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의 대군(大軍)속에서 용전분투(勇戰奮鬪)하여 폐하를 구했던 조자룡(趙子龍)을 비롯하여 양군(陽群), 마옥(馬玉), 염지(閻芝), 정립(丁立), 백수(白壽), 유합, 등동(鄧銅), 조장(組長)등과 둔영(屯營)의 우두머리 70여명에 선봉에서 용감무쌍하게 적진을 돌파하던 종수와 청강(靑羌) 그리고 산기(散騎)와 무기(武騎)의 기마병 일천 여명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수십 년 동안 천하 각지에서 모은 우수하고도 강한 병사들로 하루 아침에 한 고을에서 얻을 수 있는 병사들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만일 수년이 더 지나게 되면 남은 병사의 3분의 2는 잃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되면 무엇으로 적의 토벌을 도모할 수 있겠습니까. 이점 신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다섯 번째 일입니다.
 지금 백성들은 궁핍에 떨고 있고 병사들은 지쳐 있습니다. 그렇다고 위(魏)를 정벌하는 일을 그만둘 수도 없습니다. 위를 정벌하는 것을 그만둘 수 없다면 가만히 앉아서 나라를 지키는 것이나 나아가 적과 싸우는 것이나 그 노고와 비용은 똑같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빨리 적을 토벌할 생각은 않고 한 주(州)의 땅밖에 안 되는 곳에 앉아 적이 지치기만을 기다려 언제까지고 움직일 생각을 아니합니다. 이 점 신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여섯 번째 일입니다.

 무릇 일 가운데 어려운 것이 화평(和平)하는 일입니다. 건안 12년 선제께서 형주(刑州)에서 귀복(歸腹)한 십여만의 무리들을 거느리고 양양(襄陽)에 계시다 수천의 우수한 병사를 거느리고 달려온 조조를 피해 처자를 버리고 겨우 수십 기병(騎兵)만을 거느리고 패주(敗走)하셨습니다.
 그 때 조조는 마치 천하가 제 세상인 양 손뼉을 치며 천하는 이미 평정되었다며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 선제께서는 하구(夏口)에 이르러 신 공명을 오(吳)에 보내시어 손권(孫權)과 동맹을 맺고 건안 19년에는 촉(蜀)의 성도(成都)를 포위하여 파촉(巴蜀)의 땅을 점령하였으며 곧 병사를 일으켜 복으로 위의 조조를 정벌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한중(漢中)을 지키던 하후연(夏候淵)을 목 베고 한중을 차지하셨습니다. 이는 분명 조조가 큰 실책(失策)을 한 것으로 바야흐로 우리의 천하 평정과 한실(漢室) 부흥의 대사업이 이루어지려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 선제 24년에 오(吳)의 손권이 우리 촉한과의 동맹을 깨고 관우(關羽)를 습격하여 죽이고 형주를 점령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자귀현은 다시 유장(劉璋)의 손으로 넘어갔고 조조는 죽었으나 그의 아들 조비(曹丕)가 왕위에 올라 감히 제(帝)라 일컫고 국호(國號)를 위라 하고 있습니다.
 무릇 일이란 이와 같이 그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다만 신 공명은 몸과 마음을 바쳐 나라를 위하여 힘껏 싸우다 죽을 따름입니다. 그로써 선제의 크신 은혜에 보답하고 폐하께 충성을 다하고저 합니다. 싸움에 이길 것이냐, 질 것이냐 또 어느 쪽이 잘 싸울 것이냐는 신의 재주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전 출사표(前 出師表)는 심약하고 범용(凡庸)한 군주를 일깨워 인도하고 몸과 마음을 바쳐 나라를 위하여 싸우다 죽을 따름입니다. 말은 늠름하여 일월과 그 빛을 겨룬다.
 후 출사표(後 出師表)는 천하의 형세(形勢)를 소상히 헤아린 것으로 충정(忠貞)한 마음을 지니지 않은 자라면 말하려 생각하지 않고 경세제민(經世濟民)의 뜻을 품지 않는 자라면 말 할 수 없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