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의회의 원칙적인 기능은 주민을 대신하여 행정집행부를 견제, 감독하는 것이다. 그 수단은 조례제정, 행정사무 감사, 예산심의가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매년 열리는 행정사무감사는 그런 면에서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리어도 과언이 아니다.
 고성군 의회도 지난달 28일부터 12월 5일까지 행정사무감사를 펼쳤다. 올 한 해 동안 집행된 행정의 행위에 대하여 감사를 벌이고 잘잘못을 따졌다.
 이를 바탕으로 군정질의를 통하여 정책결정권자인 군수의 행정운영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도 제시할 것이다. 3천여억 원이 넘는 예산편성안도 심의해 내년도 사업방향을 구체화 시킬 예정이다.

 특히 올해의 의정 비를 동결 시킨데 따른 의원 개개인의 불편한 심기도 없지 않았겠지만 감사장에는 핸드폰을 가지고 가지 않는 등 정례회를 앞두고 의원들의 결의도 단단하였다.
 28일부터 실시된 행정사무감사에는 예년과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우선 집행부의 답변에 대한 명확성을 요구하기 위해 슬라이드 영상도 설치되었다. 해당 실과장이 답변할 수 있었고, 양해를 얻어 담당팀장도 설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의회 회의진행 형식을 숙지하지 못한 하급직원이 불쑥 발언에 나서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내용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었다.
 의원들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동료의원의 질문과 집행부의 답변을 경청했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비공개 협의를 위해 집행부를 외부로 보내기는 했지만 흐름을 끊는 정회 없이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의원별로 돌아가며 집중적인 추궁을 했고, 부족한 부분은 동료의원이 추가질문으로 지원했다. 사전 자료제출 지연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상황에 기반 하여 민원을 수렴해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문제의 초점으로 부각되었다.
 임기웅변식의 답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근거자료 제시를 요구하는 등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감사 이튿날에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10시를 넘기는 강행군의 감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참으로 반갑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년보다는 달라져도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에 비해 고성군 집행부의 감사준비는 성실하지 못했다.
 의원들의 지적사항에 대하여 행정절차와 관례를 들어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히고, 추진되지 못한 부분은 솔직한 자세로 의원들의 협조를 구하는 모습은 진일보한 형태이지만 30년 공직생활의 노련미로 의원들의 발언 본질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고, ‘이번만 넘어가면 그만이다’는 생각으로 넘어가다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경우도 있었다.

 행정감사가 잘못된 행정을 캐내는 것에는 일정 정도의 성과를 보이긴 하지만 정책감사가 되지는 못한 아쉬움도 있기는 했다.
 주민들의 선출로 뽑힌 의원이나 공무원도 모든 지향점은 주민의 행복이 우선되어야 한다. 잘하는 분야는 칭찬할 수 있어야 하고, 지원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잘 하려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는 재발방지를 위한 대안 마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서도 심도 깊고 정당하게 심의될 수 있길 바란다.
 아울러 고성군 행정은 이번 행정사무감사에 지적된 당항포 엑스포사업소의 비수기 에 따른 엑스포관람객 흡수방안 강구, 엑스포 수익금 필수경비 전액 세입조치, 우렁이 관행농업지원 확대, 고성군 특산물 홍보대책 미흡 ,녹색농촌체험마을 정상운영 점검, 귀농인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 등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서 하루빨리 시정하고 보완 조치해야 할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왜 지난 감사에서 자적된 내용을 아직도 시정 하지 않았느냐”는 소리는 내년부터는 사라지길 바란다.
 고성군 의회는 앞으로 남은 일정동안 충분히 훌륭한 성과를 이룰 것으로 믿는다. 이같이 노력하는 모습을 진작 보여주었다면 군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