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근화(槿花)는 무궁화 꽃을 말한다.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란 아름다운 이름은 꽃이 한 번 피기 시작하면 첫 여름서 늦가을까지 계속 끊임없이 핀다 해서 생겨난 이름이다.
그러나 나무 전체를 놓고 바라보면 그 꽃이 무궁으로 계속되고 있지만 실상 그 꽃 하나를 놓고 보면 꽃은 아침에 날이 밝을 때 피었다가 저녁이면 그만 시들고 만다.
근화일조몽(槿花一朝夢)이란 말은 곧 이 무궁화 꽃이 겨우 하루아침만의 영화를 누리는 덧없는 인간의 영화에 비교해서 쓰고 있는 말이다. 인생이 아침 이슬과 같다(人生朝露)고 한 말은 이능(李陵)이 소무(蘇武)를 두고 한 말인데 이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 말은 백낙천의 칠언율시에 방언(放言)이란 제목의 다섯 수중의 한 수에 있는 말로써 하 아침 꿈이 아닌 영원하고 무궁한 영화로 되어 있다. 근화일조몽이 아니라 근화무궁영(槿花無窮榮)이였던 것이다. 백낙천의 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태산은 털끝도 업신여기기를 필요로 않고(泰山不要欺毫末)
안자는 노팽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없다(顔子無心羨老彭)
소나무는 천년이라도 끝내 썩고말고(松樹千年終是朽)
무궁화 꽃은 하루라도 스스로 영화로 삼는다(槿花一日自爲榮)
어찌 모름지기 세상을 그리워하며 항상 죽음을 근심하리오(何須戀世常憂死)또한 몸을 싫어하고 함부로 삶을 싫어하지 말라(亦莫厭身慢厭生)
삶이 가고 죽음이 오는 것이 다 이것이 헛것이다(生去死來都是幻)
헛된 사람의 슬퍼하고 즐겨하는 것에 무슨 정을 매리요(幻人哀樂繄何情)』

이 시는 백낙천이란 사람이 집권하던 중 정치권 권력층의 미움과 묘락을 받아 강주(江州) 고을 사마(司馬)라는 한직(寒職) 벼슬에 좌천되어 가던 도중 선박 안에서 지은 것 이라하는데 천하명시라고 찬양받고 있으며 그때 나이 34살이라 한다. 백낙천의 시를 알기 쉽게 소상하게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태산이 아무리 크지만 털끝같이 작은 것이라 해서 업신여길 까닭은 없다. 공자의 제자 안자는 겨우 서른두 살에 일찍 죽었지만 그는 팔백년을 살았다는 팽조(彭租)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없었다. 소나무는 천년을 산다 해도 결국에 가서는 썩고 말 것이며, 무궁화 꽃은 하루밖에 피어 있지 못하지만 오히려 스스로 영화로 알고 있다. 그런데 굳이 세상일을 한평생에 애착을 버리지 못하며 늘 죽을까봐 걱정 할 필요가 무엇 있겠는가? 사는 거나 다시 죽음이 오는 거나 모두가 헛것에 불과하다. 인생이란 바로 헛것이다. 그 헛된 인생의 슬픔이니 즐거움이니 하는 것에 무슨 애착을 가지려 한단 말인가.
백낙천은 원래 시를 누구나 알기 쉽게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지만 대단히 알기 쉽게 쓴 시다. 그러나 백낙천이 여기서 말한 무궁화 꽃의 영화란 영화의 덧없는 것을 한탄한 것이 아니고 하루의 영화로 영원히 만족해하라는 뜻이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하루아침의 꿈이란 뜻과는 거리가 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