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방적인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 바다모래채취 기간 연장 결정에 분노한 어민들이 “더 이상 물러설 길이 없다”며 사상 처음으로 전국 주요 항포구와 해상에서 동시다발 총궐기가 열렸다.
고성수협을 비롯한 각 수협소속 조합원, 어민 등 200여 명은 지난 15일 오후 1시, 고성군 삼산면 두포리 포교항에 집결해 바다모래채취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서는 “지난 2월 28일 정부는 어업인의 생존권을 무시하고 공재채취업자의 배만 불리기 위해 또 다시 바다모래를 채취하도록 기간 연장을 강행했다”며 “전국 어업인의 전면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파괴하는 정부에 대해 전국 동시 시위를 통해 다시 한 번 어업인의 의지를 표명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규탄대회에 참석한 고성수협 김종철 조합장은 지역 인사말에 이어 ‘수산산업인들의 생존권을 무시하고 계속 바다골재채취를 강행한다면 138만 수산산업인들은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고,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총력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규탄서를 낭독했다.
어민들은 “수자원 씨 말리는 바다모래채취 즉각 중단하라, 어민 논밭 갈아엎는 국토부는 각성하라, 바다모래 파낼거면 내심장도 파내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바다모래채취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한 어민은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를 정부가 나서서 망가지게 하고 있다”며 “이는 어민들을 무시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어 오후 1시 10분부터는 항구에 정박한 배들이 뱃고동을 울리며 해상 퍼레이드를 실시한 뒤 시위를 마쳤다.
한편, 남해안 EEZ 골재 채취는 2008년 시작됐다. 당시 국토부는 부산신항 등 국책사업에 필요한 모래를 조달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했고, 골재 채취 기간은 2008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2년이었다.
첫해 남해 EEZ에서 파낸 바다모래는 280만㎥, 2009년은 375만㎥였다. 2010년 9월 정부는 2년 4개월간 허가기간을 1차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 1월에는 2차 연장이, 2015년 9월에는 3차 연장이 이뤄졌다.
문제는 연장이 될수록 파내가는 모래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어패류 자원은 고갈됨에 따라 어민들이 생존 위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지난해 바다모래 채취량은 1,167만㎥으로 2008년 채취량의 4배가 넘는 상황에 이르렀다.
모래 채취량이 이처럼 확대된 것은 민수용으로도 쓰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