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장날이면 ‘저잣거리’라는 말을 썼다. 이는 오늘날 시장(市場)을 일컫는 말로 흔히 “저자 가자” “오늘 저자에 뭐가 많이 났더냐?”는 등의 말을 했었다. ‘입이 저자라면 반찬 마를 날이 없다.’는 말이 있다. 입에서 내뱉는 말대로 이뤄진다면 무슨 일인들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말처럼 모든 일이 제대로 이뤄진다면야 무슨 걱정인들 있으랴마는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선거에서 내세우는 공약(公約)은 얼마 못가서 공약(空約)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즉 헛구호 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안팎으로 최저임금 문제와 북한의 핵 폐기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핵 폐기 문제는 차후로 돌리고 이 글에서는 최저 임금 문제를 짚어보기로 하겠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2020년에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만원으로 하겠다고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2020년은 아니지만 내년도 최저 임금은 8,350원으로 결정이 났다. 이 인상액은 전년도 대비 10.9%나 오른 금액이란다. 문재인 정부 들어 매년 최저임금이 10%이상 오른 셈이라지만, 2020년도의 최저임금 만원 공약은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서는 시간당 만원은 고사하고 8,350원의 임금을 지급하고서도 타산이 맞지 않아 규정에 따를 수 없다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공약을 지키라며 목청을 돋우고 있으니, 내년도 임금인상액은 사업주나 노동계 모두 불만인 셈이다. 사업자는 지금 결정된 임금조차도 큰 부담감을 갖는 반면 노동자는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친다는 주장이다. 노동자의 말로는 자기 혼자만의 생계비가 아니라 보통 2~3명의 가족을 부양하고 있기 때문이며, 사업자는 예를 들어 직원 4명을 고용하고 있다면 연간 2,000만원의 인건비가 추가되는 것으로 전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이 소상공인과 노동자 사이의 주장이 다르고 업종과 종업원 수에 따른 입장 또한 다르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을 올려 주고 싶으나 돈이 없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주 52시간 근무제 근로기준법과 1일 8시간 노동제를 엄격히 적용한다면, 근무시간마저 줄어들어 임금인상과 인력난 때문에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이에 소상공인은 최저임금대로 시행할 수 없다면서, 정부에서 저들을 범법자로 만들지 말라며 시위를 하고, 노동계에서는 생존권 투쟁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 75%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의견이란다. 그러니 결국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구인 광고도 급격히 줄어들었단다. 직원을 줄여서라도 사업은 계속해야할 판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찬.반이 엇갈려 민주노총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최악의 인상”이라고 비판하고, 참여연대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8,670원 가량 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는 “공약을 폐기하라”고 주장한다.

 사업은 모름지기 돈을 벌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이익이 남지 않는다면 그 사업은 접을 수밖에 없다. 작년도에 이익을 내지 못한 기업이 무려 26만개로 이는 전체의 38%에 해당한단다. 정부에서는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백방 노력하고 있으나 기업체는 줄줄이 도산되고 있는데다 근무 시간은 줄어들고 임금은 인상되며 만든 물건은 제대로 팔리지도 않는 현실이다. 시가지에 나가보면 빈 점포가 많다. 

 정부가 나서서 자유 경제를 주장하려는 정책은 결국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유경제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 이뤄진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부흥의 발판이 된 70년대를 돌아보자. 그 때는 노동자들이 저 임금이었으나 밤낮없이 일했다. 비록 과로로 몸은 축이 났으나 그래도 자녀교육,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를 향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견뎌냈다. ‘잔업’이라는 특근으로라도 돈을 벌수 있음에 행복해 했다. 물론 그 때 일이 잘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그 때의 피와 땀이 지금의 우리나라와 가정의 부흥을 가져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노동자는 어떻든 돈을 벌어야 한다. 밤이든 낮이든 돈을 많이 벌 목적으로 피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 노동자의 삶을 위한다며 최저임금을 무조건 올리려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 노동자로서는 노동시간을 늘려서라도 돈을 모으고 싶지만 위법 행위가 되고 사업자로서는 최저임금의 인상 때문에 직원을 줄여야 타산을 맞출 수 있으니 결국 실업자만 늘어난다. 어느 젊은 노동자는 방송에서 근무시간을 늘여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데 제약된 규정 때문에 정부에서 주창하는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저녁을 굶는 삶’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하루 10시간의 노동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노동자는 돈을 벌여야 하는데 우선 일자리가 없고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싶지만 근로시간 제약과 최저임금 문제 등으로 자리가 없단다. 사실 건강한 청년이라면 불과 몇 시간 더 일을 하는 것이 그렇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업자는 하루 무려 14시간을 일하고 있다고 한다. 직업에 따른 불균형 또한 심각하다고 한다. 최저임금 불복종이 확산되고 있다. 소상공인은 다 죽게 되었다며 주먹을 불끈 쥐고 나섰다. 소상공인 생존권을 위한 연대가 출범되기도 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관해 “힘든데 최저임금 인상이 뺨을 때린 격”이라고 비판했다. 소상공인 연합회에서는 급기야 ‘2019년 최저임금 고시 집행 정지’ 신청을 했단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어떤 사회문제가 발생할지 모를 지경이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2만원이면 얼마나 좋으랴만 국가경제와 사회문제 특히 사업자와 노동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지혜를 모아 사업자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주고자 모색하고 있는 줄 안다. 어떻든 최저임금 만원은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