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사에 큰 상처를 남긴 2017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촛불혁명이니 대통령 탄핵, 북한의 핵 개발 등은 후대 역사에서 어떻게 평가될지 궁금하다. 그러나 지금도 적폐청산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사람의 실수나 부주의 또는 고의로 일어난 사고를 재난으로 보고 인재(人災) 또는 인재사고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 재난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러나 우리 땅에서 잊을만하면 터지는 재난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항상 사고가 나면 그 후에 책상머리에서 안전 강화지침이라는 공문을 발송하지만, 또 다시 도돌이표로 이어진다. 인명 사고가 나면 부랴부랴 정부며 정치권에서부터 난리들 친다. 거기서 내뱉는 말은 “다음에는 반드시 이런 일이 없게끔 하겠다.”라는 빈 약속과 네 탓이다. 

 지난 12월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에 불이 나서 귀한 목숨을 29명이나 잃었고 39명이 부상을 당했다. 가족들의 증언에 의하면 “여보! 살려 줘”라는 전화를 받고 119에 신고를 하고 나서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한 휴대폰에서는 딸과 아내, 아버지의 통화내용이 공개 되었다. “아빠 불났어!”, “어디?”, “당신 차가 보여요. 유리창이 안 깨져요. 연기가 올라 와요” 등의 긴박한 통화를 하고서도 장모와 아내, 딸을 잃은 가장. 외할머니, 엄마와 딸의 3대가 딸의 수능을 마치고 외가에 가서 목욕탕에서 함께 목숨을 잃은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지막 유언(?)이 된 이 통화 내용을 어찌할 건가? 아마 그 유족의 귓전에는 한평생 그 절규가 맴돌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발 빠르게 현장에 방문 했고, 국무총리도 뒤 따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족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를 했다 그러나 일부 유족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월호 이후 달라진 게 뭐냐?”며 항의를 했고 “사람이 우선이라는 문재인 정부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대처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나라를 만들겠다던 현 정부의 각오는 결국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도 소방당국의 늑장대응과 불법주차, 드라이비트라는 외벽 시설 등이 문제가 되었다. 2층은 여성목욕탕이고 3층은 남성목욕탕인데 3층의 손님은 생명에 지장이 없고 2층 여성만 20명이 사망했단다. 그 이유는 2층에는 비상용 탈출구에 옷 바구니를 두는 시설을 해 놓아 비상구를 찾지 못했으며, 3층에는 이발사가 비상구를 열어 손님들을 탈출 시켰기 때문이란다. 더구나 2층의 유리창만 깨뜨렸어도 뛰어내려 생명을 구힐 수 있었을 터인데, 그 마저 손을 쓰지 않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사고 후 여성 출입문에는 손바닥으로 찍힌 흔적이 생생했다. 얼마나 아우성을 치며 처절했겠는가?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이렇게 많이 희생되지는 않았을 것이란다.

 여야 대표들이 한결 같이 제천 사고 현장으로 몰려갔다. 그런데 여기서도 정치 쇼 판이 벌어졌다. 민주당 대표는 소방공무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한국당 대표는 현 정권의 재난대처의 무능함을 지적했다. 왜 여기서 소방공무원 증원의 필요성이 나왔는가? 소방 인력의 부족으로 이런 대형 사고가 났단 말인가? 불이 나자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제대로 대응이 되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는 판국이다. 참으로 싹수없는 발언이다. 정부에서는 소방 직원을 늘려야한다며 새해 예산도 확보 해 놓은 상황이다. 떼거리보다 제 맡은 업무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유족들이 소방 초기 대응을 문제 삼는데 대해 소방 당국은 해명을 하지만, 유족들은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우선 유리창 좀 깨 달라고 했으나, 그것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와 같이 현장 대응을 잘 못해 참사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즉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란다. 이번 참사는 2015년 의정부에서 발생한 아파트 사고와 유사하다고 한다. 당시 5명이 숨지고 120여 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참사의 원인은 건물 외벽 마감제인 드라이비트 시설 때문이란다. 이 드라이비트는 저렴한 단열재일 뿐 아니라 외벽의 색상에도 아름다움을 더해 건축 자재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 드라이비트공법은 중간에 설치한 스티로폼 재질에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와 함께 삽시간에 위로 타오르게 된다. 우리지역에도 학교며 공공기관에도 이 드라이비트공법으로 외벽이 설치되어 있다. 항상 안전에 주의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원로교육자며 석학인 김동길 박사의 말버릇 “이게 뭡니까?”가 생각난다. 지난해 12월에 일어났던 사고들을 되짚어 보면 참으로 “이게 뭡니까?”이다. 3일에는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가 있었다. 이른 아침 인천 영흥도 해상서 22명이 탑승한 낚싯배가 유조선과 충돌하여 15명이 사망했다. 이것 또한 조사 결과 인재로 밝혀졌다. 쌍방이 충돌을 피하기 위한 초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사 안전 법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5인승 어선을 낚시 어선으로 무리하게 개조를 했다고도 한다. 또 목동이대병원의 신생아 3명 사망은 어떤가? 국가에서 출산 장려를 하고 출산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며 연일 매스컴을 달구고 있다. 그러나 애써 낳은 신생아도 제대로 기르지 못하는 현실이다. 참으로 “이게 뭡니까?”

 왜? 우리나라에는 이처럼 인재가 끊이지 않는가? 

 잊을만하면 후진국 형 대형 안전사고가 난다. 그 원인은 지나치게 경제성만 강조하는 문화 때문이란다. 참으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그립다.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인재(人災))라는 말이 이 땅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제발 인재만은 대물림이 없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