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망한 나라의 음악이 망국지음이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음악이란 말도 된다.
예기(禮記)속에는 음악에 대한 내용을 담은 악기(樂記)라는 한 편이 있는데 거기에 이런 대목이 있다.
무릇 음악이란 것은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감정이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그것이 소리에 나타나게 되고 녹수에 원앙이 춘풍을 희롱하고 단산에 봉황이 울음 우는 듯 하는 소리가 문장을 이루고 있는 것을 음악이라고 말한다. 이런 까닭에 태평시대의 음악은 편안하고 즐겁고 그 정취와 소리가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어지러운 시대의 음악은 방탕하고, 음란하고 원망스럽고, 혼탁스럽고, 음탕한 여인들이 반은 벗고 반은 입은 채 부끄럼 없이 질탕하게 노는 것을 말한다. 밤빛이 희미하여 길을 분별치 못하는 것이나 같다(亡國之音 哀以思 其民怨)
망국지음 이란 말은 국가나 사회에서 무비고해(無非苦海)에 처해 있을 때 또는 사회혼란으로 백성들이 혼란에 처해 있을 때 음탕한 음악을 삼가 하라는 말이다. 악기는 각 시대별로 대표적인 음악들을 열거 해 보기로 하자. 이 중 망국지음으로 상간(桑間)과 복상(僕上)을 들고 있다. 상간은 뽕밭 사이란 뜻이고 복상은 복수라는 강물가를 뜻하는데 다 위(衛)나라 땅이다. <한비자> 십과편(十過篇)에 음악을 좋아함으로써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예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춘추전국시대에 위령공(衛靈公)이라는 높은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이 멀리 진(晋)나라로 가는 도중에 복수가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천지가 조용하고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청송고목은 사면에 우거지고 기암괴석은 좌우에 둘러있는 일찍이 들어본 일이 없는 기묘한 음악 소리가 들려 왔다. 위령공은 즉시 악사장인 사연(師涓)이란 사람을 시켜 거문고에 맞추어 그 음탕한 곡을 익히게 했다.
위령공은 지긋지긋한 하룻밤을 복수가에서 지내고 이윽고 다음날 진나라에 도착했다. 진나라 평공임금이 국빈인 이웃나라 위령공을 접대하는 술자리에서 위령공이 말하기를 “오늘은 새 곡을 한곡조 들려드릴까 합니다”하고 위령공은 사연을 시켜 복수가에서 들은 그 이름모를 곡을 타게 했다. 곡을 타기 시작하자 옆에 앉아 있던 진나라 악사장인 사광(師曠)이 사연의 거문고 타는 손을 잡아 누르며, “방금 타는 곡은 망국지음이요 끝까지 타서는 안 됩니다”하고 이를 중지시켰다. 사광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음악가로 그를 악성(樂聖)이라 부르고 있다. 그는 음악을 공부할 때 마음이 여러 곳으로 엇갈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자기 스스로 눈을 찔러 소경이 된 사람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그 까닭을 묻는 평공임금에게 사광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것은 옛날 은(殷)나라 악사장인 사연(師延)이 주(紂)임금을 위해 만든 미미지악(靡靡之樂)이란 것입니다. 그 뒤 은나라가 망하자 사연은 도망쳐 복수까지 와서 물에 몸을 던져 죽었습니다. 그 뒤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근처를 지날 때 면 밤중에 이 곡을 듣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곳은 필시 복수근처에서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곡을 가장 먼저들은 사람은 그 나라가 망하거나 깎이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끝까지 타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평공은 기어코 끝까지 듣겠다면서 그 곡을 마저 타게하고 계속해서 사광이 타지 않겠다는 것을 억지로 졸라 먼저 청상(淸商)을 듣고 다음에 청치를 듣고 끝으로 청각을 타게했다. 사광이 예언한대로 평공임금은 음악으로 인해 일어난 폭풍우에 휘말려 긴급 피난을 하는 추태를 연출한 끝에 그것이 병이 되어 오래도록 앓다가 마침내 그 예언대로 죽었고 그리고 나라도 망하여 다른 나라의 속국이 되었다.
결국 망국지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도에 지나치게 음탕한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망국의 한 조건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