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학자는 학문증진에 남보다 앞서고 교육과 연구에 전문적으로 종사하는 학문이 뛰어난 다양한 지식을 갖춘 절개 높은 선비이며, 두 가지 갖추어야 할 덕목이 있다. 

그 하나는 탐욕스러운 정치인이나 관리를 올바로 교육시키는 것이오, 다른 하나는 사람으로서의 사람의 행동을 똑바로 하여 지금과 같이 삼십육 개국 중 꼴지가 되어 사회의 웃음거리가 되지 말라는 뜻이다.

학자에게 가장 요긴한 일은 의리와 도덕을 밝히는 참된 학문정신이다. 의리와 도덕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그리고 이 의리와 도덕은 쉽게 들어나지 않는다. 옛날 성현들의 의리와 도덕의 학문은 반드시 골수에 깊이 젖어들어야 이르게 되니 천박하고 경솔한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고 하여 의리와 도덕을 밝히는 것이 학자와 군자의 의무라고 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구실과 실험실에는 잠자고 먹는 것을 잊고 연구에 몰두하는 학자들이 있는가 하면 10년이 넘도록 한국연구재단의 등재후보지에 논문 한 편 발표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것도 모자라 제자의 연구결과를 가로채거나 남이 애써 연구한 결과물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 연구실적을 쌓는 자도 있다. 동문끼리 서로 논문을 인용하고 칭찬하면서 의리를 과시한다. 연구나 교육 혹은 논문지도에는 전혀 무관심하고 어설픈 취미에 몰두하면서 그것이 마치 대단한 멋인 양 으스대기도 한다.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교육이 학자의 중요한 의리이다. 교육은 미래의 인재들에게 전문지식을 함양하도록 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며 건전한 국민의식을 가지도록 계도하는 것이다. 인문학의 위기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재벌화 귀족화된 인문학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심도 깊은 수양 없이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인문학이 쉽고 재미있는 강의만 요구하는 인문학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학자는 권력가도 아니요 재력가도 아니다. 그러나 대학에는 교수권력이라는 것이 있다. 학점 그리고 학위심사교육이라는 미명으로 제자들의 인격을 무시하고 제자들을 마치 조선시대 머슴 부리듯 하며 심지어 정신병원 치료를 받게 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같은 학과 내 다른 교수의 제자들을 벌레 보듯 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학생들은 우왕좌왕 그 권력에 복종하여 그 악습을 대물림하거나 아예 그 학문을 포기하거나 혹은 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심신이 황폐해져 버린다. 학문을 핑계로 패거리를 짓고 그것을 권력으로 여긴다. 고작 골목대장에 지나지 않는 국량(局量)으로 학계의 원로를 자처하고 더 큰 권력에 아부하며 제자들의 운명을 자신이 좌지우지함을 자랑으로 여긴다. 저급한 집단 이기주의를 의리로 포장한다. 좌고우면(左顧右眄)에 능란함을 자신의 능력이라고 뽐낸다. 이러한 교수권력이 얼마나 많은 전도유망한 젊은 학자들을 절망케 하는지 모른다. 

학자 즉 교수는 학행일치의 덕목이 학자의 의리이다.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삶을 사는 학자들이 많다. 그저 학문을 밥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거나 학교 밖의 관직을 목표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학자로서 지켜야 할 의리가 아니다. 학자는 연구하고 연마한 진리 앞에서 청빈과 도덕윤리를 말하면서 뒤로는 투기와 방편적 삶을 가지는 것은 학자의 의리가 아니다. 학자가 세속의 명예와 물욕을 탐내는 것도 학자로서 지옥에 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