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고성군의회 본 회의장에 낮선 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성추행혐의로 기소돼 법원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최을석 의원에 대한 제명 안이 상정되었기 때문이다.
고성군의회 역사상 의원 제명 안이 상정된 것은 처음이라 긴장감이 흐르는 다소 낮선 풍경이 연출됐다.
이에 앞서 23일 고성군윤리위원회는 갑론을박 끝에 최 의원을 징계토록 하고 제명 안을 본회의에 올렸다. 현행 의회 규칙은 재적의원 2/3 찬성이 있어야 의원을 제명할 수 있다.
징계 받을 당사자를 제외하면 의원 10명 중 7명이 찬성해야 하지만 이날 투표결과는 찬성 4표, 반대 1표, 기권 4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이를 두고 의회 내부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또한 지역주민들 역시 의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따갑기만 하다.
동료의원을 제명 시킨다는 것은 마음이 무거울 수 있다. 그렇지만 실형까지 받은 사람을 단지 동료의원이라는 명분으로 면죄부를 준 것은 많은 군민들의 뜻을 저버린 배신행위라 지적하고 있다.
앞서 최 의원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재판 결과를 지켜봐 달라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에 따라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 할 것이다 고 했다.
그렇다면 1심에서 벌금형이 아닌 실형을 받았으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물론 항소심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법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때문에 최 의원에게 제명을 떠나서라도 의회 차원에서 내릴 수 있는 징계는 내려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고성군농민회를 비롯한 많은 단체들이 최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1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그럴 때 마다 의회는 재판결과를 지켜보자며 피해왔고 급기야 지난해 연말 1심 선고가 나오면서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급기야 윤리위원회가 열리고 고성군의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의원 제명 안이 본회의에 까지 상정됐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 부결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고성군농민회 등 단체들의 압력과 요구가 거세지자 할 수 없이 본회의에 상정했다는 것이 주민들이 보는 시각이다.
표결 결과를 보면 6명의 의원이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권, 무효도 사실상 반대이기 때문이다.
의사 결정은 자유롭게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만 민의 뜻을 청취하고 그 뜻을 대변하는 것이 의원들이 할 소명이라고 볼 때 이번 결정은 군민들의 뜻은 철저하게 저버리고 단지 동료의원 구하기에 나선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찬‧반으로 엇갈린 의원들의 갈등도 불가피 하게 됐다. 또한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고성군 현실에 기댈 수 있는 정치인이 없다는 하소연들이 오가고 있다.
최 의원 한 사람으로 인해 고성군의회가 2년 가까이 분란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동료의원들은 어떤가! 제명하라는 단체들과 사이에 끼여 일부 의원들은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볼 때 이제는 최 의원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는 것이 동료의원들에 대한 예의이며, 군민에 대한 도리다.
더 이상 한 사람으로 인해 분란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면죄부를 준 의원들의 진정성은 최 의원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는 생각이다. 군민들과 동료의원들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닌 스스로의 아름다운 거취를 표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준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