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를 일컬어 역사상 '4대 미인' 이라고 한다. 8세기 중엽 당 현종. 양귀비는 17세 때 현종의 18번 째 왕자인 수왕의 비(妃)가 된다. 그러나 현종은 며느리이자 31살 차이(35년차일 수도 있음)의 양귀비에게 흑심을 품으니. 이에 양귀비는 수왕(壽王)보다는 현종에게 간택되는 것이 집안의 부흥과 출세하는데 좋을 듯했다. 몰래 황궁을 드나들었지만 태진(太眞)이라는 이름으로 뭇 사람들의 눈을 마냥 피하는 것도 어려운 듯, 27세 때 귀비(貴妃)가 되고 현종은 태진궁에서 양귀비와의 본격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 궁을 태진궁(太眞宮)이라 명하였으니, 양귀비에 대한 현종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양귀비의 언니들도 양귀비 못지 않은 미모를 가졌음이다. 이에 측천무후의 손자였던 현종은 양귀비만으로도 양이 차지 않았던지 처형인 괴국부인과도 정념을 불태우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에 양귀비는 질투를 느꼈다. 이러다가 양귀비 또한 근 20년 연상의 안녹산을 수양아들로 맞아 들이는 헤프닝이 벌어진다. 요즘의 표현을 빌리자면 '맞바람' 을 피운 것이다. 20대후반의 양귀비와 40대후반의 안녹산은 모자관계를 뛰어넘어 둘 간의 불륜인 애정행각은 끝이 없었다. 불륜과 로망스의 교차점은 그들의 몫으로 돌리고, 이들은 '훌륭한(?) 브래지어 태동의 대부' 였다는 점이다.

 안녹산의 험상궂은 수염과 거친 애무로 가슴에 심한 상처를 내니 어찌하랴. 풍만한 육감미를 자랑했던 가슴의 상처로 현종 앞에 당당하게 나서지 못했으리다. 그러한 가슴을 숨길래 숨기지 않을 수 없었던 양귀비는 가릴 천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 천으로 상처 난 가슴을 가려야 했으니 그게 요즘의 '브래지어의 원조' 가 아니련가. 천으로 덧씌운 가슴으로 현종과의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랑. 현종은 31살 차이의 후궁인 양귀비에게 혼을 빼앗기고는 정염을 불태웠을 뿐, 그 상처를 볼 틈이라도 없었기에 모자 간의 불륜은 '완전범죄(?)' 가 성립된 셈이다.

 20여 살 차이의 안녹산과 31살 차이의 현종도 대단하였건만, 양귀비 또한 능수능란한 기교를 부렸기에 양귀비가 색녀였음이 짐작이 되는 대목이다. 그 미모와 현란한 성에 대한 테크닉으로 온 가족과 친척을 요직에 앉히고 현종 다음의 권력을 좌지우지했던 천하의 절세미인 양귀비가 아니었던가.
현세의 브래지어 격이었던 양귀비가 감싼 그 천.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 대까지만 해도 브래지어가 흔하지는 않았다. 현대적 감각을 갖춘 브래지어도 불과 70~80년의 역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스, 로마시대에 긴 천이나 가죽밴드로 유방을 고정한 띠 형태의 아포디즘(apodesm)이었다. 그나마 동양에서는 어떠한 문헌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기에 양귀비가 안녹산과의 정사로 가슴을 숨긴 그 천이 동양에서는 '브래지어의 원조' 라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좁은 역사적 식견이지만, 필자가 연구조사한 바로는 이 부분을 뒤엎을 사료나 증거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떡하랴. 양귀비의 양오빠인 간신 양국충과 안녹산의 불화. 이에 안녹산은 양국충을 타도한다는 명분으로 반란을 일으키기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안녹산의 난' 이다. 이를 피해 현종과 양귀비는 그 황홀하고 끝없는 욕정을 뒤로한 채 도주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 도주도 잠깐. 체포되어 죽음을 강요당함에 목을 메고는 자살로 그들의 사랑은 끝났다. 그래도 이들은 '동양 최초의 브래지어를 탄생시킨 원조' 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양의 미인 양귀비와 달리, 39세에 생을 마감한 서양의 대표적인 미인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는 그 미모와 지혜로 조국을 사수했던 것과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백거이와 두보는 양귀비를 노래한다. 그 아름다움에 꽃이 부끄러워 한다고 할 정도였다고 예찬했다. 양귀비 나이 38세. 그녀는 동양의 미인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절세의 미인이 아니다는 후세의 입방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색정이 현대의 인터넷판에 떠도는 '색녀들의 반란' 과 다름없음에도, 그 아름다움에 양귀비를 두고 '수화(羞花 )' 라고 하지 않았던가. 양귀비가 가슴을 감추었던 그 천은 없겠지만, 여유가 된다면 그가 태어난 중국의 산서성 서안으로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