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훈 희망고성포럼 대표

자녀교육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가 명문가의 자녀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명문가라면 어디가 달라도 다르겠지 하는 기대 심리 일 것이다. 어떤 이는 경제적으로 넉넉했으니‘돈이 있으니 그렇게 됐겠지’라며 삐딱한 시선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명문가들은 부와 자녀교육의 상관관계를 지독하게 철저히 의식했다. 한 결 같이 부모나 조상의 부가 아이들의 자립에 누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는 사실은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약관 20세에 정보기업의 대명사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30세에 백만장자, 37세에 미국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된 빌 게이츠. 빌 게이츠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전 세계에서 돈이 가장 많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재산을 자선사업에 투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게이츠재단이 아프리카에만 투자한 금액이 90억달러(약 10조 2,285억원)에 이른다.
 빌 게이츠는 미국 시애틀의 유력 금융가문 출신이다. 그러나 집안의 교육방침에 따라 무일푼으로 시작한 그는 끊임없는 도전과 새로운 시도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고 매년 거액의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빌 게이츠의 부모는 ‘큰돈을 물려주면 결코 창의적인 아이가 되지 못한다.’, ‘부모가 나서서 아이의 인맥을 넓혀준다’, ‘부모가 자선사업에 앞장서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본을 받는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또한 독서 교육법으로 고가의 과외나 학원이 아닌 동네 도서관에 같이 다녔다고 한다. 빌 게이츠는 주로 공상 과학 소설을 읽으며 기발한 상상을 즐겼고 부모님과 토론을 하며 논리력을 키웠다고 한다. 지금도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다.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 중요한 것은 독서습관이다"라고 말하며, 아무리 바빠도 새벽에 1시간씩 책을 읽는다고 한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미국의 케네디가 만큼 교훈을 주는 가문도 없다. 보잘것없는 농부출신의 가문에서 100여년 만에 대통령을 만든 케네디 가는 우리에게 무한한 잠재력을 일깨워준다. 가난을 딛고 4대, 110년에 걸쳐 완벽하게 최고의 자녀교육 성공모델을 만들어낸 가문의 역사,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케네디 가문을 들여다보면 배울 점이 많이 있다.
 케네디 가는 식사시간을 자녀교육의 장으로 잘 활용했다.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이다. 어머니 로즈 여사는 식사시간을 엄수하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았다. 이는 아이들에게 약속과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식사시간에는 먼저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읽고 토론할 수 있도록 이끌었고 독서목록을 만들어 책읽기를 유도했다. 이는 훗날 케네디가 닉슨과의 토론에서 압도하는 결정적인 무기가 되었다. 1960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온 존 F 케네디는 닉슨에게 내내 뒤졌다. 판세를 뒤집은 것은 대선 직전 실시한 TV 토론이었다. 능란한 언변과 정연한 논리는 한순간에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토론 능력은 아버지 조지프가 뉴욕타임스 기사를 토대로 식탁에서 따가운 질문을 퍼부어 댔기 때문이었다.
  케네디 가는 아버지도 열성적으로 자녀교육에 임했다. 요즘 재벌회장에 비유할 정도로 사업가였던 케네디 아버지는 사업으로 바쁘게 지냈지만 그 와중에도 저녁식사 때에는 바깥에서 일어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들려주었다. 아이들은 부모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케네디 할아버지는 영국인을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을 친구로 사귀어야 한다며 아들에게 하버드대 진학을 권유했다. 대부분의 명문가에서는 명문가로 도약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가문의 기획자가 존재하는데 케네디 할아버지가 바로 그 역할을 했던 것이다. 케네디가의 명문가 도약은 케네디 아버지에 이어 아들 4형제가 하버드대학에 진학함으로써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케네디 가는 목표를 정하면 결코 서둘지 않고 세대를 이어 단계적으로 접근했다. 정치명문가를 위해 먼저 주 의회에 진출했고 이어 백만장자와 국회의원을 배출한 다음에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건전한 교육관과 인재양성에 대한 긴 안목, 그리고 수대에 걸쳐 이를 구현해내는 끊임없는 노력이다.
 명문가 자녀교육의 시작은 부모이다. 큰 원칙 또한 부모가 만들었으며, 부모가 모범을 보인 것이다. 꾸준히 성실한 부모가 특별한 아이를 만든 것이다. 돈 많은 부모가 특별한 아이를 만든 것은 아니다. 부모의 모범적인 행동을 자식이 배우고 따라 한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행동 하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