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주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타산지석은 다른 산의 돌이란 뜻이다. 옥돌을 곱게 갈려면 옥돌로는 잘 갈아지지 않는다. 강도(强度)가 서로 다른 곳의 돌로 갈지 않으면 않된다. 이러한 사실을 인용하여 시경 소아(小雅) 학명(鶴鳴)이란 시에 초야에 있는 어진 사람들을 데려다가 임금의 덕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재료로 삼으라는 뜻으로 다른 산의 돌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옥을 잘 갈 수 있다고 끝을 맺고 있다.
이 시에서 자기만 못한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자신의 학문과 덕을 닦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타산지석이란 말을 쓰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비록 부족한 사람의 말이지만 ‘이것이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다행이겠습니다’ 하고 말했다면 그것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면서 좋은 참고로 알고 보람 있게 받아들여 실천에 옮겨 달라는 여러 가지 내용의 말을 한 것이 된다.
가위는 반드시 한쪽은 강하고 한쪽은 무든 쇠로 되어 있다. 그래야만 미끄럽지가 않고 물건을 잘 자를 수가 있는 것이다. 타산지석이 아닌 타산지철인 것이다. 자기 의견과 똑같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지도자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똑같은 돌, 똑같은 쇠끼리 서로 상대를 갈 수 없다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이다. 의견이 서로 다른 사람끼리 정답게 지내는 가운데 더욱 빛이 나고 날이 서게 되는 것이다.

표사유피(豹死留皮)

구양수(歐陽脩1007-1073)는 그가 쓴 신오대사(新五代史) 열전(列傳) 사절전(死節傳)이란 책을 읽어보면 세 사람의 충절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특히 왕언장(王彦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왕언장은 병졸에 불과한 미천한 몸으로부터 출발하여 양(梁)나라 태조(太祖) 주전충(朱全忠)의 부하 장군이 되었던 사람이다. 그는 뛰어난 용기와 큰 나무를 뽑을 수 있는 힘을 지닌 사람으로 철퇴를 옆에 끼고 말을 달려 적진에 돌입하면 마치 용마가 하늘을 날듯 이를 막을 장사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장졸들은 그를 왕철창(王鐵槍)이라 불렀다.
그 오랜 세월 뒤에 양나라가 멸망하게 될 때 그는 겨우 5백의 기병을 거느리고 수도를 지키며 싸우다가 무거운 상처를 입고 적의 포로가 되었다. 그러자 후당(後唐)의 임금 장종(章宗) 이존욱(李存勖)은 그의 뛰어난 무용을 가상히 여겨 그를 자기 부하에 두려했다.
그러나 그는 ‘신은 폐하와 더불어 피나는 싸움을 10여년이나 계속한 나머지 이제 힘이 다해 패하고 말았습니다. 죽음 외에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또 신은 양(梁)나라의 은혜를 입은 몸으로 죽음이 아니면 무엇으로 그 은혜를 갚겠습니까. 아침에 양나라를 섬기던 몸이 저녁에 진(晋 後唐) 나라를 섬길 수 있겠습니까? 이제 살아서 무슨 면목으로 세상 사람들을 대하겠습니까’ 하고 죽음의 길을 택했다.
그는 글을 배우지 못해 책을 읽지 못했다. 글을 아는 사람이 책에 있는 문자를 쓰는 것을 그는 민간에 전해 오는 속담으로 대신 바꿔 쓰곤 했다. 그런데 그가 입버릇처럼 잘 쓰는 말은 ‘표범이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이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豹死留皮 人死留名)는 속담이 있다. 표사유피란 말은 인사유명이란 말을 하기 위한 전재다. 그래서 보통 호사유피란 말 하나로 인사유명이란 뜻까지 겸하게 된다. 누구나 한번은 죽는 몸이니 구차하게 살다가 추한 이름을 남기는 것보다는 깨끗하게 죽어 좋은 이름을 남기라는 뜻이다.
특히 표범의 가죽을 예를 든 것은 표범의 가죽이 가장 귀중히 여겨진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니라에서는 호사유피(虎死留皮)란 말을 쓰기도 한다. 뜻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