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개교한 경남고성음악고등학교를 5일 찾았다. 안진수 교장은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낸 것 같다. 그는 교가와 학교마크를 오늘 확정지었다며 웃는다. 교가 가사는 유승규 교육장이 짓고 멜로디는 학생들의 공모로 만들어질 것이라 한다. 학교마크도 학생들이 만든다. 학교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의 학교인 듯하다. 안진수 교장이 생각하는 학교가 나아갈 방향, 그 특징, 어떤 앞으로의 계획이 있는지 들어보았다.

# 초대교장으로 부임했는데
순수음악학교이며 공립학교는 전국 1호다. 첫 시도이니만큼 전국이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국영수로 한줄 세우는 시대가 끝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우리학교가 잘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우리 학교는 꿈을 키우는 다양성 학교이다. 우리 학교가 잘 되어야 다양성 학교가 더 많이 만들어 질 것이며 학생들의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기에 부담이 크다.
오늘 생활규정 및 학칙에 동의여부를 학생들에게 물었다. 학생 중심의 학교로 성장기 학생들에게 최대한 구속을 줄이고 싶다. 물론 학교폭력이나 남녀 간 애정 에티켓 등은 강력하게 해야겠지만 우리 학교의 특성상 창의성, 영감이 중요하기에 자율성을 강조된 인권친화적인 학교로 만들겠다.

# 입학식
입학식을 지난달 6일 가졌다. 입학식에서 학생 30명 모두 나와 경남고성음악고등학교에 진학한 경위와 미래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깜짝 놀랐다. 아직은 어리고 철없을 줄 알았는데 속이 영글어 있었다.
진로를 바꾸는 과도기로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인데 부모와 충분한 대화를 했구나 생각했다. 학생들은 부모님들께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해줘 감사하다 할 때는 모두들 뭉클했다. 전국 소체에서 동메달을 딴 유망주도 실용음악이 하고 싶어 한 달간 부모를 설득했다는 아이도 있었다. 정말 음악을 하고 싶은 아이들이 왔구나 생각했다.   

# 교훈이 남다르다고 들었는데
교훈은 ‘자신있게 자신답게’이다. 매달 ‘향상음악회’를 열고 있다. 자꾸 무대에 세워야 한다. 무대에서 쫄지 않고 긍정 마인드로 자신감을 갖도록 하고 있다. 학생 모두가 음악가가 되지 않더라도 어느 분야에서든 자신있게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답게’는 예술인은 나다운 것이 있어야 한다. 모방은 참 예술이 아니다. 가수마다 음색이나 가창력이 다르지만 각각의 개성이 있어 사랑받듯, 나만의 빛깔, 나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 교장선생님의 교육 철학은
철학이라 보다 ‘소통과 기다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부모와 교사가 밴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활동모습을 올리고 댓글을 달며 소통하고 있다. 기대치가 큰 만큼 학생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또 학부모는 무대복이나 무대화를 올려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소통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기다림은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생각한다. 알속에서 자란 병아리가 톡톡 두드리면 어미닭도 동시에 신호를 준다. 하지만 어미닭은 신호만 주고 껍질을 깨지는 않는다. 바로 깨면 병아리가 환경에 적응을 못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기다림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교육은 짧게는 1, 2년에 결과가 날 수도 있지만 길게는 10년, 30년 후에 나타날 때도 있다. 조급증을 갖지 말고 느긋하게 미래를 내다보고 함께 줄탁동시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학교, 학생, 학부모가 삼위일체가 되고 여기에 지역민이 함께 한다면 참된 교육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앞으로의 계획
개교기념식을 28일 연다. 딱딱한 행사가 아닌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축제형태로 열 계획이다. 그날은 아이들의 꿈을 담은 목표와 비전을 타임캡슐에 넣을 것이다. 그 타임캡슐은 30년 후 개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현재 1층의 연습실 9개와 2층에 합주실과 간이무대를 설치해 놓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상 2층 지하1층의 공연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아직은 시설이나 악기 등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최고의 시설과 교육 시스템으로 모두가 만족한 학교가 되도록 하겠다.
고성에서는 1명이 입학했다. 지역과 함께하는 학교로 지역에서도 많이 입학해야 한다 생각한다. 앞으로는 지역할당제를 도입해 10~15% 정도는 고성아이들을 입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고성군의 일원으로서 군민의 날 등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좋은 학교로 거듭나 군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역에서도 음악회나 연주회 등을 열어 지역민들의 문화향유 기회 제공과 재능기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 지역민과 함께하는 학교가 되도록 하겠다.

# 고성군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아이들이 고성군민은 아니지만 고성의 아이로 품어주시기 부탁드린다. 미래에 연주자나 지휘자, 아이돌이 되었을 때 출신도 중요하지만 어디서 공부했느냐도 중요하다.
고성오광대와 고성농요 등이 있고, 인근 통영에서는 국제음악제가 개최되는 등 음악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 지역 인프라나 인력풀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끼와 정열이 마음껏 발산될 수 있도록 군민 여러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