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꿈을 지니고 산다. 어제 보다는 오늘. 오늘 보다는 내일의 생활이 좀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갖고 사는 것이다. 만약 그 꿈이 이뤄지지 않으면 온전한 삶을 영위할 수가 없다. 그러나 꿈과 현실은 반드시 일치할 수 없으며, 준비 안 된 노후의 삶이나 직업이 없는 젊은이의 생활은 고달프다. 이를 모두 자신의 잘못으로만 탓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한마디로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사회 나아가 국가의 책임도 있는 것이다. 

 60년대 우리나라의 농촌 상황을 되돌아보면 대체로 대가족제도 아래 한 가구당 식구가 10여 명이나 되었다. 그때는 인력으로 농사를 짓다보니 청년들이 농촌에 많았었다. 모내기를 하거나 추수를 할 때는 서로 품앗이로 노동력을 모았었다. 그런데 근대화로 농기계가 보급되면서 그다지 많은 인력이 소용없게 되었고, 때마침 불어 닥친 도시의 개발로 농촌의 청년들은 도시로 진출했다.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노동력만 있으면 품팔이도 할 수 있었고 심지어 지게꾼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가 있었다. 처음에는 비록 단칸방에서 가족들이 생활을 해도 벌이가 괜찮아 몇 년 만 고생하면 판자 집이라도 마련할 수가 있었다. 게다가 기술이라도 배우면 갖가지 일터에서 보람 있는 삶을 살 수가 있었다. 이런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자식들이나마 편안한 삶을 기대하며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자식들에게 공부를 시켰었다. 비록 부모는 굶주리거나 헐벗어도 자식들이 성공하기만을 꿈꾸며 살았다. 이로서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큰 발전을 가져왔던 것이다. 

 그 당시와는 반대로 요즘에는 귀촌, 귀농이라고 해서 시골로 내려가는 도회인들이 많다. 도회지에서 아파트 한 채만 팔아도 시골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다며 부추기는 광고도 있다. 이를 귀촌. 귀농이라고 일컫는다. 귀촌이란? 촌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귀농이란? 다른 일을 하던 사람이 농사를 지으려고 농촌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풍조가 시골에 고향을 둔 사람이 자기 고향에 내려와 농사를 짓는다면 별반 문제가 없겠지만, 사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이 시골에 가서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요즘 TV에서 보면 귀농 성공사례들을 많이 방영하고 있는데, 그러나 그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현실과는 거리감이 있는 내용도 많다.

 우리 지역 고성군에도 귀농, 귀촌 인구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지역신문에 보도되었다. 이는 경기 불황과 베이비 붐 세대의 정년퇴직 등이 원인이란다. 고성군 관계자에 의하면 귀농, 귀촌하고자하는 사람들의 문의전화도 쇄도하고 있어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고성군의 인구는 해마다 줄고 있는데 반해 귀농, 귀촌 인구는 해마다 증가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조선소에서 노동자로 근무하다가 조선소의 불황과 고령으로 그 일을 그만두고 농사를 지어 보려고 계획을 했다. 농사를 짓기 위해 트랙터와 경운기 그리고 트럭도 구입했다. 하지만 농토는 자기 소유가 없어 대리 경작을 꿈꿔왔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아 결국에는 농기계와 트럭을 처분하고 도시로 되돌아가야만 했다. 매매한 농기계 가격은 반값도 건지기가 어려워 결국 손해만 보고 떠났다. 이 사람은 그래도 자기가 가진 돈으로 농기계라도 구입했었지만, 만약에 빚이나 지원금 등으로 마련했었다면 어떻게 그런 손실을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

 사람이 사는 곳에는 원만한 인간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귀촌을 했어도 지역 주민과의 유대 또한 예삿일이 아니다. 어떤 사례에서 보면 귀촌한 사람의 집 앞으로 난 길을 토지 소유주가 가로 막는 경우도 있고 사소한 문제에도 텃세를 하며 반목과 질시를 일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주민이 생각하기로는 그래도 도시에서 성공하여 별장생활 겸해서 귀촌한 것으로 생각하고 위화감을 가진다면 흔히 집단생활에서 발생하는 왕따가 따로 없을 것이다. 도회지에서 살기 고달프니 차라리 시골에나 가서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겠다는 생각은 참으로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시골에서는 출향 민들이 굳이 금의환향을 바라지는 않겠지만 옛날 같은 인심으로 이방인을 맞아들이기에는 이미 옛 시골의 정취가 아니다. 귀촌을 하고서는 도회지 아파트 생활처럼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마을의 행사나 이웃의 경조사에도 나 몰라라 하는 자세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 시골에 이주하려는 사람들은 현실을 잘 살펴보아 아름다운 노후 생활의 터전을 마련하기 바란다. 

 또 행정적으로 지역의 인구 증가를 위해 도시인을 유치하겠다며 무분별한 개발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인구를 늘리겠다는 생각만으로 노후에 생산력도 없는 노인들을 모셔온다든지 그로 인한 택지조성을 위해 자연을 훼손한다면 인구증가는커녕 더 큰 자연재앙을 만날 수도 있다. 우리지역에서도 경관이 좋은 바닷가 곳곳에는 이미 위태롭게 택지를 조성한 곳도 있으며, 전원 주택지를 분양한다는 현수막도 내걸렸다. 인구증가를 위해서는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을 유치하여 일자리를 만들어 미래지향적인 인구 증가를 꾀해야 할 것이지, 노후 쉼터를 제공하는 것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아무튼 우리지역 고성도 농어촌 특화사업의 개발로 떠나가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만은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