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은 우리고장과는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임진왜란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성웅 이순신 장군이 거둔 3대 대첩과 더불어 널리 알려지고 있는 당항포 해전지역이 바로 우리 고장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당시 의병장들은 물론 민중들의 봉기 등에 관해 고성군 향토사 연구소에서 난중일기와 난중잡록 등에 기술돼 있는 자료를 발췌해 그 역사성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고 애국심을 고취코자 한다.

○ 임진왜란(壬辰倭亂)
 당시 한국과 일본은 이웃해 있는 나라로서 한때 쓰시마 등지에 근거를 둔 왜구들이 침입하여 온 것을 제외하고는 서로 오랜 옛날부터 우호관계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16세기말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동아시아를 정복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조선을 침략함으로써 7년간에 걸친 커다란 전쟁의 회오리에 휩싸이게 되었다.
 일본군은 총 이십만의 병력으로 선조 25년(1592) 4월 14일에 조선에 상륙하여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부산진성과 동래성을 함락한 일본군은 20일만에 서울을 점령하고 이어 두 달 만에 평양과 함경도에까지 이르렀다. 선조 임금은 의주로 피난하고 명(明)나라에 원군을 요청하였다. 이듬해인 1593년 1월 명나라에서 원군이 와서 조선군과 함께 평양성에서 일본군을 격퇴한 이후로 전세는 반전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조선 각지에서 의병(義兵)들이 일어나 일본군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는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이 연전연승을 거두어 해상권을 장악하였다. 이러한 대공세에 밀린 일본군은 경상도 남해안 쪽으로 후퇴하여 머물면서 4년여동안 강화회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도요토미의 무리한 요구로 강화회담이 깨지면서 1597년에 다시 일본군이 침략함으로써 정유재란이 발발하였다. 일본군은 전라도를 거쳐 직산에 이르렀으나,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에 패해 다시 남해안에 성을 쌓고 농성하였다. 그러던 중 1598년 8월 도요토미가 죽자, 명분없는 전쟁에 동원된 일본군은 철수하여 7년간에 걸친 전쟁은 막을 내렸다. 임진왜란은 조선과 일본뿐 아니라 중국까지 참전한 동아시아 전체를 뒤흔든 대전란이었다. 전쟁의 결과 일본에서는 도요토미 정권이 멸망하고 대신 도쿠가와(德川)정권이 들어섰다.
 이 시기에는 조선에서 잡아간 장인들로 하여금 도자기, 활자 등을 제작하게 하여 새로운 문화가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다. 도쿠가와 정권은 다시 조선에 요청하여 국교를 회복함으로써 일제 침략이 있기까지 이후 290여년간 선린우호 관계를 유지하였다.
 중국에서는 조선 출병의 영향으로 국력이 쇠약해진 명을 대신하여 청나라가 대륙을 통일하였다. 전쟁터였던 조선은 온 국토가 황폐해지고 무수한 인명이 살상당했다. 또한 많은 문화유산이 일본군에 의해 파괴되고 약탈당했다. 그리고 경제, 사상, 사회, 신분, 문화등 모든 분야에서 변화의 기운이 일어났으며, 조선사회는 더욱 굳건한 체제로 이후 삼백년간 유지되었다.

○ 임진왜란의 발발
 1591년 8월 일본의 도요토미는 교토에서 전국의 다이묘(大名)들에게 조선 출병을 선언하였다. 그런 다음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큐슈의 서쪽 해안에 나고야 성을 건설하여 전쟁을 총 지휘할 대본영을 설치하였다.
 1592년 1월 6일 도요토미는 정식으로 동원령을 내려 큐슈, 시코구, 혼슈, 서부지역을 근거지로 삼고 있는 다이묘들에게 영지의 규모와 미곡 수확 능력에 따라 병력을 동원하도록 하였다. 이때, 동원된 일본군의 병력규모는 총 30만여 명에 이르렀다.
 선조 25년(1592년) 4월 13일.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이끄는 조선침략 선봉군 1만8천7백명을 실은 7백여척의 대선단은 쓰시마를 출항, 부산 앞바다에 몰려들어 전쟁은 시작되었다.
 당시 부산진성에서는 정발(鄭撥)이 1천여명에 불과한 병력을 거느리고 방어에 임하고 있었다. 4월 14일에 일본군 고니시는 전 병력으로 성을 포위한 다음, 대규모 공격을 개시하였다. 일본군은 먼저 조총부대가 부산진성 서문 밖 고지에서 성안에 사격을 퍼부은데 이어 성벽을 타고 넘어 들어갔다. 마침내 성안에서는 치열한 백병전이 전개되고 부산진성의 수장인 정발이 적탄에 맞아 전사하였다.
 남은 군민들도 창칼이 부러지고 화살과 돌이 바닥날 때까지 선전 분투하였으나 마침내 이 날을 넘기지 못하고 군민들은 부산진성과 더불어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부산진성을 점령한 고니시 부대는 이튿날 그 선두를 동래성 근처로 이동시켰다. 동래성에서는 부사 송상현이 군민을 거느리고 일본군의 공격을 방어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일본군은 동래성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고 나서 동래성 남문밖에 ‘싸우려면 싸우고, 싸우지 않으려면 길을 내놓으라’ 라는 푯말을 세워놓고 동래성 군민들에게 항복을 촉구하였다. 그러자 송상현은 싸우다 죽기는 쉽되, 길을 내주기는 어렵다는 글을 쓴 판자를 성밖에 던져서 끝까지 항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일본군이 동래성에 대규모의 공세를 감행하자, 조선 군민들은 끝내 일본군의 공격을 저지하지 못하고 동북쪽 성벽이 무너지면서 그곳을 통해 성안으로 몰려든 일본군에게 성을 함락당했다.

○ 일본군의 북진
 1592년 4월 17일 아침, 조선 조정은 보고를 통하여 비로소 전쟁 발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때까지 조정의 중신들은 제 일선에서 그들의 도발을 저지시킬 수 있으리라고 사태를 낙관하고 있었으나, 부산 동래의 함락을 알리는 긴급보고가 잇달아 도착하면서부터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