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조선조 숙종 임금은 민정을 살피기 위해 미행을 자주하였습니다. 그래서 남산골에는 가난한 선비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느 해 정월 대보름날 밤에 숙종 임금은 신하들을 불러 특별히 음식을 내리며 분부했습니다. “오늘 밤에도 눈바람이 몰아치니 남촌의 가난한 선비들 가운데에는 필경 추위와 굶주림에 떠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임금은 내시로 하여금 약밥 한 상자를 내오라 한 다음 한 신하에게 내부며 남산골로 가서 추위와 굶주림이 심한 사람을 찾아가서 전하도록 일렀습니다.  그 신하는 남산골로 가서 이집 저집을 지나며 사정을 엿보았습니다. 어느 허물어져가는 집에 이르러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방안에는 부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부인이 말했습니다.
“이 따뜻한 물이라도 좀 마시지요.” 이 말에 남자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온돌에 불길이 끊어진지 벌써 오래인데, 따뜻한 물을 마신다고 살아날 수 있겠소?” 신하가 보니 사정이 너무 딱했습니다. 이에 신하는 약밥이든 상자를 방인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습니다. “이것 먹으면 살 수 있을 것이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나갔습니다. 어느 대보름날밤에 다시 유신들을 불러 모아 음식을 내리며 말했습니다. “몇 해 전에  대보름날밤에 약밥 한 상자를 가난한 남산골 선비에게 내리게 한 적이 있는데, 지금 그들이 과연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궁금하다!” 임금의 말씀을 듣던 이서우(李瑞雨)가 부복하여 아뢰었습니다.
“이는 곧 신하의 집이었습니다. 신은 그때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으려 하였는데, 누구인가 창밖에서 약밥을 던져 주었습니다. 신은 그것을 물에 타서 죽을 만들어 아내와 함께 여러 날을 연명했습니다.” 너무나 신기한 말에 임금은 다시 하문했습니다. “그 약밥 상자에 다른 물건은 없던고?” “그 속에는 봉지에 싸인 은덩어리도 들어 있었습니다.”, “그쯤이면 한 가정을 일으킬 재산이 되었으리라.”, “신은 약밥으로 연명하였으니 그것이 누가 준 것 인줄 모르기에 은봉(銀封)에는 손을 대지 않고 지금껏 보관하고 있습니다.”
 임금은 곧 그 은봉을 가져오라 살펴보니 과연 그 은봉이었습니다. 임금은 감탄하여 말했습니다. “그대야말로 참으로 청렴결백한 선비로다!” 그때부터 임금은 이서우를 사랑하여 특별 발탁하였습니다. 그의 벼슬이 나날이 높아져 갔습니다. 그는 또 뒷날에 정변에 휘말려 목숨을 잃을 뻔 했으나 임금이 특별히 감싸준 덕분으로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남산골 선비의 고고함이 그러했습니다.
이서우 조선 후기의 문신, 학자, 문인으로 1633(인조 11)에 태어나 1709(숙종 35)까지 살았습니다. 본관 우계(羽溪). 자 윤보(潤甫). 호 송곡(松谷)입니다.
 성균관 유생으로 과제(課製)에 1등 하여 바로 과거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바로 그해의 증광문과에 갑과로 급제하였습니다.
그 후 강릉, 부령, 동래부사, 함경도관찰사. 강원도관찰사, 오위도총부총관, 예문관제학, 호조참판을 역임하였습니다.
시문(詩文)에 뛰어나고 글씨로도 이름이 높았습니다. 강릉, 부령, 동래부사 재직 시 선정을 베풀어 선정비(善政碑)가 세워졌습니다.
<참고문헌> 숙종실록, 국조인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