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시대와 민족에 따라 다양한 장례풍습이 이뤄져 왔다. 지금 우리나라의 장례법은 주로 화장을 하여 납골당에 그 유골을 안치하지만 과거에는 매장형태의 장례를 치렀다. 앞으로는 미래지향적이라며 수목장을 권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장형의 장례로 많은 국토가 점유 당하는데 대한 해결 방안의 일환이다. 

 옛날 고구려 시대에는 고려장이라는 독특한 장례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고려장이란? 중국의 역사서에 기록된 것으로 고구려와 부여에서는 부모가 늙어 70세가 되면 자식이 부모를 지게에 지고 미리 준비해 놓은 산중에 옮겨 얼마간 비치한 식량으로 목숨을 부지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게 되면 장례를 치루는 제도였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 순장제도와 함께 잔인한 장례 방법이었다. 전설에 의하면 이 장례법이 철폐가 된 연유가 박정승의 이야기로 남아있다. 내용인즉 고구려 때 박정승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도 연세가 70세 되는 어머니가 있어 고려장을 해야만 했다.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깊은 산속으로 올라가 움막에 어머니를 내려놓고 서운함에 머뭇거리니 어머니는 해가 저물기 전에 서둘러 내려가라며, “내가 올라올 때 네가 길을 잃을까 봐 나뭇가지를 꺾어 온 길을 표시 해 놓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되어 어머니를 도로 지고 내려와 집안에 숨겨 놓았다. 그 무렵 당나라 사신이 말 두 마리를 끌고 고구려에 와서 “이 두 말 중에서 어느 말이 어미이겠느냐?”는 문제를 내었다. 만약 이 문제를 못 맞히면 조공을 더 올려 받겠다고 협박을 했다. 이 문제를 맞히는 사람이 없어 곤란한 처지에 박정승의 어머니가 말하기를 먹이를 줘 보아 먼저 먹는 말이 새끼 말이라고 했다. 짐승도 먹이를 새끼에게 먼저 먹인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어미 말과 새끼 말을 골라내었던 것이다. 임금은 매우 칭찬하며 박정승의 소원을 물었다. 이에 박정승은 노모를 숨겨 놓은 사실을 사죄하고 고려장 제도를 폐지하자는 소원을 말했다. 이로서 고려장 제도는 철폐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고려장제도는 우리 역사서에는 기록이 없으나 순장제도는 삼국사기에서 신라 지증왕 때 순장의 풍습을 금했다고 기록이 되어있다. 연만한 노인은 삶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옛말에 할머니는 손자의 거름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 어머니는 지금 요양원에 계신다. 이를 두고 어찌 어머니를 집에서 모시지 않고 요양원에 두느냐고 의아해 하는 지인도 있다. 어찌 보면 불효처럼 느껴진다. 사정은 지난 설날에 어머니가 몹시 불편해 하셔서 읍내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위급하다며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 진주경상대병원에 갔다. 병명은 허파에 물이 찼단다. 주사기로 물을 뽑는 수술을 마치고 그날 밤 병실로 옮겼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더 검사를 해보더니 결핵과 백혈병, 치매 등의 병세가 드러났다. 문제는 백혈병이었는데 이를 두고 의사끼리도 의견이 달랐다. 한 의사는 정밀 검사를 해 봐야한다고 했고, 다른 의사는 백혈구의 증감으로 반드시 백혈병이라고 볼 수 없으며, 더 큰 문제는 비록 백혈병이라고 해도 연세가 많으니(당88세) 검사과정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거기에다 수명도 얼마 안 남았는데 젊은 사람도 감당하기 힘든 검사를 꼭 받을 필요가 있겠느냐? 고 했다. 형제들도 처음에는 후회 없이 검사라도 받아 보자고 했으나,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보름 정도 입원 치료를 마치고 퇴원을 하게 되었는데, 병원 측에서 곧장 집으로 퇴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처음 아내가 그 사실을 알고 나와 형제들에게 알렸으나 모두들 그 처방을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사의 의견을 자세히 듣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우선 병의 경과를 의사가 수시로 점검을 해야 하고 호스로 혈변을 받아내니 대소변 관리가 제대로 안된단다. 결국 집에서 방문하기가 편리한 가까운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그 후 어머니는 병문안만 가면 집에 가자고 하셨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조금만 기다리면 모시고 가겠다며 달랬었다. 처음에는 아내와 나는 매주 방문을 했는데 특히 어머니가 약을 제대로 못 드셔서 떠먹는 요구르트에 섞어서 드시니 사 가야했고 간식도 준비했다. 이제는 반년이 지나니 요양원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는지, 아니면 치매기로 집에서 마음이 떠났는지 집에 가자고는 안하시지만 안쓰럽다.

 이 같은 노인 요양원 입원을 두고 고려장에 비유한다면 좀 지나치기는 하지만, 늙고 병들어 처소를 옮긴 사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현대판 고려장은 장점도 많다. 어머니는 해마다 여름철이면 얼굴이며 몸 전체 곳곳에 부스럼이 나고 가려움에 결국 헐어서 피가 나기도 했다. 병원에서는 대상포진의 일종이라면서 처방을 해 주었으나 제대로 낫지가 않았다. 그러다가 여름이 지나 찬바람이 나야만 진정이 되었다. 해마다 맞는 계절병이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전혀 그런 기척이 없다. 이것 또한 큰 소득이다. 요양원에서는 의식주는 물론이요 용변, 목욕, 건강관리, 청결유지에다 심지어 손톱에 매니큐어도 발라 준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셔두니 우리 내외의 생활이 자유롭다. 우리부부도 이미 고려장을 눈앞에 둔 나이로 건강이 원만하지 못하다. 때때로 허리며 다리가 아프기도 하고, 취미생활을 하려면 집도 자주 비운다. 만약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면 삼시 세끼 식사는 물론이요 지병의 치료며 치매로 배설문제, 가스‧전기 등 위험에도 노출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현대판 고려장’은 편리한 사회제도라며 ‘변명’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