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주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도주지부는 월왕구천과 연관이 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에 나오는 월왕구천(越王句踐)은 오(吳) 나라의 포로에서 풀려나온 20년 뒤에 마침내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남방의 패자가 되었다. 월왕구천을 도와 이날이 있게 한 것은 대부분이 범려(范麗)의 공로였다.
오나라를 멸하고 상장군이 되어 돌아온 범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새가 죽으면 좋은 활은 광(고방)으로 들어가고, 날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는 삶아 먹힌다’ 옛말의 교훈도 교훈이려니와 월왕구천이란 사람이 고생을 같이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보물만을 실고 월나라를 떠나 바다건너 멀리 제나라로 갔다.
제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었던 범려는 그의 뛰어난 경제적 두뇌로 축재에 힘쓴 나머지 얼마 안가서 수십억의 재산을 모았다. 그러자 제나라에서는 그가 비범한 사람인 것을 알고 그를 재상으로 추대하여 맞아들였다. 이때 범려는 치이자피라는 이름으로 행세를 했던 것이다.
집은 수십억의 부를 이루고 벼슬은 재상에 올랐으니 이는 평민으로서는 극도의 위치에 달한 것이다. 오래도록 높은 이름을 누린다는 것은 상서롭지 못한 일이다 하고 재상의 자리에서 물러나 있는 재산을 모조리 친구와 고을 사람에게 나뉘어 준 다음 값비싼 보물만을 가지고 남몰래 도(陶山東省 陶縣)란 곳으로 가 숨어 살며 주공(朱公)이란 이름으로 행세를 했다.
범려는 도라는 지역이 천하의 중심에 위치하여 길이 사통오달로 통하여 물자의 유통이 원활한 것을 알고 재산을 모아 무역에 종사함으로써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 없이 19년 동안 세 번이나 수십억의 재산을 모을 수 있었다. 이중 두 번까지의 모은 재산을 가난한 친구와 먼 친척들에게 다 나눠주었다. 범려야말로 잘살게 되면 남에게 덕을 입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뒤에 그의 나이가 많아지자 모든 일을 자손들에게 맡기게 되었는데 자손들 역시 그를 닮아 재산을 모으고 불리는데 남다른 무엇이 있어 억만금 재산을 모으기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재산을 놓고 말할 때면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도주공(陶朱公)을 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