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주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오설상재란, 나의 혀가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다는 뜻이다. 장의(張儀)라는 사람은 재주 있고 영민하고 똑똑한 사람인데 다른 사람의 혐의를 입고 매(곤장)를 맞고 반쯤 죽어서 돌아왔을 때 그의 아내를 보고 하는 말이 내 혀가 아직 있느냐고 물은데서 비롯된 말이다. 혀만 성하면 그까짓 팔다리쯤 병신이 되어도 그리 걱정될 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업에 실패했을 때 자기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한가지만이라도 남아 있으면 그것에 자기의 희망을 걸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뜻으로 쓰이곤 한다. 세치 혀로써 소진(蘇秦)과 함께 천하를 주름잡고 돌아다닌 장의는 소진과 같이 그 당시에 세상에서 대문장가였던 귀곡선생(鬼谷先生)의 제자이다.
그러나 소진은 출세하여 막강한 세력으로 세상을 종횡하고 좌우를 움직이고 있을 때 장의는 아직 뜻을 세우지 못하고 초나라 재상 소양(昭陽)의 집에서 심부름이나 하고 시키는 대로 글이나 써주는 문객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때 소양이란 인물은 위나라와 전쟁을 하여 크게 승전하여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르듯 당당 하였으며, 그때 패전(敗戰)으로 추락된 위왕(威王)으로부터 전례품으로 화씨벽(和氏璧)이란 전무후무(前無後無)한 구슬을 받았는데 소양은 그 구슬을 언제나 가지고 다녔다.
그 어느날 소양이 적산(赤山)이란 유명한 산 밑에 위치하고 있는 연못가의 누대(樓臺)에서 사방에서 찾아온 저명하고 귀한 손님들과 그들이 데리고 온 수행원 등 백 여명의 사람들이 질탕한 술자리를 베풀고 있었다. 그런데 이 때 그 손님들은 소양에게 화씨벽을 구경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소양은 흥이 한창 나있는 참이라 구슬 상자를 가져오게 해서 구경을 시켰다. 한창 구경들을 하며 칭찬을 하고 있는데 못에서 큰 고기가 물위로 높이 뛰어 올랐다. 소양과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고 있었다. 그러는 순간 어느 누구의 짓인지 그 구슬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가장 옷이 허름하고 평소에 남과 잘 어울리지 않은 장의란 사람이 누명을 쓰고 죽도록 매를 맞게 되었다.
장의가 거의 죽게 되자 그제야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옷이 피투성이가 되어 사람들에게 업혀 들어온 장의를 아랫목에 눕힌 그 아내는 눈물을 비 오듯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글을 배우고 읽어 유세나 자랑을 하지 않았던들 이런 모욕을 당했겠습니까” 그러자 장의는 그의 아내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내 혀를 보오, 아직 그대로 있는가(視吾舌尙在)” 하니 아내가 어이없어 웃으며 “혀야 있지요” 했더니 장의는 “그럼 됐소” 했다는 것이다. 아내와의 대화는 사기(史記) 장의열전에 있는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 사실의 마지막 고비로 장의는 비로소 혀로서 그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소진과 장의는 춘추전국시대 사람으로 소진은 정치적으로 도량이 넓어 전쟁을 종식시키고 합종책으로 육국의 재상직을 한 몸에 겸하고 자신이 종약장이 되어 육국의 왕(王)들이 모인 자리에서 의장 노릇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장의는 학문과 천문지리에 밝아 육국의 국민을 학문과 덕행을 가르쳐 정의와 도덕, 의리와 진리를 국가 지표를 삼도록 하여 훌륭한 학문의 업적을 남긴 전무(前無)한 학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