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주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하나만 알지 둘은 모른다는 것이 지기일 미지기이(知其一 未知其二)이다.
상대방 의견에 찬성하면서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고, 상대방이 어떤 문제를 놓고 지나친 고집을 하거나 엉뚱한 속단을 내릴 때 이 말을 쓰기도 한다.
이 말은 운주유악(運籌帷幄)이란 제목에서 이미 언급한바 있는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신하들의 의견에 대해 한 말이다.
<사기> 고조본기(高祖本紀)에 나오는 말로 한고조가 군신들을 보고 ‘내가 천하를 얻고 항우가 천하를 잃은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 보라’ 고 하자 신하들은 두 사람의 성격을 들어서 대답했다. 이때 고조는 ‘경들은 그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公知其一 未知其二>’라 하고 ‘나는 장량(張良)과 소하(蕭何), 한신(韓信) 같은 인재들을 썼기 때문이고 항우는 하나밖에 없는 범증(范增)마저 제대로 쓰지 못했기 때문에 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한 그들은 꼭 두 가지란 뜻은 아니다. 첫째 것에 대한 둘째 것이란 뜻은 아니다.  첫째 것에 대한 둘째 것이란 뜻도 될 수 있고 하나 이외의 또 다른 것이란 뜻도 된다. 그러나 보통 우리는 하나만 알지 둘은 모른다는 우리말은 이 말을 번역해 쓰고 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둘이란 말 역시 그 밖의 다른 것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하나도 상관없고 셋도 될 수 있다.
이 지기일 비지이기란 말과 같은 말은 시경 소아(小雅) 소민(小旻) 편에서도 볼 수 있다.
『감히 범을 맨손으로 잡지도 못하고, 감히 강을 맨몸으로 건너지 못하나 사람은 그 하나만 알고 그 밖의 것은 알지 못한다(不敢暴虎 不敢憑河 人知其一 莫知其他)』
이 시는 포악한 정치를 개탄해서 부른 노래다. 맨주먹으로 범을 치고 알몸으로 강물을 건너는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지만 눈앞의 이해에만 눈이 어두워 장차 다가올 보다 큰 재난이 밀어닥칠 것을 모르고 있는 위정자들을 가리켜서 한 말이다. 하나만 알고 그 밖의 것을 모르는 것이 인간의 공통된 약점이요 결점이다. 항상 살피고 반성해도 이 약점과 결점을 보충하기가 힘들다. 더구나 그런 노력마저 없는 경우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지락무락(至樂無樂)은 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그것이 즐거운 줄을 모르는 평온무사한 것이란 뜻이다. 보통 우리가 즐겁다고 하는 것은 괴롭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괴로운 일이 있기 때문에 즐겁다는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즐겁다고 느꼈을 때는 벌써 지금까지 괴로웠다는 것과 곧 이어서 괴로운 일이 온다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즐겁다고 느끼는 즐거움은 상대적인 것인 동시에 괴로움에서 나와 다시 괴로움으로 돌아가는 한 과정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참 즐거움이 될 수 없다. 철학자들도 말하기를 쾌락은 낙이 아니라고 했다.
이 말은 장자 지락편(至樂篇)에 있는 말이다. 장자가 말한 본래의 뜻은 진리를 깨닫는 사람의 즐거움은 즐겁다는 자각이 없는 언제나 그대로인 것임을 말하려 한 것이다. 그것은 죽고 사는 생사에도 영광도 굴욕도 슬픔도 기쁨도 모두 초월한 자기만이 가지는 즐거움이란 뜻이다. 장자는 말하기를 비록 남면을 한 임금의 즐거움도 이에서 더 즐거울 수는 없다(雖南面王樂不能過也)고 했다.
그는 또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즐거움과 뜻이 높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즐거움이 서로 다른 것을 비유하여 이런 예를 들고 있다.
당나라 황제 이세민이 들 밖에 날아다니는 새를 붙들어다가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사람이 먹는 귀한 음식을 주었다. 그러나 새는 조금도 반가와 하지 않고 사흘을 굶은 끝에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새는 역시 새들만이 갖는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