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사기에 나타난 자객열전(刺客烈傳)에 기록되어 있는 형가(刑軻)라 하는 거인이 불렀는데 노래 속에 있는 한 구절이다.
중국의 역대 영웅 중 진시황을 첫손에 꼽는다. 세계 3대 영웅중의 하나라고도 한다. 즉 진시황과 알렉산더대왕 그리고 징기스칸을 세계 3대 정복자로 손꼽는 것이다. 그런 진시황은 아방궁을 높이 짓고 만리장성을 쌓느라고 배성들의 고혈을 얼마나 짜내었으면 그 공사에서 죽은 백성이 수 만 명이였다. 그것도 권세 당당한 부자나 관리들에게는 감세의 혜택을 베풀고 힘없는 백성들에게만 가혹한 부담을 자행하여 가검주구(苛劍誅求), 풍찬노숙(風餐露宿)이니 하는 말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행해지고 있다.
그런 진시황에게 칼을 들이댄 것이 형가다. 그러므로 비록 진시황을 죽이지는 못했어도 그를 전무후무한 용맹스러운 자객중의 큰 자객이라 부르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 같다. 특히 의심 많고 자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진시황이 형가와 대화하는 가운데 조금도 의심하거나 수상한 점을 느끼지 못하고 가까이 했다는 데에 형가의 바다같이 넓은 아랑과 태산같이 높은 기개와 우주와 같이 무거운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형가는 죽을 때 껄껄 웃으며 죽었는데 진시황은 그를 죽이고 난 뒤에도 한동안 넋을 잃고 있었다고 한다.
진시황의 영정은 지금까지 산해관(山海關) 보물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조선조 때 명나라 사신으로 갔던 저명한 정치인들은 진시황의 영정을 보았다고 전해오고 있다. 고려시대 강감찬(姜邯贊) 장군은 진시황과 대결하였던 형가를 이렇게 평했다고 한다.
천하에서 대적할 사람 없고 그림만 보아도 떨리고 무서운 생각이 드는 진시황을 만조백관이 웅위하고 삼군장졸이 나열하여 기치창검(旗幟槍劍)이 삼엄(森嚴)한 자리에서 진시황의 소매를 잡고 비수를 들이댓다는 것은 참으로 대담하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하였다.
형가는 복수의 일념에서 온 나라 백성들의 원한과 전왕의 태자 단(丹)의 목숨이 경각(硬角)에 달려 있어 그 조바심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진시황을 죽이고자 비수를 품고 진나라로 길을 떠나게 된다.
이때 나라 안 백성들과 태자단이 그를 전송하면서 모두 흰옷과 흰 갓으로 상복차림을 하고 형가를 전송하였다. 마침내 역수(易水)까지 달려왔다. 여기서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내고 다시 길을 떠나게 되었다. 형가의 친구인 고점리(高漸離)가 악기를 타고 형가는 그 곡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씩씩하던 노래 소리가 슬픈 곡조로 바뀌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흐느껴 울었다. 그러자 형가는 다시 발길을 앞으로 옮기며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바람은 소소하게 부는데 역수마저 얼음같이 차구나
장사는 한번가면 다시 오지 못하리(風小小兮 易水寒壯士 一去兮不復還)
다시 격렬한 곡조로 변했다. 사람들은 모두 눈을 부릅뜨고 머리털이 위로 뻗쳤다. 그런 다음 형가는 수레에 끝내 뒤로 돌아보지 않고 진시황을 죽이려고 궁중으로 달려갔다는 것이다. 장사일거불부환은 자기 목숨을 바칠 각오로 길을 떠나가는 비장한 결심을 나타낸 말이다. 그러나 성공하고 돌아오기를 기대했던 사람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이 말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