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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효의 사상
2020년 01월 23일 (목) 13:29:59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한국국민의 역사는 국난극복의 역사라 해도 지나칠 말이 아닐 만큼 국난극복이 많았다.
한때 나라의 존망까지 위태로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한국 국민은 강력한 위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 위력의 중심에는 부모와 형제 족척 그리고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효의 사상과 공동체 정신이 있었다.

우리에게는 선대로부터 개인 존재에 대한 의식은 매우 희미했다.
이는 우리라는 공동체가 개인보다 우선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인적인 실수도 집안망신으로 치부하여 경계했다.
자녀들이 잘못하면 그 자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그 부모 얼굴에 먹칠한 것이라며 가족문제로 연결하기도 했다.

그만큼 나라는 존재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묻혀 버렸다.
서구제국과는 달리 가족공동체를 상징하는 성<姓>을 이름보다 먼저 쓰는 것 역시 공동체 우선의 법칙에 따른 것이다.
또한 성의본관은 공문서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되어있다.
조선조시대 과거시험 답안지에 조상의 이름을 열거했던 것과 같은 번거로운 절차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본관을 쓰는 칸은 존재하고 있다.
가족문화가 얼마나 강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성씨가 같으면 곧바로 본관부터 확인한다.
상호관계, 공감대를 가족문화에서 찾고자 해서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소개할 때에도 개인적인 사항보다는 어디 사는 어느 할아버지 몇 대 손이라고 하며 지역과 가족공동체를 앞세운다.
이름은 항렬자에 맞춘 것 역시 개인을 가족에 종속시킨 것이다.
이와 같이 가족중심의 가회구조에 나라는 존재는 공동체를 위한 지체<肢體>이지 독립된 실체가 아니다.
개인의 성공이 개인에 머물지 않고 가문의 명예를 더 높인 행위로 인식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신체발부<身體髮膚>, 수지부모<受之父母>, 불감훼상<不敢毁傷>, 효지시야<孝志始>라고 한 효경이 가르침은 결코 내가 나로 끝나는 존재가 아님을 증명해 준다.
여기에는 조상의 생명을 내 몸에서 이어간다는 일종의 생명 연속의 위대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양자를 입양하는 것도, 씨받이를 통해서 자녀를 얻는 것도 조상과 자신의 맥을 후손들이 이어간다는 강한 윤리적 믿음이 작용한 결과이다.
사회제도 무후<無後>가 가장 큰 불효였겠는가.

이처럼 나를 나아준 부모와 조상의 얼이 내 몸 안에 있다고 믿으면 그 몸을 어찌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우리 조상들은 몸의 작은 것 하나라도 함부로 하지 않았다.
우리의 선조들은 비록 사소한 것이라도 독단적으로 함부로 처리하지 않고 반드시 부모의 승인을 얻어 처리했다.
이러한 가족공동체의 중심엔 효사상이 있었다.

공동체 지탱의 원동력으로 효사상이 작용한 것이다.
효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소학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앞에 자효쌍친락<子孝雙親樂>이 있다.
자효<子孝>, 친락<親樂>, 가화<家和>, 사성<事成>의 흐름이다.
역으로 만사가 형통함의 전제는 부모가 기뻐하는 것이며, 부모 기쁨의 전제는 자녀의 효라는 것이다.
결국 효 자체가 곧 만사성<萬事成>인 것이다.
공동체의 기본 윤리가 효임을 밝히는 대목이다.

이러한 효 문화가 이 땅을 지켜내고 국가를 보호한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효가 나라를 살린 것이다.
이 나라를 초토화 시켰던 사백년 전 임진왜란을 생각해 보자.
관군은 곳곳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국가를 책임져야 할 최고지도자와 관리들은 도망가기에 급급했다.
국난의 환경 속에서 이 땅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무책임했다.
반드시 지켜야 할 관리들도 포기한 이 땅을 구한 자는 과연 누구였던가.
바로 의병이다.

의병은 처음부터 국가를 수호할 군인이 아니었다.
나의 부모, 우리동네는 우리가 지킨다는 신념으로 일어난 청년들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혈연과 지연이 강하게 작용했다.
현연의 중심에는 부모와 가족과 친척이 있고 가족과 친척의 중심에는 효 문화가 있다.
지연도 단순한 지역공동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연의 중심에는 집성촌을 이루던 가족과 친척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연과 혈연은 다르지만 전통 한국사회의 특성상 혈연을 매개로 한다는데 있어서는 공통점이 있다.
혈연이라는 매개를 두고 둘은 직접적인 연결선상에 있었던 것이다.
나라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를 불러왔고 지역의 위기는 가문의 위기를 가져왔다.
가문을 책임진 가장과 집안 어른들은 가문과 지역을 수호할 책임감을 느꼈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것이 지역 지킴이 부대 곧 의병 창설의 배경이다.
그런데 지역 지킴이 부대는 결국 가문을 지키는 것이기도 했으니 이들을 효의 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효의 부대는 영역을 확대하여 점차 더 넓은 지역을 탈환하고 수호했다.
의병부대는 점점 그 범위와 영역을 넓혀가면서 나라를 지키는 부대가 되었다.
이처럼 효가 충이 되었으니 의병은 충효쌍전<忠孝雙全>의 부대라 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나보다 가족, 가족보다 동네, 동네보다 나라를 우선시하는 공동체 의식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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