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설계에 있어 무등록 무자격자의 불법 측량행위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이로 인한 부실공사 등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은 각종 인허가 관련 측량도면 및 설계도서 작성 업무를 일반측량업 등록자의 업무로 보고 있다. 또 도면 작성은 측량기술자가 아니면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측량업 등록을 하지 않은 일부 토목설계 사무실에서 인허가 신청을 하고 있고,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측량업 미 자격자는 인허가 신청을 할 수 없는데도 행정은 이를 묵과 하고 심사를 통과 시킨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미숙한 측량도면이 양상 될 우려가 크고 차후 부실공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민원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결국 피해는 개발의뢰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 같은 피해는 지난해 고성군 모 처 개발행위에서 고스라니 드러났다. 모 토목설계 업체에서 무자격자의 잘못된 측량으로 분쟁이 발생해 소송으로 이어져 의뢰인이 큰 피해를 입은 사례다
측량기술자의 오류는 기술자의 책임이지만 무자격자의 설계도면 오류에 대해서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이 업체는 행정 처벌을 피해갔다.
개발행위, 산지전용, 농지전용 등의 인허가 절차는 대부분 토목설계 업체에 의뢰한다.  업체는 목적에 따라 기본현황 측량을 하고 도면을 작성한다. 건축행위가 동반 되는 것은 토목설계서를 건축사무소에 넘긴다.
이들 행위 중 산지전용은 반드시 측량기술자 도장이 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관내 토목업체 중 측량기술자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8개 업체 중 단 한곳인 것으로 나타나 나머지는 기술자 도장을 불법 대여하여 사용한 것으로 의심된다.
개발행위, 농지전용도 상황은 같다. 이들 행위를 위해서는 경계복원측량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데 이는 지적공사에 의뢰하는 반면 기본 현황측량은 토목설계 업체가 직접 하는 것이 관례라는 것. 하지만 측량 자체가 측량기술자가 아니면 불법인 것을 감안하면 관내 대다수 토목업체는 이러한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돼 제도적 개선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는 토목설계서 작성에 있어 자격증 같은 특별한 규제가 없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지만 도면 작성을 위한 측량을 할 때는 지적공사 또는 자격자가 해야 함에도 대부분이 이를 무시하면서 영업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의뢰인(사업주)들은 이 같은 사실들을 자세하게 모르다 보니 토목설계 업체만 믿고 맡겨 추후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보상에 대한 논쟁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경남도는 지난 7월, 각 지자체에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측량도면 및 설계도서 작성 등 각종 측량을 수반하는 경우 측량업체 및 기술자 등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라”는 공문을 하달했다.
또한 무자격자 뿐만 아니라 측량 자격증을 불법으로 대여하는 사례도 확인된 만큼 적극적인 신고도 당부했다.
고성군 관계자는 “건축설계는 라이센스 도장으로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이다. 이에 반해 토목설계는 문제가 발생했을 시 어떤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며 “측량서도 자격자 도장이 찍혀 있다 보니 서류접수 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자격자가 측량을 하는지 행정에서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노릇이고, 법적 제도가 좀 더 구체화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축설계는 문제가 발생하면 행정 처벌을 받지만 토목설계는 이런 제재가 없어 사업주가 피해를 입게 되는 구조는 분명 모순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성군에는 8곳의 토목설계 업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들 업체 중 경남도에 측량업 등록을 한 업체는 1곳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나 그동안 측량서를 첨부한 인허가 신청은 이곳을 제외하면 모두 불법 또는 불법 자격대여가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