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상리면 무선리에 무이산(546m)이 있다. 들어서는 입구에서 보면 나즈막하고 평범한 시골 뒷산 같은데 산머리 턱에 올라 의상대사가 자리를 잡았다는 문수암에서 보노라면 물밀듯 겹쳐 있는 뭇 산들과 함께 한려수도의 그림같은 산해(山海)의 경치가 탁월하다. 천리를 달려온 산은 바다를 만나 섬이 되고 바닷물과 한 몸이 되었다. 선조들의 산수를 보는 심리적 시선과 공관을 안아 들이는 큰 스케일에 그저 입을 다물지 못할 뿐이다.

고성 무이산의 원조는 중국 복건성과 강서성 경계에 있는 무이산이다. 중국의 무이산은 생김새부터가 우아하고 아늑하여 우리나라 산천과는 다른 점이 많다. 그 갖가지 모양의 36개 봉우리와 99개의 기암기석이 파노라마처럼 여기저기 우뚝우뚝 서 있다. 협곡과 절벽 사이로는 하천이 구절양장으로 구불거리면서 흘러가고 있다. 지층의 단층 하천의 침식이 비바람 풍화가 복잡하게 얽혀서 놀라운 경관을 만들어냈다. 

무이구곡(武夷九曲)의 하천 경관은 바위절벽과 어우러져 특별한 경치를 보인다. 이는 유네스코의 평가다. 그 무이산에서 주자께서는 무이정사를 지어 거기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구곡을 경영하여 산천과 하나 되는 삶을 살았다. 무이구곡은 동아시아 성리학의 요람이 되었던 것이다. 자연적으로 오묘하고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중국의 무이산은 일찍이 1999년에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됐다.

주자의 무이구곡은 그를 경모하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따라 하고픈 모델이 됐다. 유학자들은 주자를 본받아 경치 좋은 계곡마다 조선의 구곡 문화를 만들어 갔다. 수양산의 고산구곡과 청량산의 도산구곡, 속리산의 화양구곡, 지리산의 용호구곡 등 전국 곳곳에 70여 개가 넘는 구곡들이 생겨났다.

 

『태산(泰山)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들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송시열 1607~1689>』

 

태산은 본래 중국의 산동성에 있지만 한국에도 태산이라는 이름의 산이 전국에 열 개가 넘는다. 중국의 태산을 왜 이렇게 많이 한국에 두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태산<1545m>은 중국의 다른 높은 산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리 높은 산이 아니다. 그러나 상징적 가치와 역사적 비중으로 따지면 중국의 명산 가운데서도 첫째가는 산으로 꼽힌다. 오악(五嶽) 중 독보적으로 존귀하다하여 오악독존(五嶽獨尊) 이라고도 했다. 곽말약(鄭沫若 1892-1978)은 태산은 중화문화사의 축소판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태산은 중국을 대표하는 산이었고 중화 민족의 정신적인 큰 산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대종(岱宗) 이라고도 했다. 중국황제는 태산상봉 황제단에 올라가 하늘에 제사를 올림으로써 정통성을 보장 받았다. 민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태산에 대한 숭배와 제사지내는 법도가 활발했고 지금도 태산에 대한 신앙심은 중화국민의 뇌리 속에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태산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대표할 만한 인문의 산이라는 명산 문화적 지평과 가치를 지닌다. 중국에서는 가장 이른 시기인 1987년에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이 되었다. 중국의 태산은 동아시아 산악문화에서 태산문화를 일으킨 진원지이다. 

중국의 오대산이 한국과 일본에 전파되어 오대산앙을 형성했듯이 중국의 태산은 한국, 베트남, 대만 오키나와 등지에서 동일한 산 이름으로 예술작품 생활상의 관용어 민속신앙과 같은 다양한 문화를 낳게 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