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종 2년(1547년) 율곡 선생이 열 두살 때 아버지의 이원수의 병환이 날로 심해져 매우 위독하였다. 효자이신 율곡은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의 병환(病患)을 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나 아낄 것이 없다하여 지성으로 병간호를 하였다. 그러나 오히려 병환은 더 심할 따름이었다. 드디어 스스로 자기의 팔을 찔러 피를 내 가지고 이것을 그의 아버지의 입속에다가 흘려 넣어 드린 후 곧 고요한 조상의 사당(가묘(家廟))으로 들어가 다섯 살 때에 어머니의 병환이 위독할 때 한 것과 같이 엎드려 울며 조상님께 기도를 올렸다.

 “천지신명의 조상임이시여 바라옵건대 저의 몸으로 아버지 병환을 대신케 하여서라도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하여 주십시오.”
 이는 참으로 어린 율곡으로서는 갸륵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며 이 거룩한 효도가 하늘에 통하였는지 조상의 도움이 있었는지 아버지의 건강은 다시 회복되었다. 율곡은 처음 기도로서 어머니를 구하고 두번째 기도로서 존경하는 아버지를 구하였다. 율곡의 아버지 이원수씨가 건강이 회복된 후 어느 날 밤 꿈에 백발노인이 홀연히 나타나서 어린 율곡을 가리키면서 이 아이는 동방(東方)의 거목(巨木)인 비범(非凡)한 대학자이니 그 이름을 이(珥)라고 개명(改名)하라고 이르는 것이다. 율곡 아버지께서 생각하니 꿈이 매우 이상하여 그 부인 사임당 신씨에게 말하고 드디어 율곡의 아명(兒名)인 현룡(玄龍)이름을 거두고 이(珥)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하였다.

 명종 3년(1548년) 율곡 선생이 13세때였다. 과거(科擧)가운데 소과(小科)인 진사(辰砂)를 뽑는 과거를 거행하였다. 이 때 율곡 선생은 벼슬을 할 목적은 아니였으나 부모에게 효도를 할 마음으로 소과에 응시하였다.
 천부(天賦)의 재능(才能)이 열심히 학문을 닦아온 율곡 선생은 자신만만하게 실력있는 필법(筆法)으로 답안지(答案紙)를 열심히 써서 시험관(試驗官) 앞에 내놓았다.  시험관이 각 답안지를 채점하여 성적을 살펴보니 일등(장원)으로 뽑힌 것은 불과 열 세살밖에 안된 이이 율곡 선생이었다.
 모든 시험관들은 놀라 율곡을 불러 보게 되었다. 이 때 소년 율곡이 시험관 앞에 나타내 보였던 그 태연자약(泰然自若)한 태도야말로 대학자가 될 위덕(威德)이 넘쳐 있어 누가 보아도 그 기상이 반드시 장래에 문장의 대가(大家)가 될 것이요, 도학(道學)에 있어서 큰 스승이 될 것을 알 수 있었다.

 율곡 선생은 진사 시험에 합격한 후 연못 가운데서 뛰어나오는 진주(眞珠)와 같이 또 바다에서 올라오는 달빛과 같이 연못에서 나와 바다를 뛰어 넘는 기린(騏麟)과 같이 문장이 날로 발전하고 달로 높아져 명성(名聲)이 널리 알려져 갔다.
 그러나 조금도 교만하거나 방자함이 없이 정확한 진리와 학문으로 전심 전력을 다할 뿐이요, 조그만한 재주를 부리는 일에는 일체 눈을 돌리는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