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생명환경농업’이 9년 만에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명환경농업이 ‘농업혁명’을 가져올 것이라 홍보한 고성군 정책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시인한 것으로 풀이돼 그동안 쏟아 부었던 막대한 예산이 낭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고성군은 지난해 직제개편을 통해 생명환경농업과 와 생명환경농업 담당을 없앴다. 이를 대신해 친환경농업과와 친환경농업 담당을 신설했다.
이 때문에 생명환경농업 이라는 브랜드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친환경농업을 부각 시키고 있다.
생명환경농업은 지난 2008년 이학렬 전 군수가 야심차게 추진한 농업정책이다.
당시 이 전 군수와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은 “생명환경농업과 친환경농업은 다르다. 기본은 같지만 농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생명환경농업은 ‘농업혁명’을 가져올 새로운 농법이다”고 한 결 같이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생명환경농업연구소를 건립하는가 하면 생명환경농업단지를 지정, 보조금까지 지급하면서 생명환경쌀을 재배했다.
특히 ‘생명환경농업’이라는 브랜드를 특허등록하고 타 농법과 차별화 하는 전략도 펼쳤다.
일부 언론과 농업검증 기관 등에서 생명환경농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행정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고 오히려 토마토, 파프리카 등 품목을 더 확대해 나갔다.
그런데 최평호 군수가 취임하고부터 생명환경농업이라는 브랜드는 시각에서 조금씩 사라지더니 급기야 직제개편을 통해 이름도 아예 빠져버렸다.
고성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정부의 친환경농업정책에 따라 예산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명칭만 바꾼 것이지 기존 생명환경농업은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들어진 ‘생명환경농업’이라는 브랜드를 하루아침에 폐기하듯 방치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욱이 기존 생명환경농업단지를 ‘경남고성친환경농업단지’로 전면 개편한 것으로 파악돼 생명환경농업은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다보니 약 50억원을 들여 건립한 생명환경농업연구소는 1, 2층 모두 텅 비어있는 상태로 제대로 된 활용을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전임 군수의 정책을 현 군수가 배척하는 데에서 비록된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전임 하학열 군수는 취임하고 직제개편을 했지만 생명환경농업과는 그대로 이어나갔다. 그런데 최평호 군수는 직제개편에서 생명환경농업은 송두리째 걷어내고 ‘경남고성친환경농업’을 대신했다. ‘경남고성생명환경농업’을 ‘경남고성친환경농업’으로 완전히 탈바꿈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전 군수와 최 군수의 오랜 선거 악연이 농업정책까지 영향을 미치게 했다는 분석이다.
군민 A씨(55)는 “일관성 없는 행정이다. 고유브랜드 하나를 개발하는데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동원된다. 생명환경농업의 잘잘못을 떠나 고성군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특허등록까지 했다면 보완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것인데 어느 순간 새로운 것을 대처한다는 것은 행정의 심각한 오류를 시인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군민 B씨(53)도 “몇 년 동안 생명환경농업 홍보로 도배를 하더니 어느 순간 조용했다. 군수가 바뀌었다고 하여 정책이 바뀌는 것은 행정력과 예산낭비다. 생명환경농업정책이 잘못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군민들에게 사과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한다”고 일침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