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던 한파도 이제는 뒷전으로 물러나고, 절기도 우수를 지나고 경칩이 눈앞이다. 뒤뜰에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화단에는 수선화의 새잎이 돋아났다. 곧 들판에는 새싹으로 채워지고 어여쁜 들꽃이 필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산야에는 봄이 오는데 꽁꽁 언 한반도 정세에는 언제 쯤 봄이 오고 또 꽃이 피려나? 남북통일은 한민족 모두의 바람이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해 한반도에도 정치적인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북한에 김일성 왕조가 지배한지도 어언 70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얼어붙었던 이 땅에 세계 평화제전인 평창동계올림픽을 즈음하여 느닷없이 북한의 물줄기가 쓰나미처럼 스쳐갔다.

 우리나라 여자아이스하키 팀에 북한 선수를 섞어 말썽이 많았는데, 이를 계기로 북한에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온 것은 물론 북한의 응원단과 예술 공연단은 ‘우리끼리! 민족끼리!’ 구호를 내세우며. 우리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김정은의 여동생이자 북한노동당 제1부부장인 김여정이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내려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소를 지으며 “평양에 꼭 오세요.”라고 초청했으니, 참으로 끌릴 만 하다. 게다가 올림픽 폐막식에는 북한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며 통일전선 부장을 겸하고 있는 김영철이 방한하여 폐막식 자리에 버젓이 않았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사건의 책임자이며 유엔 제재 대상의 인물이다. 이에 자유한국당과 천암함 폭침 희생자 유족들은 김영철의 방한을 적극 반대했으며, 한국당은 방문 저지를 위해 통일대교에서 밤샘을 하면서 16시간이나 감시를 했으나, 우회도로를 따라 몰래 들어오고 말았다. 미국 정부도 “ 김영철이 천안함 기념관에 직접 가 그가 책임 물어야 할 일을 직접 봤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 감정을 의식한 정부는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지만, 김영철의 지시임은 알 수 없다. 과거보다 실질적 대화가 중요하니 대승적 차원에서 양해해 달라”고 했다. 사실 분노하기 보다는 어떠한 성과를 낼지 우리가 얻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이자 백악관 보좌관인 이방카 보좌관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 방문 때 찍은 사진을 선물로 전달했는데 ‘멋진 올림픽 되길’ ‘우리는 이긴다.’라는 자필 메시지와 함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이방카와 비공개 대화를 통해 ‘미국의 남북대화 지지에 감사하며,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했다.’면서 “한미 양국이 영원히 함께하길 바란다.”며 북핵문제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그러나 이방카는 오히려 ‘비핵화를 위한 최대한 압박’을 강조했는데, 하필이면 23일(현지시각) 트럼프대통령은 ‘사상 최대 대북 제재 안’을 발표하고 해상 봉쇄를 통해 북핵 프로그램 자금의 원천 차단을 발표했다. 만약 이 제재마저 먹혀들지 않으면 2단계 조치로 이어져 세계에 대단히 불행이 될 것이라고 경고 했다. 하필이면 평창올림픽 기간 중에 강력 제재 발표를 한 것은 대화보다 비핵화에 최대한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의 눈은 평창올림픽 폐막식을 통해, 김영철 일행과 이방카 보좌관이 접촉할 가능성을 두고 점쳐왔다. 이방카는 미국 정부 대표 단장 자격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했으며, 미국 정부 정책에 깊숙이 관여를 하는 역대 최고 영향력 있는 대통령의 딸이다. 더구나 김영철 일행 중에는 대미 정책을 담당하는 북한 관리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북미 접촉 가능성을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 기대는 빗나갔다. 북미의 대표단들은 일체 접촉이 없이 먼저 이방카는 미국으로 귀환하고 말았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유엔의 제재 조치로 북한은 궁지에 몰려 있다. 겉으로는 해볼 테면 해 보라지만, 북한으로서는 숨통이 막힐 지경이다. 그렇다고 핵을 폐기한다면 북한 체재가 하루아침에 무너질게 뻔하다. 말이야 체재를 보장하고 국제 사회에서 살길을 열어주겠다지만, 북한은 과연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국제경제를 이겨 나가기에는 너무나 밑바닥에 머물러 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대통령은 고차 방정식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한 통일을 계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대통령은 평창에서 김영철 일행을 접견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본질 해결을 위해서는 북미대화가 조속히 열려야하며 아울러 북한의 비핵화를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영철은 북남과 북미 대화는 같이 발전해야 한다며, 미국과의 대화 용의가 있다고는 했지만, 비핵화에는 답변이 없었단다. 미국은 이 메시지를 접하고 북미 대화 용의가 비핵화 첫걸음인지 지켜보겠다는 자세이다.

 평창올림픽을 기하여 한국으로 내려오는 북한 사람들을 ‘방한’이라고 하지 않고 왜 ‘방남’이라고 하는가? 한반도가 언제 북한과 남한으로 국명이 정리되었는가?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방한이라고 안하고 방남이라고 하는데, 나는 왜 그런 용어를 쓰는지 알 수 없다”라고 했다. 참으로 적절한 지적이다. 물론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용어지만 참으로 거북하다.

 앞으로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될까? 모처럼 얻은 남북한 화해 분위기를 깨뜨려서도 안 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번에 또 북한이 속임수로 남한을 휘저었다면, 속고 속인 대가는 참으로 혹독한 겨울이 한반도에 닥칠 것이다. 세계는 지금 북미 대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은 비핵화 없이는 대화를 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독일의 장벽처럼 삼팔선의 철조망은 언제 걷힐 것인가? 한반도에 희망찬 새 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