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지면평가위원

“불통이 순시리 앞세워 나라를 망쳤다”며 촛불이 대통령 하야를 외친다.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문화, 그 모든 것을 비선실세 순시리와 그 부역자들이 쥐락펴락 했다는 의혹뿐만 아니라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지난 4년이 고려 최씨 무신정권에 맡겨진 것에 다름 아니다. 고려 때 최충헌은 정권을 잡자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의 목을 비틀고, 왕의 힘을 무기력하게 만들며, 농민·노비들의 봉기를 진압하는 등 철권통치를 했다. 그를 기초로 최씨 4대(최충헌, 최우, 최항, 최의)에 걸쳐 60여 년간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런데 순시리 사태가 이렇게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진정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이 정의사회 구현에 앞장서는가? 그렇다면 당분간 국정이 중단되어도 좋을 만큼 기쁜 일이다. 이 땅 모든 언론이 지금 박통 때리기 하듯 진실과 정의를 위해 노력한다면 단숨에 세계일류 선진국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단체와 야당, 그렇게 욕하던 보수언론과 종편들이 한 덩어리로 정권 때리기 하는 것에 대하여 속고 살아온 국민으로서는 깊이 성찰해볼 일이다. 언제 그들이 무산대중의 진보적 촛불을 위한 논조를 폈던가? 여기서 이 땅 기득권세력들의 또 다른 국민 농단을 보는듯하여 서글프다. 거대언론의 정의로운 듯 칼날 논조는 마냥 동의하기에 뭔가 의혹스런 구석이 보인다.
이 정권과의 마찰? 언론에 밉보인 정권의 무참한 학살? 대우조선과 **일보 주필의 호화여행을 이 정부가 순탄하게 처리했다면? 김영란법에 언론을 삭제했다면 이렇게 까발려졌을까?
순시리 사건의 전말을 이 나라 정치인들이 몰랐다면, 이러한 사실을 진작 밝히려고 노력하지 않은, 그 쥐새끼 같은 권력희구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이 나라를 끌어 왔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분개해야한다. 여야 정치인들이 언제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했던가? 다 자기 밥그릇 챙기기 몰두하는 비겁자들이다. 그 잘난 엘리트 정치꾼들 차떼기로, 형제끼리, 수천억씩 해먹을 때는 그들의 나팔수로 놀아났다. 그때 이렇게 까발렸으면 이 나라 벌써 선진국이 되었을 것이다.
순시리 오랜 세월 기획 상품 만들어 해먹는 것이나, 수년간 이 땅 기득권 세력들이 해먹은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엘리트들을 제쳐두고 그다지 별 볼일 없는 자들이랑 해먹으니 권력엘리트들이 볼 때 아니꼽기는 아니꼽겠다. 그래도 박통이 의리는 있어 보인다. 한번 신뢰한 심복들 끝까지 지켜주는 것을 보니.   
국민을 분노케 하는 박통·순시리 국정농단은 이원종 실장 답변처럼 고려 무신정권 등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만 아니다. 한국현대사에 숱하게 있어온 일이다. 다만 그때는 언론이 권력자와 같이 단물을 빨았거나 나팔수 역할을 했기에 국민은 알 수 없거나 말을 못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애국의 촛불이 승화하여 진실로 국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야하는데, 촛불을 이용하려는 기득권 세력에 부합될까 걱정이다. 그런데 박통이 평범한 필부·필녀의 의견을 경청하고 엘리트 기득권을 배제한 것이라면 후일 역사가 재조명할 일이다. 박통에 무시당한 기득권세력의 공격? 여·야 정치꾼들 다 기득권 세력이다.
일제 반민족 행위를 단죄하지 못한 우리는, 정의로운 역사 개념이 정립되지 못했다. 때문에 정권마다 비리를 반복하고, 시류에 따라 눈치껏 배불린 자들이 정의를 말하며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단단한 무소불위의 소수 기득권이 국민을 신민쯤으로 보는 것이다. 배부르고 등 따신 엘리트 위주의 나라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간명하다. 그들이 계속 권력을 누리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너희를 지배하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얻는지 아느냐 하면서. 다수 국민들이 정치를 욕하며 멀리할수록 그들은 하고 싶은 것을 저들마음대로 할 수 있다.
우리가 역대 지배 권력과 촛불에서 배운 것은 무엇일까?
노통의 어록처럼 민주주의든, 진보든, 정치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만큼 가는 것이다. 시민 대중들이 권력주체에게 의식을 쇠뇌당하며 자아를 잃어버린 신민 존재에서 벗어나 깨어 있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시민대중의 촛불이 타오를 때마다 4·19혁명, 6·10항쟁을 들먹이지만, 대의제 민주주의로 운영되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실제는 시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정치 기득권에게 유린당하고 있다는 것을 뼈 속 깊이 반성해야한다.
민주주의의 최후에 보루는 기득권 공갈정치 선동꾼들이 독점하고 있는 결정권을 되찾아 오는 것이다. 그렇지 않는 한 아무리 촛불을 지피고 싸워도 결국 제자리일 수밖에 없다. 결정권을 나눠 가질 수 있어야 우리에게 진실로 시민다운 한국인의 내일이 있고 개돼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정치꾼 자체가 선동 기득권 세력임을 알아야한다.
순시리 국정농단을 공주의 무능으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우리나라 소수 기득권 세력들이 역사, 복지, 노동, 교육, 언론, 경제, 정치 등을 장악하여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대중 신민화(臣民化) 또는 계급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을 응급사고(應急思考) 하는가? 어쩜 박통이 권력엘리트 위주의 현 질서를 무너뜨리려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일제가 심어놓은 식민우민화교육 때문에, 대중은 신민으로 밖에 살 수 없고 사회구조를 보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 그 결과 본질적인 문제가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만들어 놓은 기득권들 때문인데도, 사회구조나 선동정치 기득권들이 아닌 개인의 무능 탓으로 생각하게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 금수저, 흙수저가 갈리는 계급사회가 안착하고 있는 것이다.
고급정보는 단순한 언론매체에서 흘러나오지 않는다. 정의에 목숨 건 현자가 쓴 것을 돈을 주고 구입해야만 알 수 있다. 제도권 교육이나 텔레비전에서는 절대 배울 수도 알 수도 없다. 진정한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서점을 찾고 애써 검색을 해야 하는 것이다. 법이란 것도 기득권 보호를 위하여 기득권이 만들었기에 절대로 평등하지 못하다.
이 땅 지배세력의 정체를 밝혀주는 역사, 국가, 자본주의, 복지, 노동, 교육, 경제까지 이어지는 사회구조 전반을 하나로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야 할 때다. 기존의 틀에서 깨어나는 진정한 촛불에서 대한민국의 또 다른 비상이 있을 것이다. 소수가 거대하게 움켜잡은 단단한 바위 같은 이 땅 기득권 지배구조를 볼 수 있을 때만이 정권의 악순환이 없어질 것이다.
권력투쟁쯤으로 비춰지는 순시리 사건은 그 어느 때보다 파렴치하고 격렬하지만, 깨어있는 시민의 진솔한 촛불이 있는 한 권력의 힘은 점점 약해진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막론하고 권력의 수명이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 어렵게 손에 쥔 권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정경유착이 멀어지고, 정부와 정당의 정책이 시민의 거센 비판과 도전에 좌초한다.
촛불은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권력의 힘이라는 개념의 최후를 통첩하고 있다. 이 땅 기득권 세력인 권력들은 지난 세월 것과는 전혀 다른 훨씬 더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을 것이다. 고양된 자유민주의식 속에 타오르는 촛불이 잘못된 권력을 촛농처럼 녹여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