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시대의 경우 하늘은 멀고멀어 보이지 않으나 군주의 정치를 감시하고 있었다.
군주가 정치를 올바로 할 자격이 있는가, 올바로 하려 하는가, 올바로 하고 있는가, 등에 대해 끊임없이 점검하는 것으로 보았다. 일식, 월식, 일변, 뇌성, 촉발 등 변화와 함께 이상기온 변덕스런 기후, 짐승들의 움직임, 물색의 변화 땅 꺼짐 지진 등이 그 징조를 지칭한 것이다. 이들은 결국 군주에게 하늘이 내리는 경고에 해당하였다.
이러한 재난에 대한 설명을 보면 일상적이 아닌 것 즉 변(變)은 이(異)이고 그중 작은 것은 재(災)라 하였다. 재(災)가 먼저 오고 이(異)가 뒤따르는데 재앙은 하늘의 꾸짖음 이는 하늘의 위엄이라 했다. 이어서 하늘이 내리는 재앙은 국가의 실정을 뜻하며 이에 대한 반성과 개선 개혁의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군주의 자격이 없는 경우를 살펴보자. 왕조시대에 있어 군주의 자격을 살펴보는 첫 번째 조건은 혈통이다. 적통을 계승하고 있는가, 적통이 아닐지라도 왕자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가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왕의 핏줄이 아닌 경우 문제가 된다. 그 예가 고려 우왕과 창왕 이였다.
신돈의 핏줄로 전재되면서 고려사에서는 이들을 신우 선창이라 불러 구분했다. 예컨대 자격이 없음에 대해 하늘은 우왕의 즉위식 때 다음과 같은 재난이 일어나고 즉 그의 즉위가 1375년 10월에 있었는데 이달 초에 천동과 우박이 이틀간 계속되었으며 또 공민왕 국장일에 무지개가 해를 둘러싸고 해 곁으로 크고 작은 해 2개가 있었던 현상이 나타났다. 11월 태모 제삿날 큰비가 내리고 우레와 번개와 큰 지진이 일어나고 올빼미가 태실에서 울었다. 공교롭게도 우왕 재위 년인 1388년 사이 가뭄과 우박 등 재난은 년 간 발생률이 고려왕조에서 가장 높았다.
천재와 재난은 어떤 왕이 재위하고 있는가와 관계없이 일어나고 있는 자연현상이다. 문제는 군주가 어떠한 정치적 노력을 가하려 했는가였다. 우리나라의 식량생산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농업은 기후변동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한반도는 봄 가뭄이 심한 편에 속한다. 파종 후 이종과 함께 뿌리 내리는 기한에 필요한 수분이 부족하면 결국 실농하게 되어 흉년을 만나게 되면 이어 굶주림과 동시에 전염병 등이 창궐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가뭄이라는 재난에 대해 그 대책을 국왕의 정치 성공여부를 가늠하게 된다.
음력 5월 29일은 고려태조 왕건의 기일인데 이날은 반드시 비가 왔다고 전해오고 있다. 조선조 태종 때는 가뭄이 심하여 벼가 말라 고사 현상에 처해 있을 때 태종께서는 내가 마땅히 하늘에 올라가서 이를 고하여 단비를 내리게 하겠다하고 높은 산에 제단을 설취하여 거기서 주야로 고하기를 ‘하늘이여 비를 내리시어 백성들을 살려 주십시오’ 하였더니 과연 그 다음날 많은 비가 내려 애타는 농민들의 근심을 해소하였다는 기록이 전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