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중에서 넉자로 이루어져 교훈이나 비유, 상징들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말을 사자성어(四字成語) 라고 한다. 이 사자성어는 명언이어서 우리의 대화나 생활 중에 많이 응용되기도 한다. 그 사자성어들 중에 흔히 쓰는 말로서 유비무환, 타산지석, 십시일반 등이 있고 주제처럼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도 있다. 나는 이 역지사지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이 말의 뜻은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여 본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말대로 살아왔는가하면 그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삶, 즉 남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살아왔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수출규제에 나섰다. 우리는 이것을 경제침략으로 규정짓고 있다. 수출입은 상호 의존적 역할을 하는 국제 무역활동이지만, 특히 우리나라에 주요 부품 수출을 금지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며 반도체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가? 일본에서는 그 이유를 우리나라가 북한제재에 해당하는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하였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우리정부에서는 터무니없는 억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실 이런 명분은 구실에 불과하며, 지난해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일본 제국시대에 자행했던 강제징용 문제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배상판결한데 따른 일본 정부가 반격을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일제시대 우리나라 사람 강제 징용에 대해 신일철주금(일본명: 신일본제철주식회사)은 피해자 1인당 1억원의 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신일철주금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철강업을 하는 기업으로  일본 최대의 철강업체이다. 이 회사가 일제시대 우리나라 사람들을 징용해서 강제노동을 시켰으나, 제대로 보상을 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당시 피해자들이 한국 법원에 소송을 내어 배상을 요구했고, 오랜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이 난 것이다. 그러나 신일철주금은 우리의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배상판결을 이행치 않고 있으며, 마침내 피해자들은 주식에 대해 압류를 하게 되었다. 이것이 이번 일본의 무역보복 발단이 된 것이다.

일본정부에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일제 시대에 자행한 모든 피해에 대해 빚을 다 갚았다는 주장으로, 대법원의 판결이 나자 일본의 아베 총리는 “한국의 급소를 찌르겠다.”고 공언을 했다. 지금 아베총리는 그의 말처럼 한국의 아픈 곳을 콕 집어서 보복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베 정권은 강제징용 판결이 나자 지금까지 면밀히 준비를 해 온 것인데, 판결 당시 평론가들은 이미 일본의 반격을 예측했음에도, 우리 정부에서는 대책 없이 세월만 보낸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급기야 우리 정부에서는 WTO(국제무역기구)이사회에 긴급 제소를 하고 미국정부에 중재를 요청했으며, 일본도 제3국의 중재위원회며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을 준비하고 있어, 결국 국제기구의 판결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제국침략 시기에 우리나라에 자행한 일은 우리 국민이면 다 잘 알고 있다. 36간이나 피 지배민족으로 애끓는 삶을 살았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애국지사들의 희생과 강대국의 도움으로 1945년 해방이 되었다. 그 이후 1965년 6월 22일 ‘한일청구권과 경제협조에 관한 협정’ 이 이뤄졌는데, 협정문에는 ‘우리국민의 재산. 이익. 권리에 대한 청구권에 대해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 된 것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일본은 이 부분을 근거로 해서 이미 일제시대의 피해보상은 다 이루어졌다며. 강제징용이며 위안부 문제 등 모든 것이 포함됐다는 포괄적인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에서는 위안부 문제는 1991년에 처음으로 문제가 제기됐으며, 징용피해자들은 2005년에 피해보상을 요구했기 때문에, 한일청구권 협정과는 무관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일본과 한국의 법정에서는 완전히 다른 판결이 나기도 했는데, 이처럼 양국간의 해석이 다른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UN 인권위원회에서 불법 인권침해로 간주하고 일본에 대해 법적 책임과 보상을 촉구하기도 했었다. 한일청구권 조인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5억 달러를 지급 받아, 이 돈으로 경제개발계획을 실행했으며 경부고속도로 건설, 소양강댐 건설 등 국가기간사업을 해 오늘의 경제 부흥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문재인대통령과 민정수석은 각각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때 승리를 거둔 명량대첩을 내세우고, 외세에 대항했던 동학농민운동의 상징인 죽창가를 SNS에 올려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듯한 언행을 해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는 정부에서 외교적인 노력도 해보지 않고 섣불리 국민들을 선동하는 모습처럼 보여 참으로 부적절한 언행이다. 이해관계에 얽혔을 때에는 대화나 협상을 통해 풀어야지 선동과 규탄, 그리고 국민들에게 반일 감정을 일으켜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발상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곧 국민더러 일본에 대항해서 싸우자는 말인가? 이런 판국에 양국 국민이 나서서 반한, 반일 감정이나 유발하고, 상대국 정상을 규탄하는 따위의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이웃이다. 이웃간에는 잘 지내야한다. 그래서 이웃사촌이란 말도 생겨났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와 일본은 과거사문제와 무역규제로 불편한 사이에 이르게 되었다. 양국에서는 상대방 상품의 불매운동에 돌입하였고, 국민여론은 모두 자국의 조치가 타당하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비단 반도체 부품뿐만 아니라 관광, 농수산물 각종기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역 연관이 되어있다. 이웃과 불화가 생기면 법이나 대화로 해결해야지 감정싸움으로 치 닿으면 결국 피를 보게 된다. 일본과 우리나라 양국 정부는 모두 네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역지사지의 의미를 되새겨 현 시국을  지혜롭게 풀어나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