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정효준은 해주정씨로 문종의 사위인 영양위 정종(鄭悰)의 5대 손이다. 아버지는 돈령부 판관 해성군 정흠이요, 어머니는 공조판서 신점(申點)의 딸인 정부인 평산 신씨다.
1577년<선조10> 3월1일에 태어나 1665년<현종6> 6월12일에 죽었다. 향년은 90세이며 1618년<광해군10>에 사마시에 합격했으나 문과에는 여러 번 떨어져 결국 급제하지 못했다.
그는 성균관에서 유생들과 함께 인목대비를 폐비시키려던 이이첨(李爾瞻) 등을 맹렬히 공격하는 상소를 올렸다. 그는 폐비를 주장하던 재임들이 앉았던 자리라고 해서 그 자리를 물로 씻은 뒤에 앉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이이첨 등이 벽에다 그의 이름을 붙여놓고 그를 잡아넣으려고 하자 그는 북변에 피해 있다가 인조반정 이후인 1629년<인조7>에 김상용이 불러올려 겨우 벼슬길에 올랐다. 그리하여 1656년<효종7>에 해풍군을 승습하고 자돈령 부사자리에 승진했다.
그는 처음에는 처복이 없었다. 부인 셋을 계속 잃었고 자식도 없었다. 첫째부인은 현감 유영하(柳永賀)의 딸 진주 유씨요, 둘째부인은 감찰 유중광(柳重光)의 딸 진주 유씨, 셋째부인은 호군 한부길(韓富吉)의 딸 청주 한씨이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아들을 낳지 못한 채 죽었고 첫째부인이 딸 하나를 두었을 뿐이다.
정효준은 절망과 실의에 차 있었다. 그는 같은 동리에 사는 병사를 지낸 이진경과 더불어 바둑을 두며 소일을 했다. 47세 되던 해의 일이다. 이진경에게는 시집을 가지 않은 과년한 딸이 하나 있었다. 그가 꿈에 홀연히 계란 5개를 던졌더니 계란이 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하루는 두 사람이 바둑을 두다가 네 번째 장가가는 일을 의논했다. 정효준은 이진경의 딸을 자기에게 달라고 하였다. 이진경은 50에 궁한 유생이라 안 된다고 거절을 했다. 그 뒤로 정효준은 부끄러워 발길을 끊었다. 그날 밤 이진경의 꿈에 단종임금의 혼령이 연 사흘 나타나 딸을 정효준에게 주라고 했다. 딸도 똑같은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혼인이 이루어졌다.
문종의 혈손은 정종의 아들 정미수(鄭眉壽) 밖에 없었다. 문종비인 현덕왕후의 부탁으로 세조가 정미수로 하여금 문종내외 제사를 받들게 했다. 그 전통이 이어져 해주 정씨네가 문종, 단종 내외의 제사를 계속 지내왔다. 죽은 지 백여 년이 지난 단종은 그것을 고마워해서 현몽 한 것이다.
이진경의 딸인 전의이씨는 시집오자마자 아들을 낳기 시작해 5자(植,謚,晳,樸,積)를 연속적으로 낳았다. 전의이씨는 살림도 잘살고 자식들을 엄격히 교육시켜 다섯 아들과 손자(重恢)를 모두 문과에 급제시켜 높은 벼슬을 하게 했다.
당시 국법에 5자등과면 국가에서 그 부모가 살아있으면 록(금품)을 내려주고 만약 죽었으면 증직(贈職)과 그 묘에 치제(致祭)를 베풀게 되어 있다. 동지돈령부사 정효준은 5자가 모두 문과에 급제했으니 특혜를 받을 만 하다고 했다. 조선조에서 정유성, 원두표, 홍명하 등이 5자가 문과에 등제하였으니 정말 드문 일이다. 특히 정효준은 나이가 90이니 별도로 특전을 베풀어 주어야 한다고 대신들이 주청했다.
현종이 아버지가 몇 살이냐고 물으니 아들 정익이 90세라고 대답했다. 이에 현종이 쌀5섬과 명주2필을 내려주었다.
정효준은 늘 아들들에게 ‘자손이 잘된 것 중 하나는 조상의 덕이요, 하나는 국가의 은혜 때문이니 부모에게 효도하고 조상의 제사를 정성껏 받들고 나라에 충성해야 한다’ 라고 일렀다.
아들 오형제가 부모가 살고 있는 가까운 고을 군수를 번갈아 자청하여 부모에게 효도를 지성껏 하였고 그는 일생 약을 먹지 않아도 아프지 않고 정력과 총기가 여전하여 정효준 내외는 90이 넘도록 장수했다고 한다.
그는 일을 만나면 강단이 있었고 사람과 사귈 때 틈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죽기 전인 1665년<현종6>에 제순(제(齊)순(順))이란 시호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