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임금의 사위를 부마 혹은 부마도위(駙馬都尉)라고도 한다. 조선조 오백년에 그렇게 시행해 왔다. 그 권력과 세력은 막강하여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그들 앞에서는 굽신거리고 아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 임금의 사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자를 남편의 예우를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임금의 딸과 혼인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후회했다고 말했다.
이 부마도위란 이름은 중국 한무제(漢武帝) 때 처음 생긴 벼슬의 이름 이였다. 부마(駙馬)는 원래 천자가 타는 부거(副車)에 달린 부속품으로써 이 기구를 맡아 관리하는 사람을 부마도위라고 했다. 계급과 봉록은 연봉 벼 삼백석으로 대신과 같은 월급이었다.
한무제(漢武帝)는 북쪽 오랑캐 임금의 아들인 김일선(金日嬋)에게 처음으로 이 벼슬을 주었다. 부마도위는 일정한 정원이 없이 천자가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이게 이 벼슬을 조곤 했었다. 그것이 위진(魏晋) 이후로 공주(公主)의 남편되는 사람에게 한해서 이 벼슬을 주게 됨으로써 우리나라에서도 임금의 사위를 부마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진나라 시대에 간보(干寶)란 학자가 저술한 수신기(搜神記)를 읽어보면 부마의 유래에 관해 다음과 같은 기의하고 신출기몰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중국 농서(隴西)지역 출신인 신도도(辛道度)란 청년이 유학차 집을 떠나 서울로 가는 길에 옹주(雍州)라는 지역을 지나는데 날이 이미 저물어 어둠이 짙어 오는지라 객점에서 하룻밤 쉬어 갈 생각으로 여각을 찾는 중인데 한곳에 이르니 큰 기와집 대문 앞에 아리따운 시녀가 있는지라 그 시녀에게 하룻밤 자고 갈 것을 요청하니 그 시녀는 잠깐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조금 지나서 그 시녀가 다시 나타나 안으로 들어오라고 청했다.
그 시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 보니 건물이 웅장하고 호화찬란한 궁궐과 같이 화려한 대궐이었다. 방안에는 하늘과 구름 온갖 화초가 그려진 병풍이 있었고 그 가운데 천하일색 양귀비와 같은 여자가 일어나 반가이 맞이하여 인사를 마친 다음 만반진수(滿盤珍羞)를 차린 밥상이 나왔다. 백 여리 길을 달려왔음으로 시장하던 중 고맙게 식사를 마치니 그 주인인 여자가 말하기를
“저는 진나라 민왕(閔王) 임금의 딸로써 조(趙)나라 왕자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미처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신랑이 죽고 말았습니다. 그 뒤 따라 죽지 못하고 23년을 여기서 몸종 일인을 다리고 오늘까지 지내게 되었는데 오늘 뜻밖에 도련님을 뵙게 되니 모두가 인연인 줄 압니다. 사흘만 저와 부부가 되어 이곳에서 묵고 가십시요”
그리고 사흘이 지낸 후 그녀는 “당신은 살아 있는 사람, 나는 죽은 몸, 비록 전생의 연분으로 사흘 밤을 함께 지내기는 했지만 더 이상 오래 있을 수는 없습니다. 작별의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하고 시녀를 시켜 침대 아래에 있는 상자를 열게 하고 그 속에서 황금베개를 꺼내 신도도에게 주었다.
신도도가 그 여자와 작별을 하고 조금 오다가 뒤돌아보니 그 호화찬란하던 집은 간데없고 크고 호화스러운 무덤 하나가 있을 뿐이다. 정신이 황홀하여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고 얼마를 달려온 신도도는 꿈인가 하고 품속에 있는 황금베개를 더듬어 보았다. 베개는 틀림없이 있었다. 경악(驚愕)을 참지 못하여 유학을 포기하고 집으로 가는 도중 그 베개를 팔기 위해 시장에 놓고 살 사람을 찾았다. 그때 그 길을 지나가던 왕비가 그것을 사서들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 베개의 내력을 캐물었다.
신도도에게 모든 사실 이야기를 들은 왕비는 슬픔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사람들을 시켜 무덤을 열어보았다. 모든 것은 처음대로 있는데 황금베개만이 없어졌다. 그 몸을 풀어 살펴보니 남자와 정을 나눈 흔적이 완연했다. 왕비는 바로서 신도도의 말을 믿게 되었다. “죽은 지 스물세해만에 산사람과 정을 나누었으니 내 딸은 분명 신선이 된 것이다. 그대야말로 정말 내 사위다” 하고 그를 부마도위로 봉안다음 돈과 비단과 수례와 말을 주어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 뒤로 후세 사람들은 사위를 가리켜 부마라고 했다. 지금은 임금의 사위를 ‘부마도위’라고 한다(因此以來 後人名女揟爲駙馬今之國嫙亦爲駙馬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