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자연속의 기는 평지보다는 돌출된 산봉우리에 많이 발생하고 그중에서 흙으로 된 곳보다는 바위 암봉에서 더 많은 지기(地氣)가 나온다고 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기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러지고 있습니다. 천기, 지기, 공기, 전기, 열기, 온기, 냉기, 한기, 습기, 원기, 정기, 생기, 사기, 악기, 화기, 호기(好氣), 노기, 사기(邪氣), 분기, 용기, 사기(士氣), 끈기, 근기 등등 매우 다양합니다.
 사람이 매우 건강한 상태는 이런 기의 존재를 느끼지 못할 때입니다. 우리가 흔히 “감기 조심하셔요!” 할 때의 감기(感氣)는 감사기(感邪氣)의 준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좋지 않는 기를 느끼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과로나 스트레스로 원기를 소진하면 허기가 되고, 허기는 생기를 앗아가 허약해집니다. 또 기가 막힙니다. 기절(氣絶)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충격 상태에 빠져 목숨이 위험한 상태를 말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허약해지면 쉽게 감기에 걸리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은 이런 대자연 속에 충만한 원기인 호연지기(浩然之氣) 많이 흡수하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단학에서는 요가나 단전호흡 방법이 좋다고 많이 권장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기가 넘치고 생기발랄(生氣潑剌)할 때를 “기똥차다”고 합니다. 그리고 힘이 센 사람을 “기운 세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 무진정은 경치도 좋고, 유서도 깊고 좋고, 건강에 좋은 기도 많이 받을 수 있기에 참 좋은 곳이지요. 이런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 기운세고, 생기가 발랄하게 넘쳐나는 기똥찬 나날이 지속되기를 희망합니다.

▶ 함안박물관에서 아라가야(안나국) 의 문화의 향기를..
 함안 박물관은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 768-1번지 있습니다. 11시 30경에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함안박물관건물 입구는 아라가야국의 대표적인 토기인 불꽃모양투창형고배 모양을 본떠 붉은 벽돌로 쌓았기에 이곳 특색을 알리는 장점을 살렸습니다. 넓은 부지의 현관 앞 야외 전시장에는 수레바퀴모양 토기 조각품을 비롯한 다양한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눈을 즐겁게 합니다.
 박물관의 구조는 1층과 2층으로 되어있습니다. 1층의 주 용도는 안내실과 수장고 등이고, 2층은 문화유물전시장 입니다.

 박물관 입장에 앞서 전정열 해설사는 “지난 해인 2010년도는 매우 뜻 깊은 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함안 성산산성 발굴현장에서 700년 된 연꽃씨를 10개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 연꽃씨앗을 국립농업과학기술원에서 발아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중 세 개가 발아되어 모두 꽃을 피우게 되었습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서, 이 연꽃을 아라홍련이라고 합니다. 연꽃들이 증식되면 연꽃축제도 개최할 것입니다. 아라홍련은 보통 연꽃과는 연꽃잎의 결속이 단단하여 처짐이 적어 언제나 생명력이 넘칩니다. 그 자태는 연분홍으로 매우 아름답고 고고합니다.” 설명을 하면서 전시실로 안내합니다. 전국에 아라홍연이 만발하여 처염상정(處染常淨)하는 맑고 밝은 깨끗한 세상이 빨리 오기를 꿈꾸어 봅니다.
 함안박물관은 아라가야의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으로 2003년 10월 건립되었습니다.

 함안박물관은 국내에 있는 고분군 중 단일 최대 규모이면서 가야시기의 것으로 널리 알려진 ‘도항·말산리고분군’ 자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우리고성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말갑옷, 수레바퀴모양토기, 불꽃무늬토기, 문양뚜껑, 미늘쇠 등 가야시기 유물을 중심으로 짜임새있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중 주의 깊은 관심으로 본 것은 말갑옷과 기마무사의 철갑과 투구입니다.
 철비늘 말갑옷은 1992년도에 함안의 해동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주민신고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형태는 철정을 두들겨서 양철판 같이 만든 후 다시 고기 비늘모양으로 만들어 가죽을 길게 잘라 한 줄씩 사이에 넣고 가죽 끈으로 엮어서 만들었습니다. 신축성이 매우 좋아 말의 활동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창칼이나 화살공격 방어에 효과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또 이곳에는 함안에서 출토된 기미무사의 철 투구와 흉갑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말갑옷을 걸친 말을 탄 철갑 기마무사는 매우 호전적이고 위협적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고구려벽화에서 나오는 기마무사가 실제적으로 존재했음을 알게 되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그 당시 마갑과 철갑으로 무장한 기미무사 출현은 마치 소총병과 탱크부대와의 전투라고 생각됩니다. 바라보기만 보아도 무서운 생각 일어납니다. 마치 영화에서 보는 중세 서양의 흑기사 같습니다.
 세계 절반의 영토를 차지하고 몽골제국을 건설한 징키스칸이 유럽대륙을 말발굽으로 짓밟을 수 있었던 것은 말 등에 발을 걸 수 있는 등자를 달았기 때문입니다. 등자의 도움으로 몽고기마대는 자유자재로 무기를 휘두르며 싸운 것이 그 주된 원인으로 봅니다. 기마에 있어서 등자가 그렇게 중요한 것입니다.

