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공부를 한다는 것은 일상생활과 일을 행하는 가운데 들어 있는 것이다. 만약 평상시에 있는 곳에서 공손하고 하는 일을 공경히 하고 남과 사귈 때는 충실히 하면 이것을 공부한다고 가름 할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이 이치를 분명히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의복은 화려하거나 찬란하고 사치한 것을 입을 것이 아니라 추위를 면하면 되고 편안하고 화려한 곳에 살 것이 아니라 병들지 않을 정도면 된다. 오직 학문의 공을 쌓고 마음을 바르게 하고 엄숙한 예법을 지키는데 날로 힘쓰고 힘쓰며 스스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자기의 사리사욕을 자기의 의지와 양심으로 억누르는 공부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긴요한 것이다. 이른바 자기라함은 내 마음에 좋아하는 것이 하늘의 이치에 합당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내 마음이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가? 이익을 좋아하는가? 벼슬하기를 좋아하는가? 잔치를 베풀고 즐기기를 좋아하는가? 진기한 보배와 보물을 좋아하는가? 이것을 잘 살펴서 온갖 좋아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다 끊어버리고 그 뿌리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내 마음의 좋아하는 것이 비로소 의리에 맞아서 자기 의지와 양심으로 억누를 사리사욕이 없어질 것이다.
말이 많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 가장 심술에 해롭다. 그러니 일이 없으면 마땅히 고요히 앉아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람을 대접할 때는 마땅히 할 말을 가려서 간단히 하고 신중하게 하라. 그 때를 맞춘 다음에 말하면 말이 간단하지 않을 수 없다. 말이 간단한 것은 말하는 말이 도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는 사람은 한결같이 학업의 길로만 향할 것이요, 보다 나은 다른 길이 있더라도 하지 말 것이다. 더욱 다른 일이 바르지 못한 일이라면 마땅히 마음에 두지 말 것이다.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만약 장기나 바둑이나 골패 같은 놀음을 베풀었으면 마땅히 눈여겨   보지 말고 발길을 돌려 물러 날 것이다. 갈보같은 젊은 여자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음탕하게 노는 것을 만나면 피하여 버릴 것이다.
만약 고을의 큰 모임에서 혹 웃어른이 굳이 만류하여 물러날 수 없으면 비록 그 자리에 앉더라도 용모를 단정히 하고 마음을 가다듬어서 간사한 소리 음란한 기색의 기운이 나를 범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며, 어느 큰 연회석에 참석할 때 술을 마시더라도 몹시 취하여서는 안된다. 취기가 돌면 그만 먹도록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모든 음식은 마땅히 알맞게 먹을 것이니 입에 맞는다고 막 먹다가 기운을 상하지 않아야 한다.
말과 웃음은 마땅히 간단하고 신중하게 할 것이며, 요란하게 떠들어서 그 절도와 예의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행동과 걸음걸이는 마땅히 안정하게 할 것이며 거칠게 하여 그 몸가짐을 잘못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일이 있으면 이치에 따라서 일을 처리하며, 책을 읽으면 정성을 다하여 이치를 깊이 연구하라. 이 두 가지 것을 제외하고는 고요히 앉아서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려 고요하여 어지럽게 일어날 생각이 없도록 하고 똑똑하여 어두운 실수가 없도록 해야 옳을 것이다. 이른바 주역에 공경으로서 마음속을 바르게 한다함이 이와 같다는 뜻이다.
마땅히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로잡아 겉과 속을 하나같이 하고 그윽한데 있더라도 나타난 것과 같아하고 혼자 있더라도 여러 사람과 함께 있는 것 같이 하여 내 마음을 저 푸른 하늘의 남들이 뚜렷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부하는 학생의 신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