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땅을 얻는다는 것은 실제로 매우 희귀한 일이다. 완전한 이론은 있지만 그 이론과 완벽하게 부합되는 완전한 땅은 없다. 설령 그러한 완전한 땅이 있다하더라도 현대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좌청룡·우백호를 갖춘 곳을 골라 찾아다닐 만큼 여유롭지도 않고 그럴 상황도 아니다. 

과학시대의 풍수는 하늘이 만들어 준 절대적 명당을 찾아다니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적합한 땅을 찾아 이를 ‘맞는 땅’으로 만들어가는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할 것이고 한발 더 나아가 ‘병든 땅’을 치유하는 방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치유하는 풍수에 대한 시발점은 통일신라 말의 선승이자 한국 풍수지리설의 시조로 역사에 알려진 도선국사의 풍수원리일 것이다. 

결함이 있는 땅에 대한 사랑이 바로 도선풍수가 가고자 하는 목표이다. 도선풍수는 땅을 어머니에 비유한다. 그 어머니의 품안이 우리의 삶의 터전이 된다. 현실에 완벽이라든가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어머니라도 얼마만큼의 문제는 지니고 있는 법이다. 피곤하실 수도 있고 병에 걸리셨을 수도 있으며 화가 나 계실 수도 있다. 도선풍수는 바로 그런 완벽하지 못한 어머니, 우리 국토를 사랑하자는 땅에 관한 지혜이다. 

도선풍수의 본질은 땅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며 그 방법론은 비보(裨補)와 염승(厭勝)이다. 비보는 지리환경의 부족한 부분을 더하고 북돋는 원리이고, 염승은 지리환경의 과한 여건을 빼고 누르는 원리이다. 풍수의 흉(凶)함을 인위적으로 조절하여 해소하는 비보·염승의 방법은 풍수고전 『설심부(雪心賦)』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산(山)에 악(惡)한 것이 보이면 대나무같이 키 큰 나무를 심어 가리고, 가까운 곳에 조그마한 악(惡)함이 있다면 키 작은 나무로 가릴 것을 권유하고 있다. 또한 물이 급하게 흐르는 경우는 인위적인 작업을 하여서 굴곡하여 흐르게 하거나, 웅덩이나 연못을 만들 것을 요구하며, 그것도 안 될 경우는 안산(案山 : 낮은 앞산)을 조성하여 보이지 않게 할 것을 요구한다. 산은 움직이기 어렵고 물은 변화시킬 수 있으므로 얼마든지 흉(凶)을 길(吉)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인 내용도 있는데 길혈(吉穴)일수록 비밀스럽게 위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양생하여 진혈(眞穴)로 만들 능력 있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즉, 기울고 우묵한 곳을 변화시켜 취할 사람, 어지러이 홈이 있는 곳을 흙을 북돋아 다듬어 쓸 사람, 쓸데없이 불룩한 곳을 정리하여 쓸 사람, 잘려나간 곳을 이어서 쓸 사람, 살기(殺氣)가 있는 곳을 피해서 쓸 사람, 달아나는 곳을 붙잡아 쓸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여러 방법 중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사례가 마을 숲이다. 마을 숲이란 임수(林藪)라는 한자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자연 발생적인 숲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인위적으로 조성 관리된 숲을 말한다. 마을 숲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조성되는데, 우선 마을의 수구(水口 : 물이 밀려 빠져나가는 곳)막이 용도로 숲이 조성되어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수구막이 비보숲이라 한다. 수구에 마을 숲을 조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풍수적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