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홍우 고성문협 자문위원

‘세~상에! 대통령을 파면시키다니.’
이 땅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지난 3월 11일 11시부터 열린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판결문에서 “피 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는 파면한다.”고 선포했다. 판결과정에서 재판관 8명이 만장일치로 국회에서 제출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함으로서 파면이 결정된 것이다. 이로서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률에 의해 대통령을 파면시킨 것이다.
파면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수호 의지가 없으며,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도움을 줌으로써 공모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세월호 사고 당시의 거취 등 20가지나 되는 의혹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으나, 파면의 사유는 5가지만 인용하고, 탄핵소추안의 일부인 세월호 당일의 문제라든지 다수는 법률적인 문제로 제외시켰다. 대통령은 ‘내란이나 외란의 죄를 저지른 경우가 아니라면 재직 중 형사상 소추(법원의 심판)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불소추 특권도 헌법과 법률의 중차대한 위법 행위로서는 구제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소추안에서의 위법행위를 두고 국회에서는 청문회가 열렸고, 특별검사 팀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 조사를 해 왔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는 대통령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모르쇠 내지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수사에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며, 법정의 출석도 이리저리 피하면서 교묘히 빠져 나갔다. 그러나 몇몇 양심적인 피고인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증언들이 국민을 분노케 했다. 이로 하여 탄핵의 찬성 측과 반대 측의 대리인 변호사들이 맞섰으며, 탄핵 찬성 측의 촛불 집회와 반대 측의 태극기 집회는 참으로 가관이었다. 집회 마당의 세 과시를 위해 100만이니 200만 명이니 숫자놀음으로 과대 포장을 했었고, 반대 측의 모변호사는 끔찍하고 희한한 논리로 국민들을 부추겼다.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 바닥이 피로 물들 것.”이라든지 “대한민국 남자들 여자 하나 못 구하나.”는 등 선동을 일삼았다. 소설가의 아들로서 참으로 소설 같은 선동적인 발언은 국민을 더욱 분노케 했다.
나는 탄핵을 지지하면서도,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라는 짧은 지식 때문에 우리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파면을 시킨다는 것은 좀 지나친 감이 있지 않나? 싶기도 했었다.
이 판결은 놓고 대통령 측에서는 “법치가 죽었다.”고도 하고 또 “끝까지 싸워서 누명을 벗길 것이다.”라며 벼르고 있다. 그러나 야당 측에서는 ‘국민의 힘으로 국정농단을 심판했다’며 촛불 시민의 힘이 승리했단다. 나아가 판결 날을 ‘시민 명예혁명의 날’로 기억하게 될 것이란다. 이처럼 탄핵을 받게 한 힘은 곧 민심이었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2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다. 국민의 분노는 그 어떤 힘도 억누를 수가 없는 것이다. 박근혜 전대통령 부녀는 결국 국민의 힘에 의해 비극을 맞게 된 것이다. 이제 박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내비치고 있으며,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최순실 게이트가 제대로 파헤쳐지리라고 본다. 이제는 정치인은 물론 국민 모두가 헌재 판결에 승복하고, 나라 발전을 위해 화합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영예로운 수식어도 여러 개가 있었다. 예컨대 부녀 대통령,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 유권자의 과반수이상 득표 대통령, 선거의 여왕 등인데 이제 이 모든 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국민 행복시대’를 약속하고 화려한 취임식을 가졌지만 결국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사실 박근혜대통령의 국정 수행에는 그동안 말도 많았다. 고집불통이니 문고리 3인방의 폐단, 비선실세 의혹으로 십상시니 팔선녀 등의 소문이며, 최순실이 대한민국 권력 1위요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는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의심을 사기도 했었다.
 역사상 부녀가 정권을 이은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부녀가 모두 비운의 대통령이 된 경우도 없을 것이다. 이 모두가 측근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1979년 10월 26일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던 김재규는 “각하! 이 버러지 같은 새끼를 데리고 정치를 하십니까?”며 박정희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권총으로 살해했다. 그 근원은 3선 개헌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이 유신체제로 정치를 하면서 반정부 시위에 시달리게 되었고, 이에 부산과 마산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이를 진압하기 위해 두 지역에는 계엄령과 위수령이 발동되었다. 이른바 이 부마사태에서 경호실장인 차지철은 강경노선으로 밀어 붙였으며, 시국의 심각성을 깨달은 김재규는 대통령과 경호실장을 살해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도 대통령의 최 측근에서 발생했었다.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도 40년 지기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발생했으며,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볼 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다. 이로서 부녀 대통령 모두 최측근의 문제로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되었다.
 지도자가 되면 주변관리를 잘해야 한다. 정치인이나 사회 각계각층의 지도자는 자주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측근을 믿었다가는 이처럼 위기를 당할 수가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측근자의 배반으로 어려움을 당한 지도자도 있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라고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