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 차의 기원은 당나라 유학승 진감국사(慧照禪師)의 소개로 신라 흥덕왕 재위 3년에 당나라로 사신으로 간 대렴이란 분이 귀국하면서 차종자를 3말 정도 가지고 와 하동 쌍계사(그때는 옥천사)에 파종 재배하였고, 그 다음으로 사천 다솔사에 재배 후 여타지역으로 확대 재배되었습니다.
 사용부위는 새순의 어린잎이 최상품입니다. 일기일창(一技一創) (이런 때의 모습이 참새의 혓바닥 같이 생겼다하여 작설이라 함)하여 직순(直筍) 하나에 옆잎 하나가 나온 상태의 것이 가장 약성이 있으므로 선호(選好)하게 되며, 곽박이라는 이는 초취왈다(初取曰茶), 만취왈천이라 해서 처음 일기일창 때 따는 것을 차(茶)라 하고, 좀 늦게 따는 것을 천이라 했습니다.
 이 말은 차는 약성이 우수하고, 천은 약성이 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곡우(穀雨) 이전에 따는 것을 우전차라 하여 상품(上品)과 일품(逸品)이라 한다.
 차의 약성은 차는 상청두목(上淸頭目)하고 하소식(下消食)의 약성이 있습니다. 풀어 말하면 차는 위로는 머리와 눈을 맑게 해주며, 아래로는 음식을 소화시켜 주는 것이라 해서 막끽공다(莫喫空茶)라 해서 빈속일 때는 차 마시는 것을 삼가라는 것입니다.
 차 마시는 분위기는 차는 시끄러운 속에서는 차 맛을 모른다 합니다. 그래서 차는 고요하고 조용한 속에서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맛도 알고 생각도 깊어지는 것입니다.
 또 차는 사람과 사람사이를 윤택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인간은 외짝으로 살아가기가 힘겹습니다. 사람을 만나야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만나면 차를 대접해야 무미건조하지 않습니다. 차를 한 잔 내놓고 이야기를 나누면 분위기가 한층 멋있어집니다. 이것을 보고 예절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금수(禽獸)와 다른 것은 예절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란 성의를 표시한다는 뜻이고, 사람은 성의에 감동하고 감격합니다. 한 잔의 차를 정성껏 끓여서 우아한 그릇에 담아서 멋있는 다반에 과일이나 과자와 함께 담아내는 그 정성에 사람이라면 어찌 감동하지 않겠습니까? ‘정성(精誠)과 예(禮)’를 간직한 차를 내는 것은 인간관계를 깊이 있게 하는 첫 출발이자 시작인 셈입니다. 또 모든 만남이 차로 인해 시작된다고 본다면 이별할 때도 차가 등장합니다. 그냥 보내기 섭섭하여 빈 입으로 접구(接口)도 안 시키고 보내면 무례하고 실례라 차라도 한 잔 접구시키어 보내는 것입니다. 해서 이런 경우를 미덕(美德)이라 하고 또 인간미(人間美)라 하는 것입니다.
 오가는 내왕간에 차 한 잔 대접이 없다면 마주 대하고 말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 내심 섭섭한 마음 금할 길 없을 것입니다. 또 차를 좀 더 깊이 파고들면 차는 무언(無言)과 무설(無說)의 관계를 맺는 맹약(盟約)도 되기도 합니다.
 차나무는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라 서로 이 상록수 정신으로 교제하자는 그런 맹서적이고 서약적인 뜻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서약하면 손바닥을 들어 보이는데 이 뜻은 손바닥에 아무 것도 소지하지 않음과 함께 ‘무와 공의 상태’에서 순결을 내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차 마시며 맹약하는 것은 그윽하고 청아롭게 지내자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차는 중화(中化)의 의미가 있습니다. 물과 불의 중화 그 사이에 사람이 중매자 역할을 합니다. 물과 불은 상극인데 상극끼리 만나 맛있는 한 잔의 차가 탄생됩니다. 이 점은 참으로 위대한 탄생입니다. 또 차란 글자를 파자(破字)해 보면 풀 초와 사람 인(人) 그리고 나무 목(木)자로 된 합성어입니다. 사람이 초목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 차라는 뜻입니다. 사람이 물과 불 그리고 나무 잎을 가지고 중화하고 이루어 낸 것이 바로 차입니다. 중화는 불편불의중(不偏不依中)이요. 대본달도화(大本達道化)라는 말의 줄인 것이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치우치거나 기댐없이 적당함이 중(中)이요 큰 근본이 도에 도달함이 화(化)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중화의 맛은 은미(隱微)한 것입니다. 숨겨져 있어서 나타나지 않음이 은이요, 나타나지 않는 것이 세미함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깊고 크고 넓은 맛은 은미(隱微)한 것입니다.

 차의 대가이신 진감국사(혜조)는 “차는 우리 인생의 축소판이요, 농축이라” 했습니다.
 차나무는 직근성(直根性)이어서 뿌리를 곧게 뻗어 옮겨 심음을 싫어하고, 또 깨끗하고 맑은 곳을 좋아하며 불결한 곳은 싫어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는 맛의 기본인 다섯 가지 맛이 들어 있습니다. 즉 달고, 맵고, 시고, 떫고, 짠맛의 오미(五味)를 함유하고 있어 이것이 잘 조화되어 진선진미한 맛을 만들어 냅니다. 이 오미 중에 그 어느 한 맛이라도 앞으로 밀고 나와 폭주하게 되면 좋은 맛이 아닙니다. 이것은 마치 음악과 같다. 악사가 자기만의 재주를 부리게 되면 아름다운 음악이 나올 수 없는 것 같이 차도 그렇습니다. 귀로 아악(雅樂)이나 정악(正樂)을 듣고 입으로 향기를 음미하며 눈으로는 오색단청이나 화합 같은 진선미를 맛보며 즐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시집가는 처녀가 혼인 날짜가 정하여지면 이 차를 잘 봉해서 시댁 될 집에 납폐물로 보냈다는 의식이 성했다 합니다.
 시가에서는 이를 받아서 사대(四大)조상의 신령을 모신 위패 앞에 정중히 두었다가 시집온 새색시가 차를 끓여 올리는 이유는 시집살이가 쓰거나, 떫거나, 짜거나, 달다해서 내색하지 않고 꾹 참으면서 차나무처럼 시들지 않고 옮겨살기 않기를 맹세하는 서약도 되고, 그 다음 차를 달여서 집안 어른들께 올리고 또 집안사람들에게 두루 나누어 마시게 하니 역시 차나무의 정신과 그 맛 그대로 살겠다는 뜻을 전하는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