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고성포럼 대표 이동훈

 목민심서(牧民心書)는 총 48권 12편 72조로 정조 때의 문신·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이 고금의 여러 책에서 지방 장관의 사적을 가려 뽑아 치민에 대한 도리를 논술한 책이다. 목민이란 백성을 기르는 것을 말하므로, 목민심서란 곧 백성들의 목자인 수령이 마음속에 깊이 새겨 실천해야 하는 글이란 뜻이다.
  다산은 서문에서 당시 수령들의 실정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요즘의 수령이란 자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급급하고 어떻게 목민해야 할 것인가는 모르고 있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곤궁하고 병들어 줄지어 쓰러져 구렁을 메우는데 목민관들은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 살찌고 있으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여기에서 다산의 목민심서의 저술 동기를 살필 수 있다.
타락한 수령들의 백성 침해 현장을 목격한 다산은 그 개선이 자기 능력 밖의 사실인 줄 알지만 지면 위에서나마 개혁의 의지를 펼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강한 충동을 느껴 자신이 품은 목민의 꿈을 목민심서에 담았던 것이다. 다산이 이 책 이름을 지을 때의 심정을 책의 머리말에 쓰고 있다. 자신이 품은 뜻을 현실 속에서 펼칠 길을 찾지 못한 채 유배되어 사는 몸으로 헛되이 세월만 보내기에 마음으로만 쓰는 글이라 하여 심서란 제목을 붙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胡志明)이 다산 선생의 목민심서를 애독하여 공무원들에게 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한국, 일본, 월남 등은 같은 한자문명권이기에 한문으로 쓰인 목민심서가 이들 나라에서 읽혀져 왔다. 베트남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도 호찌민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평생 베트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청렴하게 살았던 호찌민의 모습은 사회주의 신봉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전적으로 사상을 달리하는 사람에게서 조차 존경의 대상이 되어 전 세계 모든 지도자의 귀감이다.
  호치민은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중국 등 강대국을 돌아다니며 국제 감각을 키워서인지 탁월한 정세판단 능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엄청난 독서량이 말해주듯이 동서고금의 명저를 두루 섭렵한 지식인이었다. 그가 정치의 교본으로 삼은 책이 목민심서라는 것은 무척이나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목민심서를 지은 정약용의 기일에는 향불을 피워놓고 추모를 했다고 한다. 그는 수단과 방법으로 공산주의를 선택했을 뿐,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지 않는 실용주의자였다. 또 민족의 이익을 우선하는 민족주의자였다. 스탈린주의니, 모택동주의니, 티토주의니, 김일성주의니 공산독재자들이 하나같이 저마다 자신의 우상화를 내걸었지만, 그는 달랐다. 관심사는 오로지 조국이었고, 조국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다.
 자신의 시체 때문에 땅이 낭비되고 또 우상화될 것을 경계해 사후에 묘지를 만들지 말 것과, 전쟁 종료 후 정치적 보복을 하지 말 것 등 훌륭한 유언을 남겼다. 사후에 발견된 그의 전 재산이 지팡이와 옷 두어 벌, 그가 평소 애독한 정약용의 목민심서 등 몇 권의 책이 전부였다는 사실이 그의 청렴을 말해준다.
호치민에게 있어 청렴은 정치력과 국민적 신뢰와 리더십의 원천이었다. 그는 평생 허름한 농민복을 입고 초라한 집에 살았다. 베트남 국민들은 국가원수인 그를 ‘호 아저씨’라고 불렀다. 그러니 그의 나라에서 그가 받는 존경과 사랑, 그리고 그의 영향은 사후 약 50년이 된 지금도 절대적이다.
  호찌민의 거처는 조그만 오두막이었고 빛바랜 작업복, 폐타이어를 잘라 만든 샌들을 끌고 다닐 정도로 검소했다. 특히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베트남의 집권자가 된 이후 절대 고향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고향사람들로부터 청탁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죽음을 앞두고 출생지를 밝혔다. 친인척, 동문, 고향 등을 내세운 청탁과 비리가 숱하게 저질러지는 요즘 세상에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모든 지도자의 귀감이다.
  호찌민의 사상과 생활 철학이 어디서 나왔을까가 관심거리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호찌민의 머리맡에 항상 목민심서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호찌민은 평생토록 다산의 목민심서를 애독하였다고 한다. 그가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던 시절에 급히 도망하 될 때에는 다른 소지품은 못 가져가도 목민심서만큼은 꼭 들고 도망하였다고 한다. 그는 공직자의 바른 행실을 가르친 한문본 목민심서를 읽었던 것이다.
  목민심서에서 다산은 “청렴은 모든 선의 근원이며 덕의 근본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산은 ‘술, 색, 재물’을 멀리해야 하며 “부임할 때 빈 수레를 가지고 가지마라” “재임 중에 집을 고치거나 짓지마라”고 말했다. 또한 “법은 최측근부터 적용하라”고 말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직자의 청렴과 부패는 나라의 흥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였지 않은가.
 호찌민의 옥중 시 한 편이 가슴을 울린다. “엄동설한의 초라함이 없다면, 따스한 봄날의 찬란함도 결코 없으리. 불운은 나를단련시키고, 내 마음을 더욱 굳세게 한다.”