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찍 온다고 약속했잖아! 아빠는 왜 맨날 늦어?” 
졸린 눈을 비비며 아빠를 기다리던 딸들의 투정에 미안해진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엉뚱하고도 사랑스러운 변명을 늘어놓는다. 아빠는 퇴근길에 어떤 일을 겪었던 걸까?
핑크색 와이셔츠를 입고 뽀글이 파마머리를 한 아빠는 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히 일을 한다. 점심시간도 아끼기 위해 샌드위치로 끼니를 대신하면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퇴근시간! 그런데 퇴근시간을 1분 남겨두고 사무실에 잔뜩 성난 사자가 들이닥친다. 성난 사자를 고깃집에 데려가 달래서 보내고 나니 퇴근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줄지어 선 코끼리들에 밀려 탈 자리가 없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후배 돼지가 고민 상담을 하며 눈물바다를 이루는 바람에 기다렸던 버스를 그냥 보내고 만다. 겨우 버스를 타게 되었지만 얼마 못 가 온통 오렌지로 뒤덮인 도로가 나타난다. 아빠는 혼자 오렌지를 줍고 있는 수달을 외면할 수 없어 차에서 내려 함께 줍는다. 이 외에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만난 변덕쟁이 타조, 무시무시한 공룡까지 아빠의 퇴근길을 방해하는 일들은 계속 일어난다.
결국 아빠는 오늘도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한다. 하지만 딸들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짠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유머러스한 그림으로 표현된 아빠의 하루 일과 속에는 딸들에 대한 사랑 뿐 아니라 일에 대한 책임감, 힘들어하는 후배에 대한 위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과 노인에 대한 배려심 등이 녹아 있어 잔잔한 감동을 더한다.  
가정의 달인 5월의 마지막! 이 그림책으로 잠시나마 아빠의 일상도 엿보고, 아빠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느껴보는 건 어떨까? 이 책과 함께 존 버닝햄의『지각대장 존』을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아침 학교 가는 길에 벌어지는 존의 다채로운 모험과 기발한 상상력이 저녁 아빠의 퇴근길과 겹쳐져 비교하며 읽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