漢書)에 나와 있는 것과는 이 대목의 글자가 몇 자 틀린다.
 한서에는 운주유악지중(運籌帷幄之中) 결승천리지외(決勝千里之外)로 되어 있는데 사기(史記)에는 주(籌)가 주책(籌策)으로 되어 있고 유악이 유장으로 되어 있고 천리(千里)위에 어(於)란 글자가 더 있다. 똑같은 뜻인데 보통 한서의 것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