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하는 사람은 사욕을 버리고 정직과 공정을 무기로 삼아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같은 선택이 궁극적으로 변하지 않는 백절불굴의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새로운 정치관을 무장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얻어내야 하는 것은 국민의 복리와 함께 결코 변하지 않아야 한다. 이 때문에 우리의 정치가들은 늘 공정한 정치, 정직한 정치를 말했고 자신의 모든 정력을 바쳐 그것을 이루겠다는 약속과 다짐을 해 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치가 스스로 공정한 정치 그리고 그것을 통해 모든 국민이 바람직하게 살아갈 수 있는 논의가 빠져있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군주는 백성들이 외우내환에 쓰라린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철두철미한 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실천하여야 만이 비로소 군주의 품위를 갖추었다 할 것이다. 그러나 헌정사상 국민 복리를 위한 대통령이 몇 분이나 있었을까? 

이천 여 년 전 맹자는 말하기를 군자에게 세 가지 즐거움이 있지만 천하에서 임금(王) 노릇하는 것은 여기에 들어있지 않다. 첫 번째 즐거움은 부모가 모두 생존해 계시며 형제에게 아무런 사건이나 일이 없는 것이 첫번째 즐거움이요 위로는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는 인간에게 부끄럽지 않고 대문밖에 나서서 세상을 내다보아도 한 점 부끄럼 없는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에 뛰어난 영재를 얻어서 가르치고 기른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군자나 선비에게는 세 가지의 즐거움이 있지만 천하에서 왕이나 대통령 하는 것은 여기에 들어 있지 않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정책이 효율적인지 그렇지 않은지 그것을 실행하는 스스로가 얼마나 청렴하고 도덕적으로 떳떳한 상태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로움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를 강조했던 맹자의 정치학은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을 때 얻는 도덕적 즐거움은 스스로 행복하고 정직한 정치가로 배출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천작(天爵)도 있고 인작(人爵)도 있다. 인함(仁)이나 의로움(義) 충성스러움(忠) 믿음(信) 등과 같은 도덕덕목을 행하고 착하게 사는 것을 즐거워하면서 이러한 삶을 사는데 게으르지 않는 것이 바로 천작이다. 이에 비해 공(公) 경(卿) 대부(大夫)와 같은 벼슬은 인작이다. 옛날사람들은 천작을 닦고 나면 인작이 주어졌지만 지금 사람들은 천작을 닦아 인작을 구하려 한다. 그리고 인작을 얻고 나면 천작을 버리니 그 잘못됨이 참으로 크다. 이러한 잘못은 끝내 모든 것을 잃게 할 따름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 사회에서 대통령은 모든 국민들이 내리는 가장 존귀한 인작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이 같은 인작은 좋은 정치가가 되기 위한 철저한 자기 수양을 한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대통령이 되었을 때 누구보다 공정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내려지는 것이어야 하며 이 때문에 인작보다 천작을 우선시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어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늘 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뿐 정작 내개 행복하고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정치의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많은 정치가들이 불행으로 막을 내렸던 것은 어쩌면 인작만을 쫓고 천작을 버린 결과가 아닐까 싶다.

천작을 따라 살면 자연스럽게 인작이 주어지는 원론을 천륜의 경구로 삼는 것이 현대 문명에도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