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배운 것을 올바로 펴 볼 생각은 않고 자기 배운 것을 굽혀가면서 세상의 비위를 맞추어 출세를 하려는 그런 태도나 행동을 가리켜서 곡학아세라고 말한다. 이 말의 출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원고(轅固)란 사람은 한나라 경제(한경제:漢景帝) 기원전 157-146 때 학자로 시경(詩經)에 능통했기 때문에 박사(博士)가 되었다. 원고는 성질이 강직한 사람으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면 칼이 목에 들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겁내지 않고 말을 했다.
 한나라 경제(景帝)의 어머니 두태후(竇太后)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노자(老子)의 숭배자였다. 언젠가 원고가 박식이란 말을 들은 두태후는 그를 궁중으로 불러들여 노자의 내용에 대해 물었다.

 원고는 유학자로서 노자의 신봉자들을 미워하고 있던 중이었으므로 원고는 대답하기를 “그런 것들은 하인이나 종들이 하는 말에 불과합니다.”하고 첫 마디에 내려깍았다.
 성이 날 대로 난 두태후는 원고를 가축사육장으로 들여보내 돼지를 잡도록 시켰다. 한나라 경제(景帝)는 그가 유학자로서 자기 소신을 말한 것뿐 다른 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몰래 그에게 아주 잘 드는 칼을 보내 주었다. 서투른 원고였지만 원체 칼이 잘 들기 때문에 과히 어렵지 않게 돼지를 잡을 수 있었다.
 그 뒤 얼마가 지나자 경제임금은 원고를 청렴정직한 선비라 하여 그를 청하왕(淸河王)의 태부(太傅)로 임명했다.

 원고는 오래도록 태부직에 있다가 병으로 그 자리를 물러났다. 경제(景帝)의 다음 황제인 무제(武帝)(기원전 147-87)가 즉위하자 원고를 현량(賢良)으로 발탁하여 조정으로 불러 올렸다. 그러나 아첨을 일삼는 무리들은 원고의 입바른 소리가 무서워 그를 어떻게든지 밀어 내려했다.
 그 때 원고의 나이 벌써 구십 세가 넘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일제히 “원고는 이제 너무 늙어서 아무 일도 볼 수가 없습니다.”하고 맞장구를 치며 그를 헐뜯기 시작했다. 무제는 그를 파면시켜 집으로 돌려보내고 말았다.

 원고가 조정으로 불려 올라왔을 때 엉큼하기로 유명한 공손홍(公孫弘)도 함께 올라오게 되었는데 공손홍은 원고의 바른 말이 무서워 그를 몹시 꺼려했다.
 그 공손홍을 보고 원고는 이렇게 말했다.
 “배운 것을 올바로 말하기를 힘쓰고 배운 것을 굽혀 세상에 아부하는 일이 없도록 하게(무정학이언 무곡학이아세:務正學以言 無曲學以阿世)”
 (사기) 유림열전(儒林列傳)에 나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