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효하는 사자, 뒤뚱뒤뚱 펭귄, 묘기 부리는 원숭이와 코끼리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물들은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방문한 동물원에서 대부분 처음 접했을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을 한데 모아 놓은 동물원은 언제부터 생겼으며, 처음부터 인간은 먹이사슬 꼭대기에 서 있었을까?

이 책은 인간이 언제부터 특별한 동물이 되었는지, 어떻게 다른 동물들과 관련을 맺게 되고, 왜 동물원이 등장하게 되었는지 등 중요한 이슈들을 세계사 속에서 살펴보고 있다. 또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유전자를 보관하는 냉동 동물원, 동물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현대 동물원 등 동물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인간의 노력에 대해서도 관심 있게 다룬다. 

4백만 년 전 지구에 인류가 등장한 이래 인간과 동물들은 처음에는 거의 동등한 관계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동물은 인간의 식량, 장식품, 노동력, 전쟁 도구 등으로 변해 갔다. 하나의 수단이나 도구일 뿐, 생명 자체로 존중받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인 노아의 방주를 시작으로 사나운 표범으로 권위를 내세운 이집트의 하트셉수트 여왕, 단지 ‘재미’를 위해 사자와 검투사가 목숨을 걸고 싸운 로마제국, 거란족에게 선물 받은 낙타 오십 마리를 굶겨 죽인 고려의 태조, 동물을 돈벌이로 이용한 제국주의 사냥꾼, 냉전시대의 벽을 허물어뜨린 중국의 판다 등 동물과 인간 사이에 벌어졌던 세계사 속의 달콤 살벌한 현장을 되짚어 본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 주요 사건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수난사는 오늘날의 동물권리와 동물복지 논쟁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을까?’, ‘동물의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 등 책장을 덮고 난 후에도 동물의 존엄성과 미래 생태환경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