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홍우 전 철성초등학교 교장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국무총리 지명자인 이낙연 후보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난항을 겪어 오다, 지난 5월 31일 국회본회의에서 가까스로 인준이 되었다. 이날도 그동안 논란으로 미뤄왔던 청문보고서를 오전에야 채택하고, 오후에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져 인준이 가결된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창과 방패의 활동으로 이뤄진다. 야당에서는 후보자의 흠을 찾아내어 찔러대고 여당은 대통령이 추천한 후보가 인준이 되도록 방패 역할을 다한다. 인사청문회에서는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대상으로 하니 더욱 복잡다단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4선국회의원에다 전남 도지사를 역임했으며, 여론조사에서도 67%가 타당하다는 지지도를 보였다. 그러나 국회에서 열린 첫 인사 청문회에서 부인의 위장전입과 아들 병역문제로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아들의 병역 문제는 어느 정도 납득을 시켰으나, 부인이 서울 강남에 위장 전입한 것이 발목을 잡아 야당의 거센 공세에 시달렸다. 위장 전입을 하는 이유는 주로 땅 투기와 자녀교육 문제 때문인데, 이낙연 후보자 부인은 교사로서 자신의 근무 조건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당과 정부에서는 지나친 정치 공세를 그만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총리 인준에 협조해 달라고 했지만, 야당에서는 공약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해야 한다며 버텨왔다. 이는 문재인대통령이 선거 공약에서 ‘공정 정의’를 내세우며, “병역, 부동산, 세금, 위장전입, 논문에 문제 있는 사람은 고위공직자가 될 수 없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를 ‘5대 비리 공직배제 공약’이라고 한다.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인선 5대 원칙이 부메랑이 되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여당은 야당이 ‘협치’에 찬물을 끼얹는다 하고, 야당은 ‘협치’란 무조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면서 문재인 정부더러 위장 전입 정권을 만들 것이냐? 며 공세를 퍼 부었다. 어떻든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는 취임 후 21일 만에 인준이 된 것이다. 이낙연 총리는 임용 후 “유능하고 소통되며 통합하는 내각을 만들겠다.”고 했다. 참으로 바람직한 표현이다. 그 중에서 필자는 ‘소통’이라는 낱말에 정감이 간다. 우리는 지금 남․북한, 여․야, 지역, 사회, 가족, 남녀노소 등 국가와 사회 전반에 걸쳐 소통이 절실하다. 소통이 안 되면 결국 고인 물처럼 썩게 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취임 사흘째 벌써 정치원로 여섯 사람을 예방하기도 했단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방침은 우리나라 축구를 월드컵 경기에서 4강까지 끌어올린 히딩크 감독 식으로 학연과 지연을 타파하고 팀을 중요시하며 인재를 뽑는다고 한다. 그러나 인재를 뽑아 놓고 보니 자신이 선거 공약에서 청렴을 주장하며 5대 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고위 공직자가 될 수 없다던 그 규정에 위배된 후보자가 여럿 드러났다.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한다. 사실 능력 있고 똑똑한 사람치고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알게 모르게 지은 작고 큰 잘못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는 게 인생살이이다. 그러나 이번 국무총리가 인준됨에 따라 아직도 청문회 중인 장관급의 위장 전입 문제는 한풀 꺾이게 되었다. 청와대에서는 마침내 5대 원칙을 수정하여 고위공직자 임용 기준을 마련하겠단다. 얼핏 생각하면 대통령이 자기가 필요한 사람을 지명한데다 국민의 지지도도 높은데 앞으로 정치를 잘하면 되지 그토록 티끌을 잡느냐? 하겠지만, 지난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고위공직자 비리로 큰 파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예사로 여길 일이 아니다. 그토록 문고리 3인방이며 최순실의 국정농단 등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점을 제기 했으나, 끝가지 의리(?)를 지키더니 결국 나라도 시끄럽고 자신도 망하고 말았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부패지수가 세계에서 상위 그룹에 속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인사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으나 여기서는 ‘관리나 직원의 임용, 해임, 평가 따위와 관계되는 행정적인 일.’을 뜻한다. 국가기관이나 기업, 어떤 조직 등에서 매번 인사기가 되면 내세우는 주장이 ‘인사규정에 의거 원칙대로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고 한다. 인사위원회를 만들고, 본인의 희망 내신은 물론 심지어 여론 조사를 하는 등 다각도로 인사 검정을 거쳐 인사 발령을 해도 때마다 잡음이 인다. 인사의 어려움은 우선 희망자가 복수일 때 완벽을 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도 공직 근무 중에 인사권도 가져 보았고 피 인사에도 처해 봤다. 아무리 적재적소에 배치한다고 하지만 인사란 사실 쉽지 않다. 어떤 직책을 놓고 원칙에 따라 배치를 했어도 결국 희망대로 안 된 직원은 서운할 수밖에 없다. 또 겉으로 드러난 역량이나 특기로 판단한대도 사실 심중은 알 수 없으며, 내면을 들여다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전에는 청탁과 뇌물에 의한 인사도 많았고, 지연, 혈연 등도 한몫했다. 결국 뇌물로 자리를 산 사람은 본전 생각으로 업무 수행 보다는 부조리에 집착을 하게 된다. 그러니 어찌 올바른 국가나 사회가 이뤄질 수 있었겠는가? 흔히 상부기관으로부터 부당하게 추천되어 내려오는 임용을 ‘낙하산 인사’라고 하는데 이는 보은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정한 예들은 하루 빨리 근절되어야 한다.  

 지금도 장관급 인사 청문회에서는 여․ 야간 기 싸움이 치열하고, 후보자 자신은 국민과 대통령께 송구하다며 해명에 진땀을 뺀다. 아무튼 문재인 정부는 최적의 인선으로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