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는 금주에 발행된 유명 서적을 소개하고, 국내외로 베스트셀러를 보도하기도 한다.

 

지난 ‘책의 해’에는 세계의 독서량이니 책의 발매를 소개하기도 하였으나, 우리나라는 독서 인구가 적다.

 

청소년 시절에는 사랑의 아름다움도 소설 중에서 느끼기도 한다.

 

나는 학창 시절 소설을 즐겨 읽었는데, 내용에서 목가적(牧歌的)인 풍경에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때때로 어쭙잖은 글을 써 시조작가로 등단이 되고, 나이가 들어 보니 잡문 형식의 글을 지어 지방 신문에 게재를 하게 되었다.

 

나의 글이래야 비평가가 말하듯 ‘공자 왈 맹자 왈’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러나 내 수준과 비슷한 독자가 있어, 읽고 감명을 받았다며 연락을 해와 나와 통하는가 보다고 느낀다.

 

일찍이 필자가 난청이 되어 ‘난청 클리닉’이란 시조 몇 편을 연작으로 하여 고성문학 연간 집에 실었다.

 

그 글을 동료 교사가 읽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애처롭고 불쌍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그 말을 들은 나로서는 ‘나의 글을 읽고 느끼는 사람이 있구나!’고 감지덕지했다.

 

이후 그 교사는 중앙으로 옮겨간 후에 자기가 발간하는 책에 원고를 청탁해 처음에는 사양을 했다.

 

간청에 못 이겨 억지로 써서 보냈더니, 연간 교육지에 실어 책과 함께 원고료까지 두툼히 보내와 빚진 마음 가눌 길 없었다. 

 

나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고 고성 지역 주간지 독자란에 기고를 하고 있다.

 

어떤 글은 시론에 가깝고 평론이나 수필에 근접하는 장문을 싣고 있다.

 

독자는 내가 쓴 글을 읽고 호평을 하기도 하고 교훈을 하기도 한다.

 

아내 말이 ‘어느 분이 전에는 ㅇ신문을 봤는데, 내 글이 ㅅ신문으로 옮겨 실려 구독을 바꿨다’고 하더란다.

 

“네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다”고 일축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또 한 분은 메시지로 교훈하기로 ‘글을 쓸 때 략이골불로(略而骨不露) 상이육불만(詳而肉不滿)이라 즉 너무 간단해서 뼈가 드러나지 않아야 하고, 너무 상세해서 살집이 많아서도 안 된다.

 

ㅈ의 기고문 핵심이 뭔고?’라고 보내와 “우문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딱! 꺾을 수가 없어서. 검찰개혁도 해야 하고”라고 답변을 드린 적이 있었다.

 

뒤에 그분을 만나니 한문으로 글을 써 주셔서 간직하고 있다. 

 

나는 퇴직 후 그럭저럭 지내던 차에 지난 3월에는 뇌졸중이라는 중병을 앓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게 되었다.

 

뇌졸중이라는 병이 완치되기에는 전체 발병인 중 9% 정도라니 안심할 수는 없다.

 

퇴원을 하고 억지로 글을 써 ‘사선(死線)에 서성이고 보니’라는 글로 독자에게 인사를 했더니, 어떤 분이 시골에서 자필 편지를 보내 격려를 했다.

 

필적을 보니 젊은 층은 아니고 애써 쓴 글이었다.

 

등기 우편으로 온 그 내용을 소개하면 ‘ㅁ신문 구독자입니다. 왜 요즘은 강홍우씨의 글이 실리지 않아 이상히 여겼더니 역시 건강이 좋지 않았군요.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도 굳은 의지와 노력으로 글을 쓸 정도로 회복이 되어 다행이고 반갑습니다.

 

아무쪼록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글도 많이 쓰길 바랍니다. ㅁ신문 구독자.’ 이상은 편지의 전문이다.

 

글씨는 연만한 분이라 바르지 못했으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하나도 하자가 없었다.

 

당장에 답장을 드리려고 하였으나 내가 아직 펜을 잡기에는 어설프다.

 

그렇다고 애써 자필로 격려한 글에 대해 컴퓨터를 이용한 편지는 보낼 수가 없었다.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새 10월 끝자락이 되었다.

 

더는 무례할 수가 없어 예고 없이 편지 겉봉에 쓰인 주소를 찾아갔다.

 

이웃에서 감을 따는 사람께 물으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왜 찾느냐?” 라며 마을 회관에 가보란다.

 

올 들어 시골 마을회관에는 코로나19로 인하여 회의나 여름 쉼터 등 마을회관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러나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니 세분이 밥상 앞에 앉아 있다.

 

나는 시골이라 점심을 1시쯤에 먹는 줄 알고 점심대접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갔더니 나의 시간관념은 오판이었다.

 

벌써 12시 즈음에 점심상을 마주하고 있었다.

 

편지 겉봉 보낸 이의 성함을 말하니 손을 들며 내가 그란다. 연세가 많은 여자 분이셨다.

 

“왜 찾느냐?”길래 내 신원을 밝히고 다짜고짜로 엎드려 큰 절을 올렸다.

 

“선생님의 격려 덕분에 이처럼 살아났습니다.”라고 했다.

 

일행의 권유로 같이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커피며 홍시도 먹었다.

 

편하게 얘기하자면서 선생님이 자기 댁으로 이끌었다. 

 

인생 수업이 시작되었다. 연세가 84세이며 진주여고 출신이셨다.

 

가족 관계에서부터 가정을 갖게 된 이야기, 7년 전에 작고한 부군은 자기보다 5살 연상이나 중학교는 같이 수학한 동창생이란다.

 

인연을 비롯한 가정 이야기는 대충 끝내고 학습(?)이 시작되었다.

 

신문 스크랩북을 꺼내 열어 주었는데 요즘 활자가 아닌 것이 더러 있다.

 

주로 시, 평론 등 문학 작품을 모았다.

다른 한 권의 스크랩북에는 바느질 재단이니 생활 작품 모음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난해한 시를 잘 쓰고 이해하지만, 자기와는 개성이 멀단다. 이윽고 눈을 지그시 감고 옛 글을 읊으셨다.

 

‘승무’를 시작으로 ‘청포도’ ‘오우가’ 등을 한 낱말 빠짐없이 외우셨다.

 

야! 대단하다. 우리도 그런 명작을 앞부분만 꺼낼 뿐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

 

3시간을 바른 자세로 배웠으니 내 건강으로 무리한 셈이다. 이처럼 애독자와의 만남은 연륜을 초월하여 빈틈없는 세 시간이 짧았다.

 

마당가에 제법 연륜이 쌓인 은행나무는 키 높이에서 잘려져 있다.

 

이웃에게 잎이 떨어져 피해를 주어 잘랐단다.

 

이웃에게 피해 주기 싫은 선생님의 성품이 엿보였다. 

 

가장 좋은 독자는 가족이며 그중 배우자라는 말도 있으나, 나는 글을 발표하기 전에 아내에게 보여 준 적도 없거니와 정당한 비평을 받지도 않았다.

 

글을 쓰는 사람은 독자의 사랑으로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