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붕(朋)은 뜻이 같고 의지가 굳은 친구를 말한다. 뜻을 같이하는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는 것이 유붕자원방래다. 이 문맥은 논어란 책 맨 첫 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공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하냐(學而時濕地 不亦說乎)”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하냐(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성내지 않으니 어찌 군자가 아니겠는냐(人不知而 不慍不亦 君子乎)”
이글은 논어 맨 처음에 기록되어 있는 말인 만큼 우리국민 삼분의 이는 알고 있는 사실이요, 또 널리 쓰이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배우고 때로 익히는 가운데 기쁨을 느끼는 것이 학문하는 사람만이 가지는 기쁨이다. 또 이 같은 기쁨이 없이는 참다운 학문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며, 그리고 공자가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지식이나 연구 취직 같은 그런 학문을 반드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식 이외의 옳은 행동 그리고 올바른 사람이 되게끔 스스로 깨닫는 것도 학문이요, 스승으로부터 얻어 듣는 것도 학문이다. 학(學)은 배워서 아는 것과 깨우치는 것을 말하고, 익히는 것은 그것을 실천에 옮기고 실생활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그의 지식과 수양과 덕행이 점점 향상되고 확고해 짐으로써 그의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그를 찾아오게 되고 그의 인격과 지식과 덕행을 사모하는 사람이 그의 문에서 배우로 오게 된다. 이렇게 뜻을 같이하는 친구와 후배들이 찾아오는 보람을 느끼고 즐거움을 얻는 것은 뜻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공통된 심리일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세상 사람이 몰라주는 경우도 없지 않다.
평생을 고독 속에 보내는 고고한 선비나 학자도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 또 오해나 모략을 받아 박해를 당 할 수도 있다. 공자 자신도 여러 번을 당한 일이 있다. 그럴 때는 세상을 원망하거나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 수양을 쌓는 완전한 인격자 즉 군자 일수 있는 것이다.
이 학이편(學而篇) 학이장(學而章)이야 말로 공자의 인생관을 집약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리하여 학이시습이란 말과 인부지이불온 이란 말과 함께 이유붕자원방래란 말이 때로는 쉬운 말로, 때로는 어려운 뜻으로 널리 두루 쓰이게 된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말이 있다. 준비가 되어 있으면 걱정이 없는 것이 유비무환이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요, 평범한 진리다. 그러나 이치는 당연하고 말은 쉬운데 이것을 실천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쉽지 않기 때문에 이 말의 귀중함을 다시금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 말은 시경 열명(說命)편에 나오는 말이다.
열명은 은나라 고종(高宗)이 부열(傅說)이란 어진 재상을 얻게 되는 경우와 그로 하여금 어진 정사에 대한 의견을 말하게 하고 이를 실천하게 하는 내용을 기록한 글인데 이 유비무환 이란 말은 그가 고종에게 올린 상소문 가운데 들어 있는 말이다. 이 말이 들어 있는 첫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생각이 옳으면 이를 행동으로 옮기되 그 옮기는 것을 시기에 맞게 하십시오(廬善以東 動惟厥詩) 스스로 그것이 옳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그 옮을 것을 잃게 되고, 스스로 그 능한 것을 자랑하게 되면 그 공을 잃게 됩니다(有其善 喪蕨善 矜其能喪蕨切)
오직 모든 일은 다 갖춘 것이 있는 법이니 갖춘 것이 있어야만 근심이 없게 될 것입니다(惟事事 乃其有備 有備無患)”
즉 모든 일에는 그것이 갖추고 있어야만 되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으므로 그 조건이 다 구비되어 있어야만 다른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농사를 지으려면 먼저 농도가 있어야 하고 거기에 필요한 연장과 씨앗과 농사짓는 방법과 비료와 약품과 필요한 경비 등 그 밖의 필요한 지식, 이런 모든 준비들을 완전히 갖춘 뒤라야 농사를 아무런 염려없이 제대로 옳게 지을 수가 있는 것이다. 정치는 정치에 필요한 모든 조건이 갖춰 있어야만 올바른 정치가 될 수 있고, 경제는 경제대로 교육은 교육대로 각각 거기에 필요한 조건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다.
모든 일에 준비 없이 덮어 놓고 시작하면 항상 실패와 불안과 후환이 따르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