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고 벼슬하여 귀한 신분이 되는 것은 사람마다 바라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면 취하지 말아야 한다.

가난하고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싫어하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면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논어 이인편에 있는 말이다.

구차스럽게 부자로 사는 것은 가난한 채로 명예를 누리는 것만 못하며 욕스러운 삶은 영광스런 죽음만 보다 못하다.

뜻있는 선비와 어진 사람은 삶을 얻기 위하여 인<仁>을 해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을 희생하여 인을 이룬다.

장자<莊子>에서는 부나 명예 그리고 영광스런 삶과 죽음마저도 아예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이 욕심을 버리고 형제, 자매와 서로 나누고 사회에 기부하며 춥고 배고픈 이들과 이 한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7~80년대부터 조금 잘 살기 시작하면서 노욕을 넘어 돈, 권력, 명예에 탐욕을 부리는 노추<老醜>에 물들고 자손에게 그것을 넘겨주지 못해서 다들 안달이다.

그 자손들이 자신 스스로의 근면성실과 피땀 어린 노력에 의한 부귀가 아니라면 올바른 삶과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못 할 것이고 분명한 진실은 그 자손은 패가망신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추의 욕망은 자손들에게서 미래의 올바른 삶과 진정한 행복을 미리 차압<差押>해 버리는 정말 해서는 안 될 잔인한 짓임을 깨달아야 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사이가 안 좋은 일본에서도 6~70년대 경제가 나아지면서 8~90년대에 와서는 다들 주식과 재테크 등으로 치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때에 청빈의 사상을 지니고 이를 실천한 선승<禪僧> 료칸(1758~1831)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그를 닮으려고 하는 현상을 당시 현대 일본의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고 하였다.

료칸은 20세기 말 거품경제의 일본인들의 삶과는 정반대로 평생 돈이나 재물 따위와 담을 쌓고 거처하는 초막에서 걸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평생을 산 스님이다.

그의 대표적 시를 보자.

‘평생 출세에 마음 쓰기 번거로워 더 높은 하늘의 뜻에 맡긴다. 자루에 싼 쌀 석 되, 화롯가엔 땔감 한 단, 방황이나 깨달음은 알 바 아니며 티끌 같은 명성이나 이익은 아무래도 좋다. 밤비 부슬부슬 내리는 초막에선 두 다리 한가로이 뻗고 있노라’

료칸은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한다.

료칸 생가의 재산 상속인인 야스키는 유시의 장남으로 료칸의 조카였다.

야스키는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야스키의 어머니 야스꼬의 부탁을 받은 료칸이 그를 타이르기 위해 찾아간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흘 동안이나 묵었어도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작별을 고할 때가 되어 떠나기 직전에 야스키를 불러서 짚신 끈을 매달 나고 분부하였다.

야스키는 여기서 무엇인가 료칸의 꾸중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뒤로 물러서서 그들의 모습을 살피고 있었다.

야스키는 오늘따라 삼촌이 묘한 일을 시킨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말 없이 료칸의 짚신 끈을 맸다.

그러자 야스키의 목 언저리에 차가운 것이 뚝 떨어졌다.

야스키가 깜짝 놀라서 쳐다보니 료칸이 슬픔이 어려 있는 젖은 눈을 깜빡이면서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야스키는 깊이 감동했다.

그러나 료칸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냥 떠나버렸다.(나가노 고지<中野孝次>-청빈의 사상)

경주에 그 명성이 국내에 진동했던 최부집이 300년간 만석꾼의 부를 누리고 지키면서도 사회와 국가에서 존경과 칭찬이 자자하게 받은 이유는 사람과 가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육훈<六訓>과 육연<六然> 그리고 금도<襟度>의 삶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소설이긴 하지만 박경리의 토지에 나오는 하동 최참판 댁이 당대에 풍비박산이 되는 데에는 이러한 대의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훌륭한 학문사상이나 성리학의 도덕윤리와 예학과 도학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춘 대학자나 정치경륜과 무공이 뛰어나 문무겸전으로 진충보국<盡忠報國> 하고 국난을 극복하여 출장입상<出將入相>으로 그 공이 혁혁한 인물보다도 청렴이 도덕윤리와 예의범절을 근본으로 알고 있는 청백리라는 당대와 후세에 위대하고 영원한 스승이라고 우대 받을 것이다.

요즘 나누는 행복, 훈훈한 사회가 공익광고처럼 TV에 자주 공개 등장 할 것이다.

훌륭한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으로 그 위대하고 깨달음이 처자를 넘어 부모, 형제, 가족에서부터 친척, 지인을 거쳐 국가와 사회에 본보기가 되어 실천이 있기를 기원하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