▶ 말산리 고분군에서 느끼는 소회 
 이곳 박물관에는 이것 외에도 고성에서는 출토되지 않은 목간 등이 있어 관심 있게 관람하고 박물관 뒤편에 있는 말산리 고분 한 기를 답방합니다. 말산리 고분군에는 160여기의 여인들의 젖가슴 같은 봉긋봉긋 대형고분들이 산야에 줄지어 있습니다. 이것들은 아라가야의 무덤으로 추정되어 찬란했던 아라가야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듯합니다. 조금 전에 소개한 마갑은 이곳 마갑총에서 출토된 것입니다.
 일행 모두는 박물관 뒤편 야산 언덕에 있는, 대형 고분 잔디밭에서 이곳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과 발굴에 대한 설명을 듣습니다. 이곳 고분들도 우리고장 고성의 고분들처럼 일본사람들에게 발굴(도굴?) 당하는 수난을 겪었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 발굴당시 총칼을 찬 일본 헌병들이 감독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접근을 막아 어떤 유물이 나왔고, 얼마나 많은 수량인지 조차 알 길이 없다고 합니다.
 일본사람들은 출토된 대부분의 유물들을 배에 실어 일본으로 운송했다는 것입니다. 매우 통탄할 일입니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우리나라 도굴꾼들도 한 몫 거들어 고분들을 파헤쳐 남은 유물마저 도굴했다는 것입니다. “단돈 몇 푼에 조상의 영혼이 깃든 문화유물을 도굴하여 팔아먹다니! 천벌을 받을 못쓸 사람들.”
 하기야,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유적과 유물에 대한 인식과 의식도 좀 개선해야 합니다.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렇습니다. 1996년도에 우리 고성군에서 최초로 개최한, ‘제1회 사라진 공룡 그 새로운 부활 세계공룡엑스포 축제’ 기간 중에 일일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고성문화원 향토사연구소회원들은 관람객들이 편의를 위해 송학동 고분군 잔디밭에 차일을 치고 고분군 발굴 관계 사진과 출토유물 사진들도 전시했습니다. 그리고 고분군을 찾아오는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일요일인 그날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관내 마암초등학교 학생 8명 외는 방문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나이가 어린 학생들도 설명과 전시물에 별다른 흥미가 없는지 고분군 둘레를 한번 돌아보고 이내 곧 떠나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날 점심시간이 다 된 11시경에 30세 쯤 보이는 한 무리의 일본사람들이 봉고차로 왔습니다. 같은 연배의 우리나라 남자 통역자가 인솔하여 온 것입니다. 약 20명 가까운 단체였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필기도구가 있었습니다. 물론 카메라를 가진 사람은 당연히 있었습니다.
 일본인 그들은 우리가 설명하는 것과 전시물을 매우 주의깊게 듣고 관찰 하고 깨알같이 기록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시물과 고분에 관한 모든 풍경도 카메라로 하나하나 찍었습니다. 그리고 의문점에 대하여는 질문하였습니다. 그러면 우린 보충 설명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가서 점심식사 때가 훨씬 지났습니다. 배가 고파 허기졌습니다. 그들도 배가 고프고 허기를 느꼈는지 송학동 고분군을 떠나갔습니다. 우리 일행도 인근 식당에서 곡기(穀氣)로 허기(虛氣)를 달래고 고분군으로 왔습니다. 그러자 얼마 후 이들이 또다시 찾아와 고분군을 천천히 답사하는 것입니다.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정체를 알고자 통역과 인솔을 맡은 사람에게 “이들이 고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인가, 아니면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들은 부산에 있는 작은 철강업체에 근무하는 직원과 단순 노동자들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유적지나 고적지에 가도 거의 대부분 필기도구 하나 없이, 그곳에 있는 안내 설명문도 제대로 읽어 보지 않은 채 떼를 지어 이리로 저리로 몰려왔다 몰려가며 기념사진 몇 장 찍고는 그냥 가는 게 고작입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법언(法言)처럼 그들이 과거에 저지른 죄악은 용서하지 못할 정도로 밉지만 그들이 문화유적지나 문화재를 관람하는 태도는 우리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기 전에 우리민족이 먼저 개화하여 유물들을 발굴 전시했다면 고분이 파헤치고 유물들이 도굴된 이런 낭패는 없었을 것입니다.
 D형, 이렇게 관람하다 보니 체력과 기력이 많이 소진되어 고분군 앞에 선 금송을 견학하고 곡기로 허기를 보충하고자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금송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수종으로 수령은 50여년이라고 합니다. 잘 보호 되었으면 합니다.

