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찬 경남JC특우회 부회장

예부터 고성은 인물의 고장이라 했다. 지금도 중앙부처 도처에 산재해 있는 무수한 웅혼의 영웅들이 때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 소용됨을 알고 적재적소, 적절히 활용함은 현직 고성 정치지도자 몫이다. 

공무원에게만 맡겨 놓을 일이 아니다. 고성 발전은 거기서부터 시발점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선장 없는 고성, 쓰나미에 선원들만이라도 노를 저어 큰 바다로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위에 곧 풍비박산 나고 말 것이다.

여태까지 고성호는 선주, 선장, 갑판장, 줄줄이 법원에 출장 가서 돌아오지 않거나 출장을 연장하고 있다. 도지사, 국회의원(?), 군수 없는 고을. 그나마 조금 조용하다 했더니, 이젠 아예 삼복더위에 장작불을 코밑에서 떼는 사람이 있다.

‘철학 없는 정치인’에 고성 지역구 국회의원이 올랐다. 나는 무슨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된 걸출한 시나리오 작품상인 줄 알았다. 

이를테면 보좌관 월급을 두고 의원 가솔들이 나눠 먹으면서 생기는 묘한 심리적 갈등, 그리고 심오한 정치세계 알력과 스펙터클을 다룬 범죄 심리영화 말이다. 

이와 비슷한 영화가 있다. 황정민, 이정재, 최민식 등이 나오는 <신세계>. 탄탄한 구성, 박진감, 스릴, 모략, 암투, 정말 재미도 있었지만, 철학과 여운이 있는 영화였다.

그러나 <철학 없는 정치인>. 이 영화는 관객의 귀를 끌어다 난데없이, “고성은 철학이 없다.”라고 전한다. 그것도 강기갑의 공중부양, 표창원의 누드 전시회를 비롯한 그 무슨 현란한 정치 게임이 아니라 “법안 제출횟수와 발의 법안 내용이 철학과 정체성이 없다.”는 것이다. 세 번씩이나 뽑아 준 통영, 고성 민심을 이렇게 산산조각 낸다 말인가. 

윗물이 흐려도 요즘 아랫물은 맑을 수 있다. 한숨만 쉴 일도 아니다. 풀을 때려 뱀을 깨우고 전장에 나가 노획물이든 땅덩어리든 가져와야 고성이 산다. 고운 심성으로 10%대 재정자립도에 만족하며 누구나 주는 교부금, 양여금 처분만 바라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시사철 기후 발라 농, 어업이 고루 발달하고, 풍광 좋아 살기 좋은 고장이라 넋 놓고 있을 때도 아니다. 고성 미래는 외부에서 끌어 오는 동력에 사활이 걸렸다. 

그런 의미에서 ‘귀농 귀촌’ 프로그램을 환영한다. 하지만 엉거주춤 1인, 2인 세대 따져가며 코 묻은 돈으로 당근 흉내만 낸다면 곧 시들고 말 것이다. 

냉정한 전술과 통 큰 장기 전략으로 정성을 쏟는 만큼 인구증산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한 사람 장수가 10만 병사보다 낫다 하지 않은가. 공무원이 나서야 고성이 산다.

반면에 행정과,「출향인 등 지원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은 한마디로 실효성이 의문이다. 

고성을 무슨 무주공산쯤으로 알고 재력과 정치적 입김으로 “감내라! 팥 내라!”하고, 그에 맞춰 납작 엎드려 차량 서비스, 식사대접, 수행공무원, 선물 등을 주며 호가호위해 줄 이유는 없다.

그토록 고향이 그립고 발전이 목마르면, 핑계만 될 게 아니라 솔선수범하여 사업체를 가져오든가, 투자유치에 팔을 거둬 붙여야하지 않는가. 아니면 중앙 고위공무원, 청와대, 고성 출신 여야 국회의원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 인적 네트워크를 집적해서 예산전쟁과 사업유치전쟁에 갑옷을 입고 칼을 휘두르는 향우이면 칙사 대접을 해줘도 누가 나무라겠는가. 

정작 애착을 갖고 성공한 향우는 요란하게 깡통을 흔들어대지도 않을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출향인(행정순화 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