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지면평가위원

경제가 안 좋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진다. 지금이 lMF 때보다 못하다. 군민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어려워졌다. 그런데 글로벌 경제 여파 때문에 사정이 여의치 못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고성 지역경제에 드리운 암울한 그림자의 실체는, 그 무엇보다도 최고 지도자란 자들이 정치자금법, 선거법, 성추문 등으로 기소·재판·속행(起訴·裁判·續行)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퇴행(退行)하는 고성 경제의 가장 큰 원인임을 직시(直視)해야 한다.
거꾸로 돌아가는 고성 현실을 보면 군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 누구나 욕이 저절로 나온다. 건강한 고성을 위하여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할 지역 ‘국회의원’, ‘군수’, ‘전 의장’등이, 사익(私益)을 탐하다 법원기소로 판사, 검사, 변호사에게 살려주세요! 하며, 고성 윤활유가 되어야할 돈을 율사 출신들에게 뭉텅이로 갖다 바친다. 이러니 고성 경제가 퇴행하지 않을 리 만무다. 타 지역 돈을 가져와 공익에 매진해야할 지도자들의 작태가 이럴진대 지역 경제는커녕 제 앞가림하기 바쁘고 제 안위조차 보존하기 힘들어 보인다. 
국·도비 조금 얻어 왔다고 원윈 차원의 반납인가? 그래도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니 정말로 얼굴이 두껍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안무치(厚顔無恥)의 가당찮은 지도자들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6월 9일 통영 법원에서, 최 의장이 심리 재판 받고 나온 그 장소 그 자리그 판검사와 그 방청객들 앞에, 연타로 최 군수가 들어앉아 심리(審理) 재판을 받는 모습을 바라보는 죽을 맛 나는 불행한 고성인의 참담한 심경은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마치 조선 인조가 삼전도 치욕을 당하듯, 비도덕적 최고 지도자들 때문에 개탄(慨歎)에 젖은 굴종(屈從)고성, 굴욕적(屈辱的) 역사기록이 개진된 순간 이었다. 얼핏 고려 무신정권의 종언(終焉)이 보이고, 그래도 이런 꼬락서니는 보여주지 않았는데 12년 동안 줄기차게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해온, 전 이 군수에게 미안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적인 원한은 깊으나 공적인 분노는 없다는 말이 꽤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돈 몇 푼 뜯긴 일이나 한 대 얻어터진 일은 두고두고 원한으로 남는다. 그러나 민주주의 기본 룰인 선거제도를 파괴하거나 인간의 본성인 도덕성을 훼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쉽게 잊고 분노를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배경에서 친일파, 독재 잔당, 변절자, 자신의 이력을 속인 자들이 권력의 핵심이 되고 영원한 지배층으로 군림하게 되는 토양이 조성된 것이다.
공적인 분노를 상실한 군민성이나 가치기준을 잃어버린 시대의식은 우리 고성의 바탕이 붕괴되어가고 있다는 무서운 징조이다. 불의(不義)를 보고서도 나서지 않고, 이쪽에서 진리인 것을 저쪽에서는 오류라는 가치도착 현상의 심화는 고성이 살아가는 가치가 박탈되는 현상이다. 때문에 개인적인 보복이 용납되어서는 안 되지만 공적인 비판(批判)과 징벌(懲罰)은 필요하다. 악에 대한 비판과 응징(膺懲)은 그것의 재발을 막기 위한 예방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법치주의(法治主義)가 아닌 예치(禮治)나 덕치(德治)에 가까운 인치주의(人治主義) 나라다. 법치주의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지만, 인치주의는 어떤 지도자의 덕으로 전체에게 선을 베푼다는 선정(善政)의 이념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법치주의와 인치주의는 서로 장단점이 있는 제도로서, 인치주의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인치주의가 악용됐을 때가 문제라는 것이다. 불행히도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 이웃사촌인 우리 고성 지방자치에서의 인치주의는 그 악영향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민선 20년 정치군수에서 비롯된 병폐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군민의 열망 속에 행정 군수를 표방한 최 군수의 출발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그러나 출발부터 선거법위반혐의로 상실한 동력은 비틀거리고, 아직도 건재한 골통세력의 반발 등 대내적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면서 혁신을 끌어가야 하는 쉽지 않은 숙제는 미적분보다 어려워 보인다.
이 같은 문제를 풀어 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原則)을 지키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의미에서 그러하다. 첫째, 현실과의 타협 유혹을 이겨 내고 원칙을 지키는 정치와 인사행정을 해야 한다. 인고의 세월을 보낸 나이에 원칙과 소신이 있다면 무엇이 두려운가? 전임 군수들보다 상대적으로 원칙에 기초한 행정개혁 추진의사를 확실히 하라는 것이다.
군정 방향과 조각은 예전의 군수들 모습과 전혀 다른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 힘들더라도 고성 행정을 군민 중심으로 하겠다는 초심을 지향하라는 것이다. 군민들은, 당선과 동시에 교묘한 수단으로 이름만 바꾼 ○○산업을 고성으로 옮겨 ○○개발로 ‘공사판 고성’을 생각하는 것 같은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고 한다.
원칙의 지켜달라는 두 번째 의미는 사익(私益)을 혁신과 의욕이라는 단어로 둔갑시킨 돼먹잖은 논조와, 군민이 나에게 군정을 맡겼다는 가당찮은 논리로, 정당하지 못한 수단이나 편법주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수단과 과정에서도 원칙을 지켜 달라는 것이다. 물론 사방에 산재한 과제들의 엄중함을 생각할 때 수단과 과정의 정당성은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민선 20년의 경험은 편법에 의한 군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재정이 열악한 고성의 지방자치는 허약하여 독자생존이 어렵다. 사회단체, 정치문화, 의식수준, 경제안정 등의 토양에 의존해야 한다. 이런 뒷받침이 없는 지방자치는 퇴행한다. 우려하는 정경유착(政經癒着)의 정치관행이 굳어질까 두렵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골통세력의 선거 독재가 이루어져 이기주의에 의해 고성 지방자치가 좌우될까 섬뜩하다. 최 군수의 금번 인사행정 또한 이런 퇴행의 징조를 보여 주었다.
가장 원시적인 언어인 권력의 언어만이 통용되는 정치적 문맹의 고성, 민주 지방자치를 원했는데 이익집단 정치가 만연한 고성, 공정성에 정의한 지방자치를 고대했는데 토호정치(土豪政治)가 활개 치는 고성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성 최고 지도자인 국회의원, 군수, 전 의장이여! 걸레는 빨아도 걸레인 것을 어쩌랴? 내 썩어가는 사상과 이념을 퍼붓는 양심의 장맛비에 씻고, 깨끗한 새집을 위해 모래성을 허물 시간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