▶ 기똥차게 허기(虛氣)진 심신에 곡기(穀氣)를 채우고
 점심식사는 무진정 인근에 있는 한식전문인 ‘이수정’ 식당에서 곡기가 많은 정식으로 하였습니다. 4인 1상에 쌀밥 4그릇, 미더덕을 넣은 된장국 4그릇, 고등어구이 한 접시, 두부 한 접시, 고사리 산채나물 한 접시, 배추김치 한 접시, 총각무김치 한 접시가 차려진 정식입니다. 커피와 녹차는 셀프로 제공되었습니다.
 식당에는 우리 일행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이 많아 몇몇 젊은 친구와 함께 손수 음식을 주방에서 가져와 상을 차리기도 합니다. 음식은 비교적 정갈하고 맛있습니다. 한 가지 빠진 것은 구수한 맛을 지닌 숭늉을 못 먹은 것입니다. 주인이 경황이 없어 잊어버린 것이지요. 모두가 방을 나오니 주인이 숭늉 제공이 빠진 것을 알고 “제가 숭늉을 드리는 것을 깜빡 잊었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하는 말을 들으니 ‘아차 우리 민족의 은근한 정과 같은 구수한 맛을 지닌 숭늉을 마셔야 정식은 제격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식을 먹은 후 반드시 숭늉을 마시는 것이 전통한식 식습관이고 문화입니다.
 한식으로 허기진 심신에 곡기가 들어가니 몸에는 금방 생기가 돌고 원기로 충만합니다. 모두는 기똥찬 생태로 오후 답사 길에 나섭니다.

▶ 진압 비보풍수(鎭壓裨補風水)적 보이는 대사리마을 불상 동산
 14:00 경에 차는 보물 제71호인 대산리 석불이 있는 대사리 마을에 도착합니다. 마을은 도로에 인접하였고, 마을 호수는 20~30정도입니다. 마을 뒤쪽은 소나무가 많은 나지막한 산이 용트림하여 마을을 삼태기 모양으로 포근히 감싸고 안고 앞은 틔여 들판과 조금 떨어져서 구불지게 흐르는 남강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소위 풍수학에서 이야기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장풍득수(藏風得水) 등등의 명당의 요소를 두루 지닌 마을 같습니다. 대사리 석불은 마을의 안산처럼 조성한 동산에 남동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석불 앞에는 아름드리로 자란 노거수 느티나무 한 그루가 단풍진 황금빛 잎새들을 깃발처럼 나붓기며 우리를 반기어줍니다. 이 노거수 느티나무는 대사리 석불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온갖 풍상을 겪은 백전노장의 수문장 같습니다.
 주불인 좌상석불은 화감암으로 조각한 아미타불입니다. 수인은 두 손을 모아 잡은 지권인(智拳印)형태로 보입니다. 아미타불은 오랜 세월을 견디어 오는 동안 풍상우로(風霜雨露)에 시달리어 마멸이 심해 그 형태만 보입니다. 목과 두상은 부러져 없어졌고 몸체 뒤를 받친 광배인 화염형 신광도 마멸되었습니다. 극락세계의 주불인 아미타불 좌우에는 협시보살 입상이 있습니다. 오른편에 화강암 관세음보살이, 왼편에는 대세지보살이 앙련 연화대 위에 서있습니다. 또 조금 떨어진 동산 입구에는 탑재의 옥개와 목이 부려져 머리가 없는 보살상 1기가 놓여있습니다. 손에 약병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여래로 보입니다. 이곳 동네이름이 원래는 한절골 이라고 합니다. 그 뒤 일제 때 지명을 모두 한자로 표기할 때 대사리로 표기했다고 합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