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찬 경남JC특우회 부회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중략)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외국산 T. 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 첫머리다. 사월도 중순을 훌쩍 넘기고 있다. 소득세 등 각종 세금고지서가 발부되는 때이니만큼, 경기마저 초 하락 국면에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잔인한 달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시인은 긴 동토 북유럽의 산야에 봄이 돋아나는 사월 풍경을 역으로 잔인하다고 했을 것이다.
 국내산 봄 시라면 노벨 문학상감을 웃도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등 숱하게 많다. 어쩌면 공천 로비 반만큼만 해도 한반도에 노벨문학상 몇 사람은 나왔을 것인데 아쉬울 뿐이다. 
 시인들은 참으로 겸손하면서 가식이 많은 사람이다. 전하고 싶은 의도를 거의 거꾸로 말하니 말이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중략)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천재들이 하는 언어의 유희를 우리는 ‘애이불비(哀而不悲)’, ‘반어법’, ‘동적 심상’ 등이라 일컫기는 하지만, 생활인 우리의 봄은 봄이고 가을은 가을일뿐이다. 그러나 시인의 가식에는 전하고자 하는 무거운 메시지가 있지만, 생활인의 가식은 한여름 여우 목도리만큼 거추장스럽다. 고성의 사월은 온통 체육대회다. 밀린 회비에다 분담금, 특별회비까지 내려면 허리가 휠 정도로 잔인하다. 초, 중, 고, 고성에 대학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인근 대학동문회, 방통대, 각종 사회단체, 갑계 등, 평균 고성 사람은 4월 한 달 사이에 체육대회를 네다섯 번을 치른다. 체력은 국력인데 운동이 나쁠 것은 없다. 한 해에 한 번씩 돈독히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하나 정도면 좋은데 모두를 뭉치면 가히 잔인하고 시간과 돈의 낭비, 술로 인한 체력과 인격의 고갈, 그리하여 가식 덩어리라고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면, 누군가 그럴 것이다. “네가 더 가식적이다. 누가 강요했나.”라고 말이다.  
 아무튼, 고성의 사월 현수막 게시대는 “여우 목도리가 빼곡히 걸린 것 같다”고 뇌까려 본다. 포항, 울산, 부산, 거제의 동남권벨트의 현수막 게시대는 ‘공장 임대·매매’가 빼곡하단다. 동남권벨트 4월의 잔인함이 쓰나미처럼 북상할 것 같은 불길한 조짐에 마음이 무겁다. 또한 파라과이, 일본을 잇는 ‘불의 고리’가 4월의 잔인함을 더하고 있다. 8월에 나서 박제가 된 천재 작가 ‘이상’은 27세의 일기로 잔인한 4월을 맞았고 독일의 무자비한 히틀러가 4월에 났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월을 아름 따다 급히 보내드리고 싶다. 반면 4월에는 ‘천재’가 가장 많이 태어난다고 한다.  알파고도 4월이라고는 하나 의미 없고 천재 골퍼 ‘리디아고’도 4월에 났다. 아직도 눈썹을 그리지 못한 ‘모나리자’의 작가 레오나도 다빈치도 4월에 태어났으며, 현대시의 창시자 ‘악의 꽃’ 보들레르 역시 4월 출생이다. 아는 만큼만 보여서 그렇지 이 밖에도 천재가 많다고 한다. 이런 고로 사월이 잔인하다고만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특히 4월에 태어나신 분은 어딘가에 있을 ‘천재성’을 찾아 대박 나시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